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세계 제일 철강기업 포스코 지휘자 - 강창오 사장

산업발전 뒷받침하는데 보람 느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중 하나인 포스코의 강창오 사장. 그는 수십년 간 용광로를 연구한 철강 엔지니어 출신의 사장이다. 그의 입을 통해 철강 엔지니어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우리나라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POSCO) 강창오 사장의 말이다. 포스코가 TV 광고카피로 사용하면서 우리 귀에도 익숙한 얘기를 강 사장이 꺼낸 이유는 뭘까. 사실 철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인류 문명은 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철과 관련되지 않은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다. 철을 직접 재료로 사용하거나 최소한 철로 된 기계로 제작된다. 그런데도 철은 마치 공기처럼 너무 당연한 존재여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이 이해된다.


CTO 겸임하는 CEO


세계 제일의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철과 비슷한 기업이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 비해 도드라지진 않지만 묵묵히 다른 기업들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조선이 1위, 가전이 2위, 자동차가 6위를 차지하는데 포스코의 공헌이 크다는 얘기다. 강 사장은 이런 포스코를 소리 없이 움직이는 인물이다.


강창오 사장은 올해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후에도 다른 직함을 갖고 있다. 바로 기술담당 총 사령탑인 기술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이다. 강 사장이 철강 엔지니어 출신의 CTO(최고기술경영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강 사장이 철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무려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집에 놀러간 강 사장은 우연히 친구 아버지로부터 우리나라 기계는 쇠 재질이 나빠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때 강 사장은 제대로 된 철을 만들어 산업발전에 공헌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대학을 진학할 때 아무 고민 없이 금속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다.


그러나 막상 196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진학한 강 사장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철강산업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강 사장은 “금속공학과에 다니면서도 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용광로를 한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미국을 다녀온 한 교수가 제철소는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닐 정도로 크다고 말해줬는데, 어떤 규모인지 상상도 할 수 조차 없었단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4년 간의 군복무를 마친 강 사장이 복학하자 상황이 변했다. 1969년 외국에서 차관을 들여와 종합제철소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강 사장은 1971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 공채 3기로 입사했다.


포항제철 1기 설비는 1천2백5억이 투자되고 3년 동안 연인원 5백81만명이 동원된 사상 초유의 대형공사였다. 포항제철에 입사하자마자 강 사장은 제철소의 핵심인 용광로를 일본에 가서 배워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강 사장은 “대학 때 철강산업이 발전한 일본기술을 배우려고 일어를 공부한 덕분이었다”면서 “이공계에서는 국제적인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어를 잘 익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 사장은 일어뿐 아니라 영어도 능숙한데, 이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52세때 시작한 경영공부


일본 신일본제철에서 용광로를 처음 접한 강 사장은 용광로의 가스냄새가 구수하게 느낄 정도로 연구에 매달렸다. 이때 흘린 땀은 1973년 우리나라 최초의 용광로 완성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후 포항제철에 건설된 모든 용광로 곁에는 늘 강 사장이 함께 있었다.


강창오 사장이 20여년 간 용광로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나 연구에만 계속 몰두했다면 용광로의 최고 전문가 자리는 유지했겠지만 포스코를 이끄는 위치에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강 사장은 “공학을 바탕으로 경영을 공부하면 전문경영인으로 더 유리하다”면서 “공대 학생들은 좀더 넓은 시각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술경쟁시대에 공학을 아는 사람이 관리를 하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사실 강 사장도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1994년 일본 동경연구소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뒤늦게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강 사장은 “그전까지 내가 없으면 용광로가 돌아가지 않는 줄 알았다”며 “후배들이 일을 잘해준 덕분에 전체를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5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안주하지 않고 배움을 쉬지 않은 결과 철강산업을 꿰뚫은 안목을 갖게 됐고, 포항제철소장을 거쳐 사장이 된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포스코는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포스코를 철강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미국의 경제지‘포브스’ 역시 지난 4월 포스코를 5년 연속으로 철강 부문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선정했다. 메릴린치 등 유럽 35개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2월 포스코가 기후변화 대응 능력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철강회사라 평가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만족할만한데도 강 사장은 더욱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유럽과 일본의 철강사들이 통합하고 제휴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고, 또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거세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강 사장은 “남이 절대 못하는 것을 만들어야 부가가치가 크다”면서 “모든 산업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앞으로는 연구소가 중심이 돼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포스코는 1백년 이상 사용한 용광로를 대체할 파이넥스(FINEX) 설비를 비롯해 차세대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 비롯해 연구인력 턱없이 부족

그런데 강 사장은 우리나라에 전문적인 연구를 함께 진행할 연구인력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말한다. 대학의 경우 많은 연구자들이 신소재 분야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산업현장에 필요한 철을 연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재 포스코는 매년 상당한 액수의 장학금을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에 지원하고 있고, 연구성과를 내면 채용시에도 혜택을 주고 있다.


강 사장은 “어떤 신소재로도 철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철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에 진학해 철강을 공부한 후 철강 엔지니어가 되면 전망이 밝고 앞으로 더욱 밝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강 사장은 철에 다양한 성질을 부여해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일은 아주 매력 있는 연구분야고, 철강산업의 특성상 보람이 아주 크다고 말한다.


한 예로 1980년대까지 컨테이너를 만들 때 사용하는 고내후성강은 일본에서만 생산돼 고가의 제품을 수입해야 했다. 그런데 강 사장과 연구원들이 땀흘려서 결국 제품 개발에 성공하자 일본은 더이상 비싼 값을 받지 못하게 됐다. 포스코에서 생산된 품질 좋고 저렴한 고내후성강으로 만든 컨테이너는 지금도 우리 상품을 담고 전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처음에는 외국에 있는 기술을 들여오는 일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내실 있는 성장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해외 경쟁기업보다 앞서나가게 됐다. 앞으로는 다른 나라가 흉내내지 못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강 엔지니어의 가치가 앞으로 더욱 빛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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