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녹색성장 꿈꾸는 ‘유연한 전기’ , 전력시스템 연구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일본의 전략요충지 이오지마에서 일본군과 미군의 전투가 벌어졌어요. 2만 명 이상의 일본군은 배수진을 치고 저항하다 거의 전멸했죠. 반면 필리핀 전투에서 맥아더는 일본군 대군이 쳐들어오자 일단 후퇴했다가 뒷날 반격해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어요.”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덧붙였다. 역사를 즐겨 읽는다고 했다. 하지만 ‘딴소리’로 빠지는 적은 없었다. 모든 이야기가 연구와 연결됐다.

“한마디로 틀에 박힌 전투를 하던 일본은 졌고, 유연하게 싸웠던 미국이 이겼어요. 스파르타를 이긴 아테네처럼요. 운명을 바꾼 요인은 유연한 사고입니다. 전력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유연한 사고. 이 말은 이번 인터뷰의 키워드였다. 연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공학자로서의 태도를 말할 때도 강조했다. 그가 하는 연구 자체가 유연함에 관한 연구라고 할 만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오늘날 전력 생산 시스템은 위기에 부딪혀 있다. 화력 발전소는 기후변화로, 원자력 발전소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논쟁이 한창이다. 그래서일까. 대안으로 꼽히는 미래의 전기 에너지는 소규모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처럼 다른 방식으로 생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력망 역시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유연함이다. 과거처럼 거대 발전소에 얽매이지 않고, 작게 분산돼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

“지금은 거대한 발전소 몇 곳이 전기를 집중 생산한 뒤 도시로 운반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명히 나뉘어 있고,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한 방향으로만 판매되고 있어요. 그래서 틀에 박히고 경직돼 있지요.”

전기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가 언제 어느 장소를 달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충전할 시간과 장소 역시 예측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지금의 주유소처럼 전국 곳곳에 전기 충전소가 있어야 한다. 일종의 ‘움직이는’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때로는 남는 전기를 되팔기도 한다. 공장이나 가정 등 고정된 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지금의 전력망으로는 대처하기가 어렵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새로운 전력망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원들이 새로운 전력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연구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 이뤄진다.]

녹색성장 담는 그릇 ‘스마트 그리드’

문 교수의 ‘전력시스템 연구실’이 연구하고 있는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는 새로운 전력망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스마트 그리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기존 대형 발전소와 연결하고, 가정과 전력 생산자를 쌍방향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전력 네트워크다. 정교한 제어가 가능해 미래의 복잡한 전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기술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전력이 어디에서 만들어져 어디로 가는지 예측하기 위해 전기의 발생과 흐름, 소비량을 스스로 실시간 측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러 곳에서 수시로 만들어지는 전기를 그때그때 저장하고 빼낼 연료전지 기술도 중요하다. 복잡한 전력망의 어디에서 사고가 날지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자가 진단 기술도 필수다. 모두 전기공학과 IT 지식이 접목된 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두루 연구하는 문 교수지만, 역설적으로 스마트 그리드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기술적인 면에만 치우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력 시스템은 기술만 개발한다고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모두 바꾸는 큰 사업이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돈과 자원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죠. 철학을 갖고 국가 정책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녹색성장 플랫폼’이라는 말을 씁니다. 녹색성장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에요.”
[스캐니 등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문승일 교수의 전력시스템 연구실 연구 풍경을 보자. 컴퓨터로 이뤄지는 작업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문 교수는 2009년부터 국가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이 돼 정책 자문도 하고 신문에 글도 꾸준히 쓴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에게는 에너지에 대한 지식 외에 세계를 보는 넓은 시야와 인문사회적 소양을 강조한다. 문 교수 자신이 역사서와 철학서를 탐독하는 것처럼.

“제가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기존 전력망 연구에 한계를 느껴서였죠.”

문 교수는 1993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전기를 어떻게 안전하게 나르고(송전) 분배할 지(배전)를 연구하던 평범함(?) 전기공학자였다. 전력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주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사후약방문 같은 연구 분야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귀국한 뒤로는 다양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송전선로를 연구하는 데 주력했다. 이때 개발한 것이 ‘유연송전시스템(FACTS)’이다. 교통량에 따라 차선 수가 바뀌는 가변차선처럼 수요량에 따라 송전선로의 용량을 바꾼다. 한국전력과 함께 전남 강진에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 장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초고압직류송전(HDVC)’ 연구에도 착수했다. 현재 전기를 나를 때는 전압이 규칙적으로 변하는 교류를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높은 전압의 전기를 먼 거리에 나를 때는 전압이 일정한 직류가 유리하다. 이를 응용해 전기를 직류 전압으로 바꿔 보내는 기술이 HDVC다. 우리나라우리나라에서는 전남 해남에서 제주도로 전력을 보내는 데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두 가지 연구를 하다 보니 점차 ‘전력의 유연화’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송전량을 조절하는 FACTS와 조절이 쉽고 이동에 편리한 HDVC의 장점을 결합하면 어떨까. 바로 스마트 그리드의 특징이었다.

문 교수는 현재 마을 규모로 실증실험을 하고 있는 제주도를 세계 최초의 스마트 그리드 섬으로 만들 계획를 세우고 있다. 고립된 섬이면서 전기차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고, 재생에너지 산업도 발달한 제주도를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녹색섬’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기공학에 IT와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리한 대목이지요. 미래의 에너지 선진국을 꿈꾼다면 지금 스마트 그리드가 절호의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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