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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기술발전의 빛과 그림자

2006.05.10 02:13

lee496 조회 수:4586

 

기술발전의 빛과 그림자


[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

매일경제 2006-5-7

지금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전화기지만 우리나라에서 전화는 1980년대 초까지도 재산 목록으로 꼽는 매우 값비싼 것이었다.

전화 매매만을 전담하는 업소가 지금의 부동산중개업소만큼 많았던 것이 바로 30여 년 전 일이다. 판매가 가능한 백색(白色)전화와 그렇지 못했던 청색(靑色)전화를 기억하는 이는 이미 중년을 훌쩍 넘어선 사람이다.

전화기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알렉산더 그라함 벨이 발명했다. 엄청난 열정과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때 같은 일에 매달리는 경우 거기에는 승자(勝者)와 패자(敗者)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한다.

전화기 발명에 있어 패자가 된 불행한 천재는 엘리샤 그레이. 1876년 2월 14일 오후, 그레이는 자신의 발명품인 전화기를 등록하기 위해 특허국을 방문해 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41세의 그레이에게는 그야말로 가슴 벅찬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대장장이, 목수 등으로 어려운 젊은 시절을 보냈다. 스물두 살에야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마치곤 그 후에는 전화기 발명에 인생을 걸었다. 그레이가 느꼈을 성취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신(神)은 그레이에게 매우 짓궂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싶게 같은 날 오전에 벨도 전화기 발명을 특허 등록했고 결국 이런 몇 시간 차이 때문에 미국 특허국은 전화기에 대한 특허를 벨에게 내주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오래 전부터 특허권이 확실히 보장되었으며 이런 제도는 산업 발전을 촉진시켰다.

사실 벨이 전화기를 들고 나왔을 무렵은 모든 이가 모르스 전신에 익숙해서 별로 불편을 모르고 있을 때였다. 잘 숙련된 사람은 모르스 통신기로 1분에 약 40~50 단어를 송수신할 수 있었으니까 거의 눈으로 읽어 내려가는 속도다. 당시 많은 사람은 벨이 발명한 전화기는 그저 과학적인 장난감에 불과하지 실제로 쓰일 물건은 절대 아니라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벨의 전화기는 빠르게 발전했다. 1900년에는 이미 미국에 135만대의 전화가 등록되었으며, 1920년에는 그 숫자가 1300만에 이르게 되었다. 벨은 금속탐지기도 만들었는데 이 기계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가필드가 암살범의 저격을 받았을 때, 몸 속에 박힌 총알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문제는 침대 매트리스에 있는 용수철을 총알로 잘못 탐지해서 엉뚱한 곳을 수술하는 바람에 안 죽을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진실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 전화 대중화에는 198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TDX-교환기 개발 사업이 큰 공헌을 했는데, 그 결과 1988년에는 전화기 가입자 수가 1000만을 돌파하면서 가구당 전화 1대가 실현되었고 1997년에는 2000만대, 즉 1가구2전화 시대가 열렸다.

TDX나 90년대 CDMA무선 통신의 개발 성공은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술적 업적이다.

요즘의 휴대폰은 상대방과 단순히 대화하는 기능을 넘어 전자 수첩, 게임기, 카메라, TV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이런 변화도 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더 바뀔지 짐작할 수 없는 일이다. 벨이 대한민국에 오늘 환생한다면 전화기의 발전에놀라 넘어져 아마 다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우리나라 휴대폰 등록은 거의 3000만대에 이른다고 하니까, 이제는 초등 학생들까지도 휴대폰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도서관에서도 끊임없이 통화하는 학생이나 수업중에도 주머니 속에 있는 전화기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 학생을 보면 전화기가 청소년에게 끼치는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만도 보조금을 받으며 휴대전화를 바꾼 사람이 거의 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6~7년간 평균적으로 세 번 이상 휴대용 전화기를 새로 장만했으며, 그에 따라 이미 1억대 정도의 쓸모 있는 전화기가 퇴출된 것으로 믿어진다.

전화기 한 대의 잔존(殘存) 가격을 평균 10만원으로만 생각해도, 버려진 전화기의 총액은 무려 10조원. 어마어마한 돈이 그냥 새어 나가고 있는데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돈의 10%인 1조원만 투자해도 대한민국은 1~2개의 세계적인 대학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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