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세계를 놀라게 한 서울대産 ‘무인항공기’
값비싼 관성센서 없이 GPS 수신기만으로 세계 첫 자동 이착륙

공대 기창돈 교수와 학생들, 학계 ‘불가능’ 통설에 도전
6년간 200회 실험끝에 성공 외국서도 “믿을 수 없는 일”


지난달 26일 경기도 화성 서해안 간척지. 주황색 무인항공기 한 대가 공중을 선회하더니 갯벌 위 5m까지 고도를 낮췄다. 지켜보던 조암(32·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박사과정)씨의 손에 땀이 흥건했다. 비행기 엔진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가까워지더니 기체가 땅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조씨는 비행기를 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대 무인항공기 ‘스너글’이 세계 최초로 GPS(위성항법장치) 수신기 하나만 달고 자동 이착륙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기창돈(46) 교수와 학생들이 6년간의 도전 끝에 GPS를 이용한 무인항공기 이착륙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0번의 실험, 그리고 비행기 다섯 대가 부숴지는 난관을 거쳐 그들은 꿈을 이뤄내고 말았다.



◆6년 만에 이룬 무인항공기 자동이착륙 기술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시(市)에서 열린 미국항공우주학회 행사장. 기창돈 교수팀이 “관성센서 없이 단일 안테나 GPS 수신기만으로 자동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항공기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행사장이 술렁거렸다. 500여 명의 항공공학자들과 항공사 관계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관성센서란 비행기의 자세 정보를 감지하는 고가(高價)의 장비로 이 부품 없이 비행기가 자동 이착륙한다는 것은 학계에선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행사장에서 연구팀이 무인비행기의 자동이착륙 동영상을 보여주자 외국인 전문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 교수팀은 위치·고도·속도 등 기존의 GPS 정보를 바탕으로 비행기의 기울기 등 자세 정보를 계산해 내는 노하우를 개발한 것이다.

◆20번 추락, 5번 완파

연구는 2001년 시작됐다. 기 교수는 처음에 동료들로부터 ‘관성센서 없는 항공기 자동이착륙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가능성을 엿보았다. 문제는 실전이었다. 기 교수는 “실전의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상처투성이인 스너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너글(SNUGL)’은 연구팀이 지어준 날개길이 2.5m짜리 무인항공기의 이름. 지난 6년간 스너글의 비행 성적은 처참했다. 200여 차례를 날아서 20번 추락하고 5번은 완파(完破)됐다.

장비까지 포함해 대당 가격이 3000만원에 이르는 비행기가 떨어질 때마다 기 교수는 사비(私費)까지 털어가며 새 비행기를 장만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새벽 일찍 비행장인 서해안 갯벌로 달려가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더 열심히 연구에 매달렸다. 대학원생 조암씨는 “시험 비행을 다녀오면 꼬박 이틀을 실험데이터를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착오와 오류를 반복·수정하면서 조금씩 성과가 보이자 뜻밖의 제안도 들어왔다. 2006년 10월, 기 교수는 한국인 브로커로부터 “아시아의 한 국가가 무인항공기 운영 기술을 사고 싶어한다”는 제안을 받았다. 기 교수는 국익을 생각해 단번에 거절했다.



마침내 지난 4월 26일 스너글은 완벽한 자동 이착륙에 성공했다. 기 교수는 “GPS수신기는 관성센서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해 무인항공기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스너글팀의 다음 목표는 오는 8월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열리는 세계 무인항공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막대한 출전비용. 기 교수는 “6년 동안 동고동락한 학생들과 함께라면 세계대회 우승에도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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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7-05-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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