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아레시보 성간 메시지

2004.06.15 07:30

lee496 조회 수:4793

이 글은 화학부 김희준 교수님께서 면접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학생들을 위해 쓰신 글입니다.

 

                           아레시보 성간 메시지

 

The Angel Question

        영이: 아빠, 우주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은 것 같아요.

        아빠: 나이도 많지.

        영이: 우주의 나이가 150억 년 정도라고 듣기는 했지만 너무 큰 수자라서 감이 잘 안 와요.

        아빠: 당연하지. 철이는 사람이 100년을 산다고 치고, 100년이 몇 초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았니?

        철이: 아뇨. 지금 계산해 볼까요?

        영이: 오빠, 나도 같이 할래.

        철이: 그래. 우선 1년은 대충 몇 시간이지?

        영이: 1년은 365일이고 하루가 24시간이니까 1년은 대충 만 시간이구나.

       철이: 한 시간은 3600초니까 1년은 3600만 초쯤 되겠지? 그러니까 100년은 3600만에서 3억 6천만, 그 다음은 36억, 그래 100년은 약 36억 초야.

        영이: 그러니까 150억이라는 수는 100년을 초로 세어서 다시 4를 곱한 수이구나. 아빠, 우주는 참 나이가 많네요. 그런데 우주는 얼마나 크지요?

        철이: 우주의 크기라구? 아빠, 우주에도 크기가 있어요?

        아빠: 하나의 점에서 시작해서 일정한 시간 동안 팽창해 왔다면 크기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철이 생각에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단서가 있을 것 같아?

        철이: 그건 너무 어려운데요.

        아빠: 우리가 아주 배율이 높은 망원경으로 아주 멀리 있는 은하계로부터 나온 빛을 관찰했다고 해봐. 그런데 그 빛은 유한한 광속으로 지구에 도달한 거지.

        철이: 그러니까 멀리 있는 은하계를 관찰했다는 것은 오래 전 과거를 보았다는 말이 되는 것이군요.

        아빠: 그렇지, 요즘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어린 아이 나이였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관찰을 하고 있지.

        철이: 우주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광속으로 달려온 빛을 관찰할 수 있다면 우주의 나이와 광속으로부터 대충 우주의 크기를 이야기할 수 있을 듯 싶군요.

        영이: 우주가 그렇게 크고 넓다면 혹시 지구 밖에도 사람 비슷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아빠: 영이도 그 문제가 궁금한가 보구나. 아닌게 아니라 그 문제는 소위 천사 질문 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제이지.

        철이: 왜 갑자기 천사가 나오지요?

        아빠: 만일 갑자기 천사가 어떤 사람 앞에 나타나서 어떤 질문도 좋은데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해서만 답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면 무얼 물어볼까, 그게 바로 천사 질문 이야.

        영이: 사람은 대답을 못할 질문이 많을 테니까 천사 질문 이라고 하는군요.

        아빠: 그래. 과연 어떤 질문에나 답을 할 수 있는 천사가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에게 천사 질문 은 과연 지구 밖에, 외계에 생명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라는 말이지.

 

아레시보 성간 메시지

        영이: 그래서 천사 질문 에는 답이 있나요?

        아빠: 답을 알아보려고 신호를 보냈지.

        철이: 신호라니요? 무슨 신호를 어디에다 보냈다는 말인가요?

        아빠: 하나씩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꾸나. 우선 영이 생각에는 어디에 신호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애?

        영이: 글쎄요, 달이나 화성에 보내보면 어떨까요?

        철이: 야, 달에는 벌써 사람이 다녀왔잖아. 거긴 아무도 없어. 화성에도 패스파인더라는 탐사선을 보냈는데 사진을 보니까 아무도 없더라구.

        영이: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생물도 있잖아?

        아빠: 그렇구 말구. 카메라에 안 잡혔다고 해서 생명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그래서 생명의 흔적을 찾을 때는 생명체의 대사 활동에 의해서 생기는 화합물이 있나 조사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하는데, 일단 생명 존재 여부를 조사할 때는 우선 물이 있는지를 조사해보지.

        영이: 물이 있으면 생명체가 있다고 볼 수 있나요?

        아빠: 그야 물이 있다고 꼭 생명체가 있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일단 물이 없으면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거든.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에 생명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

        영이: 그럼 태양계 바깥으로 신호를 보냈다는 말인가요?

        철이: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별이 4광년 정도 거리에 있다고 들었는데 신호가 빛의 속도로 가도 4년은 걸려야 될 거 아니에요?

        영이: 별에 어떻게 생명체가 있어?

        아빠: 영이 말이 맞다. 별의 표면 온도는 수천 도나 되니까 별에는 생명이 있을 수 없지. 철이가 말하는 건 지구 같은 행성을 가진 별을 찾아야 하는데 일단 제일 가까운 별이 그렇게 멀리 있으니 생명이 있는 행성에 신호가 갔다가 되돌아오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말일 테지.

        철이: 저는 사실 그런 생각까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보니 우리 은하계에 2천 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하지만 그 중에 지구 같은 조건을 갖춘 행성을 거느린 별이 있을 지는 의문이군요.

        아빠: 아무튼 실제로 1974년 11월 16일 날 푸에트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천문대(Arecibo Observatory)에서 우리가 속한 은하계 내의 구상성단 M13이라고 알려진 별들로 마이크로파를 보낸 일이 있었지.

        철이: 마이크로파라면 이동 통신에서 사용하는 전파지요?

        아빠: 그래. 음식을 데우는 전자 레인지도 마이크로파를 사용하지.

        영이: 그럼 신호를 보낸 지 25년이 지났는데 무슨 대답이 왔나요?

        아빠: 실망스럽게도 아직은 아무 연락이 없단다.

        철이: 그 신호는 아직 태양계에서 아주 가까운 별을 지나가고 있을 텐 데요, 뭘. 수 백년 후에나 다시 한번 무슨 소식이 있나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빠: 맞아.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은 엄청난 끈기가 필요한 일이지. 아무튼 그 때 보낸 그 메시지를 아레시보 성간 메시지(Arecibo Interstellar Message)라고 하지.

        영이: 아빠, 누구한테 보내는 지도 모르면서 무어라고 신호를 보낸다는 말이에요?  

        아빠: 영이야, 그게 바로 제일 어려운 점이란다. 외계에 한국 사람이 살고 있다면 한국말로 신호를 보내면 되겠지만 이건 생명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신호를 보내는 판이니 도대체 어떤 말로 무슨 내용을 적어 보내야 할지 막막한 거지.

        영이: 그러니까 알아들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보내놓고 보자는 거네요.

        철이: 그래도 가장 알아들을 만한 내용을 보내야 되겠지요. 그래서 결국 무얼 적어 보냈나요?

        아빠: 전파를 보냈으니까 적었다고 할 수는 없고. 아무튼 과학자들이 오랜 궁리 끝에 결정한 아레시보 성간 메시지의 내용은 여기 이 그림에 있는 이런 거야.

        영이: 이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아빠.

        아빠: 응, 여기 제일 위에 있는 건 말이야 1에서 10까지 수이고, 그 다음에는 다섯 가지 원소, 그 다음에는 모든 생명체가 유전 정보를 기록하는 데 사용하는 4가지 염기, 그 다음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 그리고 사람의 DNA의 염기쌍의 수, 사람의 키, 인구 수 등이고, 아래쪽에는 태양계와 아레시보 천문대가 그려있지. 이런 내용을 마이크로파에 실어서 보내고 혹시 저쪽에서 알아듣고 신호를 보내오지 않을까 기다리는 거야.

        철이: 왜 하필 그런 내용을 보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데요. 좀 설명해 주세요.

        영이: 아빠, 나도 궁금해요.

 

수: 자연의 기본 언어

        아빠: 철이 생각에는 과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어느 분야가 제일 기본인 것 같애?

        철이: 글쎄요. 대학의 과를 이야기할 때도 수물화생 식으로 말하는 걸 보면 수학이 기본이 아닌가 싶네요. 수식이 없이는 물리나 다른 과학을 말하기 어려울 거예요.

        영이: 초등학교에서도 국어하구 산수를 제일 많이 해요.

        아빠: 수는 자연의 기본 언어이지. 그래서 어딘가에 생명체가 있다면 거기에도 수가 기본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영이: 그래서요?

        아빠: 그래서 아레시보 메시지의 첫 대목에 수를 적은 거야. 1부터 10까지를 이진법으로 보낸 거지.

        영이: 이진법이 뭐예요?

        아빠: 철이가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철이: 십진법에서는 1에서 9까지 1단위의 기본 수가 있고, 그 다음 자리는 10 단위잖아. 그런데 이진법에서는 0과 1 두 수가 기본이야. 그러니까 십진법에서 2는 이진법에서는 10이 되는 거야. 컴퓨터에서도 이진법을 사용하지.

        영이: 그러니까 십진법보다 이진법이 더 기본이라는 말이야? 나는 십진법이 더 좋아 보이는데.

        철이: 야, 사람은 손가락이 열 개니까 십진법이 편하지만 딴 세상에서는 10이라는 수가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2라는 수는 훨씬 더 기본적이지. 맞다, 틀리다. 오른쪽, 왼쪽. 있다, 없다 식으로 말이야.

        아빠: 컴퓨터 경우에는 켜져 있다, 꺼져 있다는 의미이지.

        영이: 그리고 보니 이진법이 더 기본인 것 같네요.

        아빠: 아무튼 수는 어디에서나 기본이니까 우선 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영이: 외계인들도 식구 수를 세고 나이도 세겠지요.

 

 

5 가지 핵심 원소

        철이: 수 다음에 있는 이게 무어라고 했지요?

        아빠: 다섯 가지 화학 원소의 원자번호야. 영이는 원자번호가 무언지 기억하니?

        영이: 네, 원자번호는 어느 원자에 들어있는 양성자 수예요. 그런데 왜 다섯 가지 원소의 이름을 보내지 않고 원자번호를 보냈을까요?

        철이: 이름이야 아무나 제멋대로 붙일 수 있는 거잖아. 수는 수를 어떻게 세건 간에 바뀌지 않는 기본적인 거구.

        영이: 참 조금 전에 수가 기본이라 그랬지. 외계인이 수소를 자기네 말로 부른다고 해서 양성자의 수가 바뀌는 건 아닐 테니까.

        철이: 아빠, 그런데 외계인이 과연 원자번호를 알아볼까요?

        아빠: 원자번호의 수도 이진법으로 보냈지.

        철이: 그건 잘한 일인데, 제 얘기는 말이에요 외계에서도 지구에서와 똑같이 양성자의 수가 중요할까, 다시 말해서 양성자들이 모여서 원자가 될까 하는 점이에요.

        영이: 원자의 원료가 전혀 다르다면 우리의 이야기를 못 알아듣겠지요.

        아빠: 바로 그거야. 과학자들이 다섯 가지 화학 원소의 원자번호를 보냈을 때는 우주의 어느 곳에서도 물질 세계는 공통적인 원소들로 이루어졌고,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도 똑같은 입자들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지.  

        영이: 어떻게 가보지도 않고 그걸 알 수 있지요?

        철이: 영이야, 너는 해에 가봐서 해가 있는 줄을 아니?

        영이: 하긴 그러네.

        아빠: 햇빛을 보고 해가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별빛을 관찰해서도 아주 많은 중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단다. 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아까 말한 다섯 가지 원소가 무언지 알고 싶지 않니?

        영이: 막 그걸 여쭈어 보려고 했어요. 왜 하필 다섯 가지지요?

        아빠: 미국에 마크 트웨인이라는 소설가가 있었지.

        영이: 나도 톰 소여의 모험 이랑 헉클베리 핀 을 읽었어요. 그런데요?

        아빠: 이 분은 유머가 대단한 분인데 누구한테 편지를 쓰면서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길게 씁니다 라고 말했다는 거야.

        영이: 그건 말도 안 되요. 긴 편지가 시간이 더 오래 걸리잖아요?

        아빠: 영이도 한 번 두 장 짜리 편지를 서너 줄에 요약해보렴. 어때, 쉬울 것 같아?

        영이: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군요.

        아빠: 그래서 고심 끝에 생명에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다섯 가지 원소를 적은 거지.

        영이: 그 다섯 가지 원소가 뭔 데요?

        아빠: 영이와 철이가 같이 생각해 보렴.

        철이: 내 생각에 탄소는 꼭 들어가야 될 것 같애. 외계인도 생명체라면 유기물질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처럼 탄소 화합물이 중요할 거야.

        영이: 나는 산소가 있어야 할 것 같애, 오빠. 거기서도 숨을 쉬어야 살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물은 꼭 있어야 하니까 수소도 있어야 하구.

        철이: 내 이름이 철이라서가 아니라 철의 원자핵이 가장 안정하다니까 거기도 철이 많을 것 같아요.

        아빠: 수소, 산소, 탄소는 맞아. 철이는 비료의 3요소가 무언지 아니?

        철이: 예, 질소, 인, 칼륨이에요.

        영이: 아빠, 왜 그 것들이 비료의 3요소지요?

        아빠: 비료는 식물이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공급해 주는 것이잖아. 물론 식물은 수소, 산소, 탄소도 필요하지만 그것들은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쉽게 얻을 수 있거든.

        영이: 그러니까 질소, 인, 칼륨은 생명체에 꼭 필요한데 모자라기 쉽다는 말이군요. 그럼 그 셋 중에서 둘 만 고르면 되겠네. 오빠는 무얼 고를래?

        철이: 글쎄, 중요한 순서로 말할 것 같기는 한데, 자신이 없는걸.

        아빠: 그럼 이렇게 해볼까. 종이에다가 생체에 많이 들어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핵산이라고 한 줄에 적어놓고 그 물질에 들어있는 원소를 적어봐. 그러면 어떤 원소가 중요한지가 드러날 거야.

        영이: 오빠, 내가 쓸래. 우선 탄수화물에는 무슨 원소가 들어있지?

        철이: 야, 네가 지금 말했잖아.

        영이: 뭘 말야?

        철이: 탄수화물은 탄소에 물이 결합했다는 뜻이야.

        영이: 그러면 탄수화물에는 탄소, 수소, 산소가 들어 있는 셈이네. 그 다음 단백질은?

        철이: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던데, 아미노라는 건 암모니아와 관련이 있다니까 질소가 들어있겠네. 산이라면 산소와 수소가 있을 것 같고. 아빠, 다 되었어요?

        아빠: 중요한 게 하나 빠졌군. 생체 화합물이니까...

        철이: 참, 탄소가 빠졌군요.

        영이: 잠깐만 기다려. 탄수화물의 탄소 밑에 단백질도 탄소, 탄수화물의 수소 밑에 단백질도 수소, 탄수화물의 산소 밑에 단백질도 산소, 그리고 탄수화물에는 없는 질소가 단백질에는 들어있음.

        아빠: 잠깐만, 영이야. 단백질에 괄호를 하고 황이라고 적어 줄래? 왜냐하면 대부분의 단백질에는 황이 들어있는데 없는 경우도 있기는 하거든.

        영이: 알았어요. 그 다음 지방질에는 무슨 원소가 들어 있지, 오빠?

        철이: 지방질은 기름 종류니까 휘발유처럼 탄소와 수소가 주로 들어있을 거야. 다른 원소도 들어있나요, 아빠?

        아빠: 응, 지방질은 글리세롤이라는 알코올 종류와 지방산이 결합한 화합물이지.

        철이: 산이라면 아무래도 산소가 들어 있겠군요.

        영이: 그럼 지방질에는 탄소, 수소, 산소라고 적으면 되겠네요. 그 다음이 뭐더라?

        철이: 핵산이잖아. 핵산은 잘 모르겠는데요. 산이니까 산소와 수소는 들었을 테고. 유기물질이니까 탄소도 들었을 테고. 질소도 들어있나요?

        아빠: 철이는 DNA의 염기 서열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니?

        철이: 요새 인간 무슨 프로젝트인가에서 유전자에 들어있는 염기 서열을 결정한다고 듣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빠: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아무튼 그 염기라는 게 아까 아미노산의 암모니아가 질소를 포함하는 염기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질소를 포함한단다.

        영이: 탄소, 수소, 산소, 질소가 들어있다면 황이 없는 단백질하고 비슷하네요.

        아빠: 그래. 그런데 핵산에는 꼭 들어가야 하는 원소가 하나 더 있어.

        영이: 그게 뭔 데요?

        아빠: 아까 비료의 3요소 중에서 아직 안 나온 게 뭐지?

        영이: 인과 칼륨이에요.

        아빠: 그 중에서 핵산에는 반드시 인이 들어있단다.

        철이: 그럼 다섯 가지 원소가 정해졌네. 영화 제목에도 제5원소라는 게 있더니만.

        영이: 잠깐, 내가 말해볼게.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맞지요?

        아빠: 그래. 아레시보 메시지에서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순서로 원자번호인 1, 6, 7, 8, 15를 보냈지. 외계 어디엔가 생명이 있다면 그 다섯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빼고는 살아가기 어려울 거라는 말이야.

        영이: 참 재미있네요. 내 몸 속에 있는 원소가 ET 같은 외계인에게도 들어 있다니 말이에요.

        철이: 그야 하나의 우주니까. 수소로 시작된 우주에서 수소가 몇 개씩 모여서 여러 가지 원소를 만든다면 우주 어디에도 같은 원소가 있을 수밖에.

        영이: 우리 몸의 원소와 우주 전체의 원소가 같다면 그야말로 신토불이(身土不二)네요.

        아빠: 원자 세계의 신토불이라, 그거 기막힌 표현인걸. 우리 영이는 정말 표현력이 대단하구나.

        영이: 열심히 주워 들은 덕이에요.

 

                                        수소 이야기

생체에 제일 많은 수소

        아빠: 영이가 만든 표에다 물을 추가하면 어때?

        영이: 물도 중요한가요?

        철이: 그럼. 네 체중의 반 이상이 물인 걸 몰라?

        영이: 참, 그렇지. 그럼 목욕탕에 들어가는 건 물이 물에 들어가는 거네.

        철이: 대략 그렇지.

        아빠: 그럼 물을 추가하고 나서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원소가 뭔가 말해봐.

        영이: 제가 표를 보여 드릴게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

탄수화물    o          o         o

단백질       o          o          o        o             (o)

지방질       o          o          o

핵산          o          o          o         o      o

물                         o          o

---------------------------------------------------------

 

        아빠: 영이에게는 어떤 점이 제일 눈에 뜨이니?

        영이: 인과 황은 핵산과 단백질에만 들어있다는 점도 보이지만 그보다는 수소와 산소가 어디에나 들어있다는 점이 더 중요해 보이네요.

        철이: 정말 그렇군요. 탄소도 골고루 들어있기는 하지만 물에는 없잖아요?

        영이: 그리고 보니 물은 정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 나는 제일 중요한 원소 한 가지를 들라면 수소를 들고, 제일 중요한 화합물 한 가지를 들라면 물을 들지.

        영이: 저도 앞으로는 그럴 것 같아요.

 

우주의 주성분 원소

        아빠: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수소 이야기를 해볼까? 수소가 제일 먼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수소가 우주 전체의 원소 중에서 4분의 3을 차지한다는 점이지.

        영이: 수소가 우주의 주성분 원소라는 말이군요? 그래서 제일 메시지의 앞에 나오나요?

        철이: 원자번호가 1이니까 그랬겠지. 그런데 아빠, 4분의 3이 개수 비로 말인가요 무게 비로 말인가요?

        영이: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철이: 너, 천 원 짜리 한 장 가질래, 만 원 짜리 한 장 가질래?

        영이: 그야 당연히 만 원 짜리지.

        철이: 그럼 제일 가벼운 수소가 원소 전체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두 번째로 가벼운 헬륨이 나머지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헬륨은 수소보다 4배정도 무겁다고 한다면 개수로는 수소가 전체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겠니?

        영이: 수소가 헬륨보다 무게로 3배나 많이 있는데 하나의 무게는 4분의 1이라니까 개수는 12배나 많아야겠네. 맞아?

       철이: 제법인걸.

       영이: 아빠, 그런데 수소가 그렇게 많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지요?

       아빠: 그것 참 좋은 질문이구나. 1920년대에 영국에서 미국의 하바드 대학원에 유학온 세실리아 페인이라는 젊은 여학생이 있었지. 페인은 망원경으로 많은 천체를 자세히 조사해서 모든 별은 수소의 흡수 스펙트럼을 강하게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어. 그 이후로 망원경의 배율이 늘면서 아주 멀리 있는 은하계에서도 같은 결과가 얻어졌고.   

       영이: 그런데 수소가 아무리 많아도 생명에 관계가 별로 없다면 외계인에게 구태여 말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요.

 

에너지원인 수소

       아빠: 그럼 생명 현상에서 수소의 중요성을 하나 하나 생각해 보자꾸나. 우선 수소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 할 수 있을 텐데, 그 점을 철이가 영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철이: 아까 모든 별에는 수소가 많다고 했잖아? 별이 빛을 내는 건 에너지가 나온다는 뜻인데 그 에너지가 바로 수소의 핵융합 반응의 결과라는 거지. 그리고 식물은 이러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탄수화물을 만들어.

       영이: 광합성 작용 말이구나.

       철이: 우리 같은 동물은 직접 식물을 먹기도 하고 또는 식물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을 먹기도 하니까 결국 수소는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영이: 이제부터는 밥을 먹을 때마다 수소에게 감사해야겠네.

 

수소 결합을 이루는 수소

        아빠: 그 다음 수소가 하는 중요한 일은 산소와 결합해서 물을 만든다는 점이지. 왜냐하면 대부분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물을 필요로 하거든. 그 이유가 뭘까?

        철이: 반응하는 물질들이 섞여야 되거든요. 그런데 물은 대부분의 생체 물질을 잘 녹여서 반응이 일어나기 쉽게 해주는 좋은 용매지요. 그래서 화성 탐사선이 생명체를 찾을 때는 일단 물의 흔적을 찾는 거래요.

        아빠: 철이는 물은 메탄이나 암모니아 같이 작은 분자인데도 보통 액체로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있니?

        철이: 네, 눈송이의 6각형에서 볼 수 있듯이 물분자들 사이에 수소 결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바닷물이 다 증발해 버리고 말겠지요.

        아빠: 그럼 생명이 시작되기도 어려웠을 거야. 그러니 빅 뱅 당시에 만들어진 수소와 수 억 년 후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산소가 만나 화학 결합을 이루어서 물을 만들어낸 것은 참 다행한 일이지. 철이는 수소 결합이 생명 현상에서 또 중요한 이유를 들어보았니?

        철이: 네, DNA에서 A와 T, 그리고 G와 C라고 하는 염기들 사이에 수소 결합이 이루어져서 전체적으로 안정한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게 되지요.

        아빠: 수소 결합 덕분에 DNA는 대단히 안정하고, 그래서 모든 세포는 DNA를 한 개 씩 만 가지고 있어도 염려할 필요가 없는 거야. 뿐만 아니라 수소 결합은 DNA의 염기 서열이 RNA의 염기 서열로 전사되는 과정이나 RNA의 염기 서열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또 수소 결합은 또 하나의 중요한 생체 고분자인 단백질의 3차원적 구조를 이루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영이: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수소는 생명의 많은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 같군요.

 

 

세포막을 만드는 수소

        아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보탤게. 아까 철이가 물은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섞이게 해주는 용매라고 했지. 그런데 너무 잘 섞이면 곤란한 경우가 있어. 어떤 경우일까?

        영이: 제 몸의 반 이상이 물이라고 해서 제가 목욕탕에 들어갈 때 몸 전체가 목욕물과 섞여버리면 곤란하겠지요.

        아빠: 많은 세포들이 모여서 조직과 기관을 이루고 우리 몸이 되는 것이지만, 일단은 세포 하나 하나에 세포막이 있어서 안과 밖을 구분해주지. 태초의 바다에 태어난 단세포 생물을 생각해봐. 세포 바깥은 바다 물인데 내부의 세포질도 물과 잘 섞이니까 이 두 가지 환경을 구분하는 세포막이 없다면 모두 바다 물에 녹아버리고 말겠지.

        영이: 그건 내 몸이 목욕탕에 녹아버리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네요. 태초의 생명이 없이는 지금의 모든 생명이 있을 수 없쟎아요.

        아빠: 그래서 자연은 인지질이라고 하는 물과 잘 섞이는 부분과 물과 잘 섞이지 않는 부분을 함께 지닌 화합물을 만들어서 인지질 이중막 구조로 그 문제를 해결했지.

        철이: 학교에서 비누의 원리를 배웠는데 세포막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들었어요. 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아빠: 인지질에는 물과 잘 섞이는 인산의 머리 부분이 있고, 물과 잘 안 섞이는 지방질 꼬리 부분이 있어. 인지질을 올챙이라고 생각해봐. 수백 마리의 올챙이가 모두 머리를 바깥으로 향하고 다닥다닥 늘어서서 공 모양을 만들었다면 꼬리는 모두 안 쪽을 향하게 되겠지. 그런데 세포의 안 쪽도 대부분 물이거든. 그래서 꼬리와 잘 안 맞는 거지. 그런데 안 쪽에 또 수백 마리의 올챙이가 이번에는 머리를 안으로 향하고 늘어섰다면 꼬리들끼리 서로 만나게 되겠지. 그럼 서로 잘 안 섞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없어지는 거야.    

        철이: 그래서 이중막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수소 이야기를 하다가 어떻게 이중막 이야기가 나왔지요?

        아빠: 아, 올챙이의 꼬리가 이중막을 만드는 데 중요한 이유가 바로 꼬리 부분이 전기음성도가 낮은 수소와 탄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극성이 낮고 그래서 기름처럼 물과 안 섞이기 때문이거든. 그러니까 수소가 아니었다면 안정한 세포막 구조가 불가능하고 따라서 생명체의 존재 여부조차 의심스러워지는 거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수소

        철이: 아빠, 기름 이야기가 나오니까 생각이 나는 데요, 지방이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두 배 이상 발열량이 높다던데 그것도 수소와 관계가 있나요?

        아빠: 사실 그렇단다. 수소는 핵융합에 의한 태양 에너지와는 다른 의미에서 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중요하단다. 동면하는 동물이나 사막에서 여행하는 낙타는 몸에 많은 지방질을 지니는데, 그 이유가 철이가 말한 대로 지방질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단위 무게 당 2배 정도의 에너지를 내기 때문이지.

        철이: 학교에서도 그렇다고는 배웠는데 왜 그런지는 안 배웠어요.

        아빠: 우리 나라 교육이 지식 전달에만 급급하고 생각하게 하는 훈련은 부족하지. 철이는 같은 무게의 수소와 탄소를 태울 때 어느 쪽이 열이 많이 나올 것 같애?

        철이: 글쎄요. 석탄을 태워서 발전도하고 기관차가 달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탄소도 꽤나 많은 열을 내는 것 같은 데요. 수소는 잘 모르겠어요.

        영이: 오빠, 얼마 전에 TV에서 보았는데 수소가 든 풍선이 폭발해서 애들이 많이 다쳤대요. 그걸 보면 수소가 탄소보다 빨리 타고 열도 많이 나오는 것 같지 않아?

        철이: 네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아빠: 그래, 영이 말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가 많이 들어 있는 물질이 잘 타고 열도 많이 나지.

        철이: 그러니까 지방질이 수소를 비율이 높다는 말이군요?

        아빠: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달리 지방질은 탄소와 수소의 긴 사슬로 되어있어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수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는 산소가 이미 어느 정도 들어 있어서 그 부분은 도움이 안 되는 거지.

        영이: 그런데 왜 수소가 탄소보다 열을 많이 내지요?

        아빠: 탄다는 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는 거라는 점은 알고 있겠지. 그런데  산소와 결합하는 결과로 열이 나오는 이유는 뭐지?

        철이: 산소는 전기음성도가 높아서 전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데 전자를 잘 내어주는 탄소나 수소를 만나면 만족한 상태가 되고, 그만큼 에너지가 빠져 나오는 거지요.

        아빠: 그럼 영이가 탄소와 수소 중에서 어느 쪽이 전자에 대한 욕심이 적은 지 말해 볼래?

        영이: 산소가 전자를 잘 내어주는 원소와 만나야 열이 더 많이 나올 테니까, 수소가 전자에 대한 욕심이 적어 보이네요.

        철이: 그걸 수소가 탄소보다 전기음성도가 낮다고 말하는 거야.

        영이: 그러니까 전기음성도가 높은 산소가 전기음성도가 낮은 수소와 반응할 때 열이 많이 나오는 것이군요.

        철이: 그래. 지방질이나 휘발유에 들어 있는 탄화수소나 결국 에너지를 많이 내는 수소를 탄소가 날아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거지. 물론 탄소도 타면 에너지를 내지만 가벼운 수소가 단위 무게 당 훨씬 많은 에너지를 내거든.

 

수소의 발견

        영이: 그런데 수소는 누가 발견했지요?

        아빠: 수소는 1766년에 영국의 캐번디쉬라는 과학자가 발견했어. 캐번디쉬는 지구의 무게를 정확히 잰 것으로 유명한데 아연 같은 금속에 산을 가하면 불에 잘 타는 기체가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게 알고 보니 수소인 거야.

        영이: 왜 수소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철이: 넌 물 수(水)자도 모르냐? 타면 물이 되니까 수소가 된 거지. 아빠, 그런데 왜 아연에 산을 넣으면 수소가 나오지요?

        아빠: 그게 다 전기음성도 차이 때문이지. 간단한 염산을 생각해봐. 염산에서 수소는 염소에게 전자를 많이 양보한 상태잖아. 거기에 수소보다 전기음성도가 낮은 아연이 들어갔다고 해봐. 염소가 자꾸 야, 수소야, 전자 좀 더 내놔 한 대봐. 그럼 수소는     벌써 주었는데 더 내놓으란 말이야 하겠지. 그러니까 염소가 싫으면 그만 둬, 너보다 맘 좋은  아연더러 달래면 되니까 하는 거야. 그랬더니 아연이 잘 생각했어. 나는 차라리 전자가 없는 게 더 편해. 내 전자를 가져 하고 전자를 주어버린 거지. 그럼 염소와 아연은 어떻게 되는 거지?

        철이: 전자를 얻은 염소는 염소 이온이 되어 만족한 상태로 지내겠지요.

        아빠: 전자를 내준 아연 역시 양이온 상태에 만족하겠지. 그걸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주는 것도 받는 것 못지 않게 바람직한 모양이야. 그럼 염소에게 일부 전자를 내주었다가 되찾은 수소는 어떻게 되었을까?  

        철이: 염소가 전자를 반납했으니 수소는 원자 상태가 되겠지요. 아, 알겠어요. 수소 원자는 옥텟 규칙에 따라 수소 분자(H2)를 만드는데 수소 분자는 가벼우니까 위로 부글부글하고 나오는 거군요. 학교에서 폭명 가스라고 배웠어요. 수소가 발생할 때 성냥을 그어대면 펑하고 순간적으로 가벼운 폭발을 일으키지요.

        아빠: 수소가 발생하는 것은 자기가 태어난 우주 공간을 찾아가는 셈이지.

        영이: 그러니까 고향을 찾아 나섰다가 캐번디쉬에게 들켰군요.

 

                                       산소 이야기

산소의 발견

       아빠: 수소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구나. 다음에는 어느 원소 이야기를 할까?

       철이: 메시지 순서대로 한다면 탄소지요?

       영이: 아빠, 나는 산소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어요. 내 표에는 수소와 산소가 어디에나 들어있으니까요.

       아빠: 그래? 그럼 그러지. 우선 산소를 발견한 프리스틀리 이야기부터 할까?

       영이: 좋아요. 나는 과학자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아빠: 프리스틀리(Jeseph Priestley, 1733-1804)는 18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활동한 목사 겸 화학자였지. 그런데 하루는 리즈의 한 교구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어.  경건한 프리스틀리 목사가 한 밤중에 양조장을 기웃거린다는 거야.

       영이: 목사님이 양조장엘요?

       아빠: 궁금해하는 교구민들에게 목사님이 하시는 일이라고는 한 손에 든 양초에서 다른 손에 든 나무 조각에 불을 붙여서 술통에 가까이 가져가 보는 것 밖에는 없어요. 그러다 불이 꺼지면 다시 양초에서 불을 붙여다가 새로 시작하지요 라고 양조장 종업원이 설명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

       영이: 저도 도움이 안 되는 데요.

       철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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