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이 글은 화학부 김희준 교수님께서 면접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학생들을 위해 쓰신 글입니다.

 

 

만약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지 않는다면

 

생명체 진화 시나리오 기대하기 어려워

이산화탄소는 기체인 동시에 어느 정도 물에 녹는다. 만약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지 않는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지구상에서 발전된 형태의 생명체를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18세기 후반 영국 리즈에는 성직자인 동시에 화학자인 프리스틀리(Jeseph Priestley, 1733-1804)가 교구 목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프리스틀리 목사가 한 밤중에 양조장을 기웃거린다는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그런 소문에 대해 양조장 직원은 목사님이 하시는 일이라고는 양초를 이용해 나무 조각에 불을 붙인 다음 술통에 가까이 가져가 보는 것 밖에 없어요. 그러다 불이 꺼지면 다시 양초로 불을 붙여 술통으로 가져가는 일을 반복하지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스틀리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후 다른 교구로 옮겨가게 된 프리스틀리는 양조장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그는 양조장에서 흥미롭게 지켜봤던 미지의 기체를 압축해서 물통에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런데 이 기체가 녹아있는 물은 기분 좋게 톡 쏘는 맛이 났다. 후일 산소의 발견으로 더 잘 알려진 프리스틀리는 이렇게 해서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간 탄산 음료를 발견했다.


 

태초의 산성비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비행기의 고도가 10km 정도에 이르면 스크린에 현재 바깥 온도가 영하 40℃ 내지 50℃ 정도라고 나온다. 그러다가 착륙을 위해 하강할 때면 바깥 온도가 쑥쑥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고도가 2-3km쯤 되면 드디어 영상으로 올라가고 지상의 세계가 눈에 들어올 때면 스크린에 표시되는 온도는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포근한 정도로 바뀐다. 지구가 양파 만하다고 보면 사람이 살만한 환경은 양파 껍질과 같은 얇은 층에 불과하다. 인류가 그나마 삶의 공간을 갖게된 데는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는 지구 역사의 초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다. 46억 년 전 초기 지구 표면의 온도는 아주 높았다. 끊임없는 운석 충돌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는 현재 금성의 대기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가 많아 온실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대기의 온도는 물의 끓는점인 1백℃를 훨씬 초과했고 지구상의 모든 물은 사우나탕 같은 대기에 포함돼 있었다.

차츰 운석의 충돌이 뜸해지면서 지구는 어느 정도 식고, 지구 역사상 최초의 비가 내리면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바다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보통 빗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pH가 5.7 정도인 약한 산성을 띤다. 이점을 감안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훨씬 높았던 태초에는 지금보다 훨씬 산성도가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시까지만 해도 피해를 입을 생명체가 출현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바닷물 속의 광합성은 육상 동물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후일 생명체가 등장하고 광합성을 통해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막힌 방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 육상의 식물들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뿌리로부터 끌어올린 물, 그리고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광합성을 한다. 그리고 인간을 포함해서 광합성을 하는 능력이 없는 모든 동물은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에 의지해서 목숨을 부지한다.

약 40억 년 전에 태어난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생겨났고 그 후 약 35억 년 동안은 바다만이 생명의 무대였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런데 만일 이산화탄소가 물에 거의 녹지 않았다면 바다에서 출발한 생명은 그 오랜 세월 동안 광합성을 하기 위해 대기 중에 엄청나게 들어있는 이산화탄소를 올려다보며 숨이 가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물에 어느 정도 녹는다는 사실의 배후에는 물질의 성질은 어떤 원자들이 어떻게 배열돼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하는 원자 세계의 중요한 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우선 이산화탄소의 구조와 유사한 산소 분자(O=O)를 생각해보자. 두 개의 산소 원자는 옥텟 규칙(과학동아 금년 5월호 참조)에 따라 이중결합을 이뤄 산소 분자를 만든다. 그런데 산소는 전자를 끌어당기는 경향(전기음성도)이 높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전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한다. 그러나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산소이고 보니 전체적으로 전자는 어느 쪽으로도 끌려가지 않는다. 따라서 두 개의 산소 원자는 모두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산소는 무극성 분자다. 무극성 분자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약하기 때문에 산소는 끓는점이 아주 낮다. 따라서 상온에서는 기체로 존재한다.

이산화탄소(O=C=O)는 산소 분자에서 산소 원자 사이에 탄소가 끼어 들어간 구조이다. 탄소는 산소보다 전기음성도가 낮아서 산소는 탄소의 전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산소에게 전자를 빼앗긴 탄소는 플러스의 부분 전하를 가지게 되고, 반면 산소는 마이너스 전하를 가진다. 따라서 탄소-산소 결합은 극성을 가진다. 그런데 가운데 탄소가 양쪽의 산소에게 똑같이 끌리다 보니 극성이 상쇄돼 이산화탄소는 전체적으로 산소와 마찬가지로 무극성 분자가 된다. 그래서 이산화탄소도 산소처럼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한다.

물(H2O)에서 산소는 수소의 전자를 끌어당겨 마이너스 전하를 가지고, 전자를 빼앗긴 수소는 플러스 전하를 가진다. 그런데 물은 이산화탄소와는 달리 굽어진 분자이기 때문에 극성 분자다. 극성을 가진 물이 무극성 분자인 이산화탄소나 산소와 상호작용을 할 때 중요한 차이가 생긴다. 극성을 가진 물분자가 산소와 상호작용을 하려고 해도 산소 분자에는 전기를 띤 부분이 없다. 따라서 산소는 물에 별로 녹지 않는다. 이 점이 지구의 대기가 우리와 같은 동물이 호흡하기에 적당한 환경으로 바뀌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바다에서 시작된 광합성의 부산물인 산소가 물에 다 녹았다면 대기에 축적되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물론 대기에 산소가 별로 없었다면 육상으로 동물이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고 인간도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물은 산소를 호흡하여 식물이 만들어낸 탄수화물을 산화시켜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식물과는 달리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적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동물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한편 물에서 음전기를 띠는 산소는 약간의 양전기를 띠는 이산화탄소의 탄소와 상호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는 산소보다 물에 더 많이 녹는다. 더구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각의 금속 성분들이 물에 씻겨 녹아 들어가면 바닷물은 알칼리성을 띠고 이산화탄소는 더 잘 녹게 된다. 수천만 년의 세월 동안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서서히 바닷물에 녹아 들어가고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생겨난 후에는 산소를 대기에 축적시켰다. 40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중간 정도의 시점인 20억 년 전에는 상당한 양의 산소가 대기에 축적되었다고 믿어진다. 육상 동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출현을 위한 준비는 이렇게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탄소 이중결합의 비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이산화탄소는 물에 약간 녹는 기체다. 그런데 탄소와 같은 4족 원소인 실리콘의 산화물(SiO2)은 모래의 주성분인 것을 보면 고체임에 틀림없다. 물론 모래는 소금이나 설탕과 같은 고체와는 달리 물에 녹지도 않는다. 멘델레예프가 같은 족 원소들의 유사성에 입각해서 주기율표를 만들었다던데 어째서 탄소와 실리콘은 이렇게 다른 산화물을 만드는 것일까? 만일 이산화탄소(CO2)가 산화실리콘(SiO2)과 마찬가지로 물에 녹지 않는 고체라면 바닷물에서의 광합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동물은 산소로 탄수화물이나 지방질을 산화시켜서 에너지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다. 사람이 하루에 내쉬는 숨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를 모으면 1 kg정도가 된다. 이만한 양이 몸에 쌓인다고 하면 매일 체중이 1 킬로그램씩 자동적으로 늘게 될 것이다. 두 달이면 성인의 체중은 두 배로 늘어난다. 그 뿐인가. 집에서, 공장에서, 자동차에서 화석 연료를 땔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쌓인다면 지구는 곧 이산화탄소의 재로 뒤덮일 것이다.

그리고 보면 이산화탄소가 기체라는 사실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기체인 이유는 탄소가 이중결합을 이룰 수 있다는데 있다. 탄소보다 원자 지름이 커서 효과적으로 이중결합을 이루지 못하는 실리콘은 산소와 단일 결합을 이루고, 그러다 보니 산화실리콘은 이산화탄소 같이 작은 기체 분자가 아닌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리고 보니 모든 생체 분자가 탄소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물론 탄소가 4 개의 결합을 이루어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같은 족의 실리콘도 4개의 결합을 이룬다. 그렇지만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고 해도 탄소 대신 실리콘을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중결합을 만들지 못하는 실리콘은 이산화탄소같이 적당히 물에 녹는 기체 이산화실리콘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탄소는 생명을 이루어 가는데 적합하도록 기막히게 고안돼 있는 듯하다. 한편 실리콘은 실리콘대로 지상의 생명체가 뿌리를 내리고, 또 발을 디디고 살도록 고안돼 있다.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원자 세계에서도 원소들은 다 제각기 특성을 갖추고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추가:

최근 사이언스지의 보도에 의하면 1991년과 1997년 사이에 화석 연료의 연소로부터 매년 23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가해졌다고 한다. 그 중에서 51억 톤은 광합성에 의해 육지에서 재흡수 되었고, 74억 톤은 바다로 흡수되었으며 나머지 105억 톤은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0.03 퍼센트라면 매년 가해지는 105억 톤의 이산화탄소는 기존의 이산화탄소에 얼마만한 증가를 가져오는 셈일까?

바다물에 녹아 들어간 이산화탄소는 약산인 탄산(H2CO3)을 만든다.

CO2 + H2O -> H2CO3

탄산은 두 단계로 해리해서 탄산 이온(CO32-)을 만든다.

H2CO3 -> HCO3- + H+

HCO3- -> CO32- + H+

마이너스 2의 전하를 가진 탄산 이온과 플러스 2의 전하를 가진 칼슘 이온이 이루는 강한 이온 결합은 조개 껍질, 산호초 등에서 딱딱한 구조를 만드는데 이용된다. 나중에 이 탄산칼슘(CaCO3)은 지각 변동에 의해서 지상에 올라와 석회석으로 발견되어 시멘트의 주원료로 지상의 구조물을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백묵은 거의 대부분이 탄산칼슘이다. 한 자루의 백묵에도 태초 지구의 대기에 들어있던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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