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원자 세계의 다양성

2004.06.15 07:28

lee496 조회 수:3614

이 글은 화학부 김희준 교수님께서 면접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학생들을 위해 쓰신 글입니다.

 

원자 세계의 다양성

 

물질 세계의 다양성

        초등학교 5학년인 영이는 아직도 레고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오늘도 작년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은 레고 세트를 꺼내서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이 레고 세트에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레고 조각들이 20 종류 정도 들어있습니다. 어떤 조각은 네모난 모양이고 어떤 조각은 둥근 모양입니다. 네모난 것 중에는 정사각형도 있고 직사각형도 있습니다. 레고 조각에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습니다. 영이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레고 조각들을 이리 저리 연결해서 기차도 만들고 기린도 만들어 봅니다. 오는 만든 기린은 유난히 목이 긴 기린입니다.

        영이는 오후에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기린은 영이가 레고로 만든 기린보다 훨씬 실감이 갑니다. 몸체도 훨씬 부드럽고 레고로는 만들 수 없었던 털도 있습니다.

        몇 장을 뒤지다 보니 개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미는 이상하게도 몸집에 비해 다리가 가늘어 보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얼마 전에 고등학교 다니는 철이 오빠가 개미에 관한 새로 나온 책을 사왔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오빠 책장에서 개미제국의 발견 이라는 제목의 그 책은 쉽게 눈에 띠었습니다.

        몇 장을 뒤져보니 아름다운 분홍색 꽃잎을 지어 나르는 개미들의 칼라 사진이 나옵니다. 저렇게 가는 다리를 가지고 어떻게 자기보다 큰 물건을 끌고 다니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몇 장 더 뒤지니 이번에는 몸통이 투명해서 속이 들여다보일 지경인 개미 사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레고를 가지고 개미를 만들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고 놀이를 덮어두고 영이는 동물의 세계에 빠져 들어갑니다. 책에 나오는 동물의 가지 수만 해도 수십 종이 됩니다. 세상에는 동물이 몇 가지나 될까 오빠가 오면 물어봐야지 생각합니다.

        철이 오빠가 저녁을 먹기도 전에 영이는 오빠, 세상에는 동물이 몇 종류나 있는지 알아?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평소에는 뭐든지 다 아는 척 하던 철이도 그 문제에는 속수무책인 듯 합니다. 영이는 야, 그런 걸 누가 세어 보았다던? 좌우간 엄청 많겠지, 뭐 하면서 말꼬리를 흐리는 오빠가 못마땅합니다.

        영이도 하늘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을 포함해서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아빠에게서 들은 일이 있습니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자정에 광화문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지만 그 수와 밤하늘의 별의 수와는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을 듯 합니다.

        영이는 좀 늦게 집에 돌아오신 아빠를 붙잡고 아빠, 세상에는 동물이 몇 종류나 있어요? 하고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영이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아빠의 답은 간단치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빠는 한 번도 응, 그건 이렇지 하고 간단한 답을 주시는 법이 없습니다. 꼭 무언가 생각을 하게 만드십니다.

         영이는 오늘도 색다른 질문이 생겼구나 하시면서 아빠는 무언가 뜸을 들이시는 눈치입니다. 영이는 호랑이와 고양이를 같은 종류의 동물로 치겠니? 하고 아빠가 물으셨을 때 영이는 그런 시시한 질문이 어디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랑이는 고양이보다 크고 고양이를 잡아먹지 않아요? 같은 종류라면 서로 잡아먹지는 않겠지요 라고 제법 어른다운 대답을 한 영이는 아마 우리 집 복슬강아지와 옆집의 누렁이는 같이 사이좋게 노는 것을 보면 같은 종류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이번에 아빠는 그래? 그럼 영이 생각에는 고래는 호랑이와 더 가까울까 상어와 더 가까울까? 하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십니다. 영이는 고래와 상어는 물 속에 살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니까 육지에 살면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는 서로 가까울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언뜻 대답이 안나옵니다.

        그날 저녁에 영이는 아빠로부터 상어는 뼈가 없기 때문에 등뼈를 가진 고래나 호랑이와는 아주 먼 친척이라는 것과, 고래와 호랑이는 모두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우는 것을 보면 고래는 상어보다 호랑이에 훨씬 더 가깝다는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옆에서 듣고있던 철이 오빠도 척추동물이니 포유동물이니 하며 거들었습니다.

        그날 아빠 이야기의 핵심은 이와 같이 비슷하다, 다르다 하는 질문은 어느 정도까지 비슷하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과학자들이 종이 같다, 다르다 할 때는 결혼해서 아기를 나을 수 있는 관계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런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지구상에는 대충 100만 종 정도의 동물과 30만 종의 식물이 살고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빠는 영이가 레고로 만든 기린이 눈에 뜨이셨던지 영이야, 레고로 백만 가지 다른 종류의 동물을 만들려면 레고 조각이 몇 종류나 필요할 것 같아? 하고 항상 하시는 대로 생각해 볼 문제를 내주셨습니다.

        동물의 종류, 레고 조각의 종류라는 말을 머리 속에서 굴리면서 영이는 종류라는 말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 밤에 영이는 자리에 누워서 세상의 물건들을 대충 구분해 보았습니다. 일단 모든 식물과 동물이 생명이 없는 돌멩이나 자동차와 같은 물건과 다르다는 점은 쉽게 생각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물과 동물의 차이가 고래와 호랑이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당연하게 생각되었습니다. 호랑이와 고양이가 새끼를 만들어낼 것 같지는 않지만, 영이 반에도 엄마가 외국인인 친구가 있는 것을 보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종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백만이라는 수가 얼마나 큰 수인지 짐작은 잘 안가지만 얼마 전에 TV에서 들은 대로 60억인가 된다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한 종으로 치는 식으로 따져서 백만 종류의 동물이 살고 있다면 지구는 온갖 동물로 바글바글하겠다는 상상을 하다가 영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에 영이는 지구상의 모든 육지와 바다가 온갖 동물들로 빈틈없이 꽉 찬 꿈을 꾸었습니다.  

 

원자: 자연의 레고

        이튿날 잠이 깨어 창 밖을 내다보며 영이는 지구에 백만 종이나 되는 동물이 살면서도 이처럼 여유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대부분의 동물은 사람보다는 훨씬 작은 모양입니다. 그래야 개미처럼 땅 속에도 살고 벌이나 나비처럼 나무 가지 틈에서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영이는 하루 종일 백만 가지 다른 종류의 동물을 만들려면 레고 조각이 몇 종류나 필요할 것 같으냐고 물으신 아빠의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영이가 가진 레고 세트의 20종류 정도로는 어림없을 것이 뻔한데 그렇다고 동물의 종류 수대로 백 만 가지의 레고 조각이 있다고 해서 될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종일 머리를 굴려도 신통한 답을 생각해내지 못한 영이는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혹시나 하고 철이 오빠에게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오빠, 어제 밤에 아빠가 생각해보라고 하신 거 말야... 하니까 오빠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응, 우리 주위의 모든 물질은 90가지 정도의 원소로 이루어졌다는 거 말이지? 하고 간단히 받아넘깁니다. 영이는 언뜻 90가지 정도의 원소라는 말이 백만 종의 동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레고의 가지 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좀 늦은 저녁 식사를 끝낸 후 과일을 먹으면서 아빠는 영이에게 세상에는 수소, 산소, 탄소같이 제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원자들이 90가지 정도 있다는 것, 이렇게 제각기 다른 원자를 원소라고 부른다는 것, 아빠가 영이 나이일 때는 이런 원소들이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져서 우리의 몸과 주위의 모든 물질 세계를 만들게 되었는지는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원소들의 고향과 나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아빠, 그럼 정말 오빠 말대로 그 90가지의 원자들만 있으면 백만 가지의 동물을 다 만들 수 있다는 말이세요? 라는 영이의 질문에 아빠는 그럼, 백만 가지동물과 30만 가지 식물 뿐 아니라 우리가 밟고 다니는 땅, 마시는 물, 공기, 집, 옷, 자동차, 컴퓨터 등 영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물질은 불과 90가지의 원자로 만들어졌지 라고 답해 주셨습니다. 아빠는 또 90가지의 원자 중에서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영이는 TV에서 신기한 마술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90가지의 원소로 세상 전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영이가 본 어떤 마술보다도 신기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철이 오빠가 아버지, 그렇지만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의 종류는 훨씬 더 많지 않아요? 할 때는 분자가 뭔지 모르지만 나도 중 고등학교에 가면 오빠처럼 원자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구름처럼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자번호: 원자 세계의 줄 세우기

        그날 저녁에 아빠는 이야기의 방향을 오빠가 관심을 가질 만한 쪽으로 돌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못 알아들을 말도 많이 있었지만 영이는 귀를 기울여 들었습니다.

        아빠는 오빠에게 철이야, 그런데 90 가지 정도의 원자들은 서로 뭐가 다른지 아니? 하고 서두를 꺼내셨습니다. 원소들은 1번부터 번호를 쭉 매겨나갈 수 있는데 그 원자번호라는 게 바로 양성자의 수라고 배웠어요 라고 오빠가 답했습니다.

        영이는 처음 듣는 말이 나오는 바람에 여기에서 놓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빠, 원자번호는 뭐고 양성자는 뭐야?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자번호는 학교에서도 한 반의 학생수대로 번호가 있듯이 그 90 종류의 원자들에게 매긴 번호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입니다.

         응, 원자번호라는 건 말이야 원소들을 순서대로 일렬로 늘어놓고 1번, 2번해서 번호를 매긴 거야 하는 오빠 말에 영이는 그럼 원자번호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매긴 거란 말이야, 오빠? 하고 묻습니다. 학교에서는 개학식 날 한 반 학생들을 키대로 세워놓고 제일 작은애부터 번호를 매겨나가거든요.

         아니, 그게 아니고 원자 안에는 양성자라는 게 있거든. 이 양성자 수대로 원자번호를 매긴 거야 라는 오빠 말에 영이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90 종류의 원소들의 이름을 배우는 것도 큰 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자 안에 양성자라는 게 들어있다면 이 양성자는 도대체 몇 종류나 있다는 말일까요? 또 아빠와 오빠가 아직은 이야기를 안 했지만 조금 있다가 슬쩍 양성자 말고 다른 무슨 자로 끝나는 물건을 마술사가 모자에서 끄집어내듯 꺼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영이는 오빠, 그럼 양성자는 몇 가지가 있어? 라고 질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철이 오빠는 의외로 야,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 양성자는 양성자지 몇 가지가 있다는 게 무슨 소리야? 하는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때 옆에서 신문을 보는 척 하면서 영이와 철수의 대화를 듣고 계시던 아빠가 끼어 들었습니다. 양성자는 몇 가지가 있냐, 그거 참 기막힌 질문인걸. 아빠는 아직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거든. 뭐든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좋지 하는 아빠 말씀에 오빠는 그럼 양성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말씀이세요? 하고 한발 물러서는 듯 했습니다.

        아빠는 영이가 원자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신통한지 차근차근 다음과 같은 좀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양성자는 철이가 생각했던 대로 한가지뿐이다. 그 한가지뿐인 양성자가 모여서 원자를 만든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 다른 종류의 원자들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양성자 수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원자를 종류별로 원소라고 한다. 자연에는 양성자수가 하나인 제일 간단한 원소인 수소에서 둘인 헬륨 식으로 영이의 반에 번호가 건너뛰는 법이 없듯이 하나도 빈틈없이 90 가지 정도의 다른 원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철이 오빠에게도 새롭게 들리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원자 안에는 중성자와 전자도 있지 않아요? 라는 오빠의 질문에 영이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뭐가 더 나올 줄 알았다니까 하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성자와 마찬가지로 중성자도 전자도 한가지 밖에 없다는 아빠 말에 영이는 일단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세 가지가 모여 90 가지 정도의 다른 원소들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을 듣고 보니 그냥 90 가지 원자들이 있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단순해 보였습니다.  

 

원자 세계의 역할 분담

         철이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원자 안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아니? 하고 아빠는 다시 오빠에게로 시선을 돌리셨습니다. 아마도 이건 영이에게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그런 아빠에게 영이는 약간 섭섭함을 느낍니다.

        원자 이야기는 레고 놀이를 하던 영이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자 안에 양성자, 중성자, 전자라는 자짜 돌림 물건들이 들어있다면 당연히 영이도 왜 그런 것들이 거기 있는지 알 권리가 있겠지요.

        영이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전자가 양성자나 중성자보다 1800배정도 가볍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런 입자들에게 무슨 역할이 있다고는 못 들어보았어요 라는 오빠의 말에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원자 속에 들어있을 리는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이 사과에서 음전기를 띤 전자를 모두 없애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며 아빠는 유도 작전을 펴십니다. 철이가 머뭇거리자 아빠는 영이에게 얼굴을 돌리면서 영이도 이제는 이 사과가 원자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겠지? 그런데 원자 안에는 양전기를 띤 양성자라는 아주 작은 알갱이와 전기를 띠지 않은 중성자라는 양성자와 무게가 비슷한 알갱이가 있고, 양성자나 중성자보다 1800배정도 가벼운 전자라는 알갱이가 있단다. 그런데 전자가 가진 음전기는 양성자의 양전기와 크기는 같고 부호가 반대지

         부호가 반대라는 말은 산수에서 더하기와 빼기와 같다는 말이군요 하며 영이는 초등학교에서 배운 산수가 원자 세계에서 쓸모가 있다는 사실에 가벼운 흥분을 느낍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하며 영이를 부추겨준 아빠는 그럼 이 사과에서 전자를 모두 없애버린다면 무게는 어떻게 될까? 하고 영이에게 질문을 계속하십니다.

         가벼운 전자를 없애버린다고 해서 무게가 크게 줄지는 않겠지요 라고 영이는 가볍게 대답합니다.

        그 사이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철이가 전자를 모두 없애버리면 양전기를 띤 양성자들만 남을 테니까 서로 반발해서 뿔뿔이 흩어지고 말겠지요 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철이는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입니다.

         맞아, 이 사과도 그렇고 우리 몸도 그렇고 이런 모양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전자 덕분이지 라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동안 영이는 자기의 몸이 순식간에 분해되어 양성자들이 사방으로 날아가 버리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러자 다시 철이가 의문이 생긴 모양입니다. 아빠,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이 사과에는 탄소, 산소, 수소 같은 원자들이 들어있지 않아요? 전자를 떼어내면 모두 양성자들로 분해하나요? 그럼 탄소, 산소, 수소 같은 원자들의 구별은 없어지나요?

         야, 우리 철이가 대단한데. 그건 정말 기막힌 질문이야. 나도 그런 각도에서 생각해 본 적은 없거든 하며 아빠는 오빠를 추겨 세웁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대답보다 더 중요하지 라는 아빠 말에 영이도 공감이 갑니다.

         철이 생각에는 어떻게 될 것 같아? 하며 이번에도 역시 아빠는 곧바로 답을 주지 않습니다.

         글쎄요. 만일 탄소, 산소 같은 원자에서 몇 개의 양성자들을 강하게 붙잡아 주는 힘이 있다면 단체 행동을 하겠지요 라고 대답하던 철이는 아, 그게 바로 원자핵이라는 입자로군요 하며 생각에 잠겨있던 영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신이 나서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의 영이에게 탄소의 원자핵에는 6개의 양성자가, 산소의 원자핵에는 8개의 양성자가 붙잡혀 있다, 원자핵의 양성자 수가 바로 원자번호이다, 원자에는 양성자 수와 같은 수의 전자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중성이다 등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근데 아까 중성자라는 것도 있다고 했쟎아, 오빠. 중성자는 뭐 하는 거야 라는 영이의 질문에 철이는 다시 한번 당황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철이는 학교에서 원자에는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동위원소라는 게 있다, 원자량을 계산하려면 어떤 동위원소가 몇 퍼센트 들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배웠지만 중성자가 도대체 왜 들어있는지는 들어본 적도, 의문을 가져본 적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몰라도 돼 라고 했다가는 영이의 등쌀에 못 견딜 것 같습니다.

         철이야. 일단 영이에게 중성자가 어디에 있는 지부터 가르쳐 주렴 하고 아빠가 도움의 손길을 펼칩니다.

         중성자는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이라는 아주 작은 알갱이에 들어 있단다. 원자가 야구장 만한 크기라면 원자핵은 야구장 한가운데 놓인 골프공 정도로 작고 단단하지 라고 말하는 철이는 반발하는 양성자들이 자기가 방금 말한 대로 원자핵이라는 아주 작은 알갱이에 들어 있고 거기에 중성자도 들어 있다면 중성자의 역할은 바로 양성자들을 강하게 붙잡아주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걸 강한 핵력이라고 부르지. 강한 핵력은 양성자들이 반발하는 힘보다 억 배정도 강하기 때문에 영이의 몸에서 전자들을 다 떼어내면 탄소, 산소, 수소는 탄소의 원자핵, 산소의 원자핵, 수소의 원자핵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지겠지 라는 아빠의 말에 영이도 조금은 뭔가 손에 잡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사과를 만들려면 양성자의 수가 다른 탄소, 산소, 수소 같은 여러 가지 원소들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원자핵에 여러 개의 양성자를 붙잡아주어야 한다, 그 역할을 중성자가 한다, 그렇게 해서 생긴 원자핵들이 서로 반발해서 흩어지지 않도록 원자에는 양성자와 같은 수의 전자가 들어있어서 중성 원자를 만든다 그런 얘기군요 라는 철이의 말에 아빠는 아주 잘 요약했다고 하시며 오늘은 이 정도로 충분하니 그만 숙제를 마치고 자라고 하시면서 옆에 놓인 책을 집어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참, 중성 원자가 되면 양성자와 같이 반발은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끌어당기는 힘도 없으니까 원자들이 모여서 사과를 만들기는 어려울 텐데 하며 무슨 힘이 탄소, 산소, 수소 같은 여러 가지 원자들을 붙잡아서 사과를 만드는지 생각해 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화학 결합의 다양성

        이튿날 영이의 머리에서는 어떻게 중성인 원자들이 모여서 우리 주위의 모든 물건들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영이는 만유인력이라는 힘을 들어보았지만 그건 문자 그대로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할 테니까 사과같이 특별한 모양을 가진 물건을 만드는 데는 적합한 힘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빠는 30년 전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아빠랑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하던 현이라는 친구와 신림동에서 같은 하숙방을 쓰게 되었는데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는 둘이는 아예 매달 지금 돈으로 10만원씩을 내놓고 생활필수품이니 라면이니 등등을 공동 구입하고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답니다. 막상 하숙 생활을 시작해 보니까 생활 패턴도 비슷하고 하루의 스케쥴도 비슷해서 따로 살림을 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편했답니다.

         급할 때는 속옷까지 나누어 입었지 하며 아빠는 어려웠던 시절이 은근히 그리운 눈치입니다. 그리고 보니 요즘도 가끔 놀러오시는 현이 아저씨가 바로 아빠 대학 시절부터의 친구인 모양입니다.

         철이는 원자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를 알고 있니? 라는 아빠의 질문에 오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요즘 학교에서 화학 결합을 배우고 있어요. 수소 분자에서 수소 원자 두 개는 각각 전자를 하나씩 내놓고 그 두 개의 전자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결합을 이루고 있으니까 아빠와 현이 아저씨는 공유 결합 하숙생이었군요 라고 신나게 대답했습니다.

         공유치고는 철저한 공유였지 라고 하시며 아빠는 분자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을 의식하셨는지 철이에게 분자를 영이에게 설명해 주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천재 물리학자가 자기가 아는 내용을 중학생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자기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셨습니다.

        영이는 어떤 책은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그게 내 책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입니다. 철이는 잠깐 분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영이가 알아들을지 궁리하는 눈치이더니 영이야, 너희 반 학생들 하나 하나가 원자라고 해봐. 수업 시간 중에는 따로 따로 앉아있으니까 모두 원자 상태인 셈이지. 그런데 집에 돌아갈 때는 외톨박이로 걸어가는 애들도 있지만 둘씩 셋씩 손을 잡고 가는 애들도 많지? 이렇게 원자들이 손을 잡고 뭉친 걸 분자라고 하는 거야 라고 하면서 아빠의 눈치를 살핍니다.

        아빠는 아주 좋은 비유라고 하시면서 영이 입을 통해서 원자들이 분자를 만들기 위해서 내민 손이 바로 철이가 공유 결합을 설명할 때 말한 전자라는 말을 끌어내게 하십니다. 영이는 어제는 전자 덕분에 원자핵들이 날아가 버리지 않는다고 하시더니 알고 보니 전자는 원자들이 흩어지지 않게 해주는 정도가 아니군요. 원자들이 독방을 쓰지 않고 둘이 한 방을 쓰면서 편히 지내게 해주는 게 바로 전자라는 말이지 않아요? 하며 세상의 이치가 원자 세계에도 들어맞는 것이 신기한 눈치입니다.

         이웃 하숙집에서는 같은 과의 친구 둘이 비슷한 하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가끔 불평을 하더군. 같은 돈을 내고도 다른 친구가 라면도 더 먹고 화장지도 더 많이 쓴다는 거야 하시면서 아빠는 더 할 이야기가 있는 눈치입니다.

        많이 먹으면 화장지를 많이 쓰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는 생각에 웃음을 참으며 평소에 불공평한 일은 못 참는 영이는 그럼 따로 살면 되지 않아요? 라고 제가 손해라도 본듯이 톡 쏩니다.

         그래도 갈라서지 않고 같이 사는 건 그게 독방을 쓰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주위에서 하숙생을 많이 보았지만 어차피 사람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차라리 내가 덜 먹더라도 친구가 기분 좋아하는 것을 보는 편이 더 행복하다 하는 친구도 있게 마련이거든

        그 말에 철이가 반가운 듯이 맞아요. 원자 세계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요. 공유 결합에는 탄소-수소와 같이 거의 비슷하게 전자를 나누는 공유 결합도 있고, 염소-수소와 같이 한 쪽으로 많이 치우쳐진 공유 결합도 있어요 라고 말합니다.

        원소들도 성격이 다르다니 참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영이는 오빠, 누가 마음씨 좋은 원소인데 하고 물어봅니다.

         염소는 욕심이 많고, 수소는 욕심이 별로 없단다. 탄소도 마음이 좋은 편이고. 그래서 마음씨 좋은 수소가 탄소와 한 방을 쓰면 제 몫을 거의 다 찾아 먹지만, 먹성 좋은 염소와 만나면 빈 라면 봉지만 만지작거리기가 일쑤지 하는 철이도 하숙생 비유가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여행을 즐기시는 아빠는 인간 세계에도 사람마다 개성이 달라서 세상이 살맛이 나는 것처럼 원자 세계에도 원소마다 개성이 달라서 다양한 화학 결합을 만들어내고, 그 덕분에 세상에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단다 라고 좋은 경치와 좋은 먹거리를 떠올리시는 눈치입니다.

         아빠, 나는 꽃을 보면 모양과 색깔 못지 않게 냄새도 좋아해요 라는 영이의 말에 아빠는 냄새를 내는 물질도 원자들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분자라고 다짐해 주십니다.

        그 날 밤에 아빠는 세상에는 몇 가지 정도의 분자가 있을지 생각해보라는 숙제를 주셨습니다.

 

화합물의 다양성

        이튿날 영이는 오빠의 책장에서 화학 교과서를 꺼내놓고 어제 이야기했던 대로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분자가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역시 H2라고 표시된 수소 분자가 눈이 뜨였습니다. 아마 두 개의 원자를 그렇게 표시하는 모양입니다. 수소와 염소가 결합한 분자는 HCl이라고 되어있고 염화수소라는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수소와 염화수소는 다른 분자인 것이 분명합니다.

        영이는 수소 원자가 세 개 모이면 또 다른 분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H3라고 표시해야겠지요. 그러다가 영이는 수소가 이렇게 자꾸 자꾸 결합을 이루어 나간다면 분자의 종류는 한없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원자 셋이 모이더라도 H3와 H2Cl은 또 다른 분자겠지요.

         그럼 도대체 세상에는 몇 종류의 분자가 있다는 말이야 하고 영이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날 저녁에 철이 오빠는 영이에게 또 한번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원자들이 결합을 할 때에는 제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친구 둘이 손을 하나씩 내밀어서 손을 잡으면 하나의 결합이 생기는 것처럼 원자가 전자를 하나씩 내놓아서 만든 결합을 결합수라고 한다고 합니다.

         결합수의 수는 숫자라는 뜻이 아니고 손이라는 뜻이야. 손과 발을 수족이라고 하지 않아 하고 오빠는 친절히 설명을 보탭니다. 그리고는 영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보려고 그러니까 수소 분자에서 수소 원자는 결합수가 몇 개인 셈이지? 하고 묻습니다. 아빠에게서 질의-응답식 공부의 비법을 배운 모양입니다.

        수소 원자는 각각 전자 하나씩을 내놓는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 영이는 쉽사리 그야 하나지, 뭐 하고 대답합니다.

        이 대목에서 아빠가 수소는 우주가 막 시작될 때 만들어진 우주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원소이다, 다른 원소들은 수소가 모여서 만들어졌다, 원자번호가 1인 가장 간단한 수소는 전자가 하나밖에 없고 따라서 수소가 화학 결합을 이룰 때는 예외 없이 결합수가 하나이다라고 거드셨습니다.

         수소는 1번, 결합수도 하나 그거 참 쉽다라고 생각하며 영이는 그건 구태여 외울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영이야, 그럼 염소는 결합수가 얼마일 것 같애? 하고 오빠가 물었습니다.

        낮에 HCl이라는 화학식을 보았던 영이는 이번에도 쉽게 하나라고 대답합니다.

         그럼 결합수가 2나 3인 원자도 있을까? 하는 철이의 질문에 영이는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영이를 보고 영이야, 물의 화학식이 뭔지 알아? 하고 오빠가 무언가 의도가 들어있는 듯한 질문을 던집니다.

         에취 투 오

         에취가 아니라 에이취야. 수소의 에이취 말이야

         알아, 오는 산소 맞지? 에취 투 오니까 수소가 두 개, 산소가 한 개 결합했다는 말이쟎아 하는 영이의 말에 철이는 나도 영이 나이에 에취 투 오는 알았지 생각하면서 그럼 물에서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을까? 하며 유도 심문을 벌립니다.

         에취 투 오니까 H - H - O 이렇게 종이에 원자들을 연결해 가던 영이는 문득 가운데 수소의 결합수가 2인 것을 깨닫습니다. 이게 아닌데 하던 영이는 한참 궁리 끝에 산소를 가운데 놓으면 수소의 결합수가 둘 다 1이 되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럼 산소의 결합수는 2인 거야? 나도 손이 둘인데 하고 영이는 한발 앞질러 나갑니다.

        자기의 교수 방법에 으쓱해 하는 철이를 바라보면서 아빠는 영이가 지금 발견한 산소의 결합수를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200년도 채 안 된단다 하면서 평소에 하시던 대로 어떤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강조하십니다. 그리고는 산소는 영이 말대로 사람과 여러 면에서 통하는 원소란다. 결합수도 2이지만 사람들이 욕심이 많은 것처럼 전자에 대한 욕심이 많거든 하는 말을 덧붙이십니다.

        그러자 철이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영이야, 산소 분자는 어떻게 생겼을 것 같애? 하고 묻습니다.

        수소 분자는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모양이었었지. 그럼 산소 분자도 그렇게 생겼을까 하면서 영이는 경이와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이의 오른손과 경이의 왼손은 결합을 이루었으니까 좋은데 결합수가 2가 되려면 영이와 경이의 놀고 있는 손을 마주 잡아야 될 것 같습니다. 종이에다 O자를 두 개 써놓고 그 사이에 결합수를 두 개 그어 넣으니까 산소 원자 둘 다 두 개의 결합수를 가진 멋진 산소 분자가 됩니다. 두 손을 맞잡은 영이와 경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렇겠지 생각이 듭니다. 오빠, 맞지? 하며 철이의 승인을 기다리는 영이는 자기가 이미 원자 세계에 상당히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옆에서 영이와 철이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계시던 아빠가 이번에는 영이야, 철이야, 너희들 숨을 얼마 동안이나 멈출 수 있을 것 같애? 하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그러자 철이가 영이야, 우리 내기할까? 하며 시합을 걸어왔습니다. 아빠의 하나 둘 셋에 맞추어 둘이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 숨을 멈추었습니다. 아빠가 시계를 보시며 10초 간격으로 경과한 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10초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30초가 되자 더는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부터는 지지 않기 위해서 오기로 버팁니다. 1분이 조금 지나자 철이가 먼저 휴 하고 손을 듭니다. 영이도 별로 더 오래 가지는 못합니다.

        이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영이와 철이는 공기 중의 산소가 없이는 몇 분도 버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영이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공기 중에서 두 손을 마주 잡고 춤을 추며 돌아다니는 산소 분자가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 저녁에 영이는 우리 주위에는 결합수가 3인 질소도 있고, 결합수가 4인 탄소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수소와 질소가 결합하면 NH3라는 암모니아라는 이름의 화합물이 생기고, 수소가 탄소가 결합하면 CH4라는 메탄이라는 화합물이 생기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산소는 약방의 감초같이 여기 저기 끼어 들기를 좋아하는 녀석처럼 두 원자 사이를 벌리고 끼어 들기를 잘 한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결합수가 2이니까요. 정말 산소는 여러 모로 사람과 닮았습니다. 철이도 학교에서 배운 메탄올이 메탄의 탄소와 수소 원자 사이에 산소가 끼어 들어간 화합물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모양입니다.

        그날 이야기는 결합수가 4인 탄소는 그야말로 사지를 벌려서 사방으로 결합을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탄소는 얼마든지 길게 탄소-탄소 결합을 이어갈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합물의 종류는 자연에 있는 것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을 합쳐서 약 2천 만 가지나 되는데 그 중 70 퍼센트 정도는 탄소를 포함하는 유기화합물이다 등 좀 어려운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영이도 다 이해는 안되었지만 90 가지 원소가 오늘 배운 대로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결합을 이루어서 2천 만 가지 정도의 다양한 화합물을 만든다는 사실이 그럴 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영이가 좋아하는 꽃의 향기도 아빠가 좋아하시는 꽃의 색깔이나 음식의 맛을 내는 물질도 2천 만 가지 화합물의 일부라는 생각에 화합물의 세계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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