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이공계 기피는 대학 책임

2004.10.14 06:56

lee496 조회 수:2350

 

이공계 기피는 대학 책임


        지난 3년간은 이공계로서는 매우 어려운 시련의 기간이었다. 이과 지망생의 감소 추이 현상이 공학교육학술대회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던 2001년 당시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그렇게 심각한 지경으로 확대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또 요즈음처럼 우수 학생들 대부분이 의약계로 쏠려버리게 될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공계 문제에 대한 대책은 상당히 신속하게 취해진 편이다. 우선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앞장서 장학금 지급, 전문연구요원 복무기간 단축 등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내놓았다. 언론은 이공계 직종이 국부 창출과 국가 경쟁력에 직결됨을 널리 인식시켜주었고, 또 상당한 수준의 “깨끗한” 富를 수반할 수도 있음을 아울러 보여주었다. 학계에서도 병역특례제도 개선, 이공계 대학에 대한 투자, 우수 이공계 인력 확보 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과학기술부의 책임 하에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노력에 의해서 이제 대학 외적인 여건은 조성되기 시작한 셈이다. 비록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직 의약계 편중 성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것도 몇 해 안에 그 한계점에 다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각에서는 지금 의약계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뒷북을 치는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만일 그동안 침체되었던 산업이 활성화되게 된다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우수 인력이 다시 이공계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대학으로 넘어온 셈이다. 이공계 문제 해결을 위한 마무리를 대학 교육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직껏 우수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에 대해서 대학이 정부와 사회에 대책을 촉구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이공계에 진학한 우수한 학생이 의약계로 빠져나가는 것에 관해서는 사회가 대학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이제 세상이 달라진 만큼 이공계 대학의 역할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제조업 중심 산업사회에서 “한강의 기적”의 역군을 길러낸 역할을 했다면, 지식기반사회를 맞은 이 시점에서는 고도의 과학기술을 창제 창안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또 기술복합적인 산업과 사회 속의 각종 현안 문제들을 과학기술적이고 사회친화적인 접근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새 시대가 요구하는 이공계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으려면 우선 새로운 개념에 입각한 교육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대학별로 특성화된 교육 목표를 재정립하고, 이에 맞춰 교육체제와 교육프로그램을 재정비하여야 한다. 또 이에 부합하는 교과과정과 교육컨텐츠를 개발하여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흥미를 고양시키고 산업과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서 추진해야 할 것은 대학 교육을 위한 기반 조성이다. 매번 되풀이 제기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 대학 교육의 재정적, 행정적 기반이다. 우리나라 일반 대학들 중에서 그래도 형편이 낫다는 서울대의 경우를 예로 들더라도, 연구비를 포함한 총 예산 규모가 5천억 원에 불과하고 복지조합을 포함한 모든 직원 수가 2천명에 불과하다. 이것은 규모가 비슷한 미국 UCLA대학의 1년 예산이 3조 원 가량이고 직원 수가 2만 5천명인 것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재정적 기반의 부족은 연구 및 교육 인프라의 취약성으로 나타나고, 행정 직원의 부족은 교수와 대학원생들에 대한 잡무 증가와 시설 유지보수의 부실로 나타난다. 이러한 여건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공계 교육은 경비가 많이 드는 교육이다. 이것은 미국에서 공과대학이 대부분 주정부가 지원하는 주립대학에 속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에 걸맞는 투자가 없는 한, 충실한 교육도 국제적인 연구 경쟁도 기대할 수 없다. 이공계 대학들의 혁신적인 교육 발전 자구 노력을 뒷받침하여, 재정적, 행정적 여건 조성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촉구된다. 


李 秉 基 (서울공대 교수, 정보통신, 한국공학교육학회장)


조선일보, 시론, 200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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