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적성찾도록 돕는 미국교육 공감
기본 충실해야 응용 나오는것

해외로 나간 인재들 지금 어디에 있나 -Ⅰ

“천재를 보신 분은 즉각 당사의 해외 인재 선발팀에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 해외 채용 T/F 팀이 이런 공모를 내걸었다. 해외로 빠져 나간 인재들을 수배해 회사에 채용하기 위해서다. 언제부턴가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이공계 인력 일부에게 ‘인재(the Talented)’라는 이름이 씌워지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애타게 찾는 이들 인재는 과연 누구이며,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RPI 메인(MANE)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모씨를 통해 이들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최씨의 유학 생활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어섰다. RPI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군 현역 복무를 위해 귀국했던 3년 가량을 제외하고도 미국 생활만 9년이 더 된 것.
그는 플로리다 주와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 시에서 학부 4년을 마치고 석사와 박사 과정을 합쳐 5년 만에 학위를 취득했다. 현지 경기가 나쁘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신의 커리어를 펼쳐 나갈 자신감에 차 있는 그는 이렇게 첫 마디를 꺼냈다.

“미국에 유학 와서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고생도 많았습니다. 밥 값 아끼려고 하루 한 끼만 먹기도 했고요. 미국에 온 한인 유학생들의 경우 예전엔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여기 뿌리내리려 하는 이들이 제법 됩니다. 저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한이 있어도 아직은 이곳에 있고 싶습니다. 물리학 전공에 수학 및 기계항공공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고국에서 취업할 수도 있지만, 돈 많이 안 벌어도 좋으니 아직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면서 여기서 살려고 합니다.”

그는 지난해 8월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장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학위 수여보다 박사 후 과정(Post Doctor)을 어디서 하느냐다. 전공분야 중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 계산을 해 보고 싶어 최근까지 저축해 둔 사재를 털어 컴퓨터 여러 대를 구입, 스스로 조립했다는 그는, 앞으로 환경이 다른 곳에서 지금 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70년생. 우리로 치면 89학번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몇 십만 명을 먹여 살릴 인재들을 찾아 나선다는데, 그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공부를 하던 사업을 하던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천재 아닐까요? 저는 그저 저 하고 싶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이 즐거워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천재를 찾는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치도록 매진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러면 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서 할 테니까. 박사과정 후 고국에 돌아가 열심히 일하다 다시 이곳에 돌아오는 분도 많이 보았지요.”

-돌아오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저의 의견입니다. 피고용인으로서 봉급 받아 일을 하자면 아무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는 소속한 조직의 이윤 추구를 최우선하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처우는 둘째 문제고요. 일이야 하면 된다지만, 만일 가정을 꾸려 나갈 경우 자식 교육비에 양육문제, 그리고 높아만 가는 물가를 고려한다면 여기 남아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 속에 사는 것도 유익하리라 봅니다. 한국에 갔다가 자녀, 배우자, 또는 여타 가족의 희망에 따라 현지로 다시 돌아오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국내 어린 학생들, 또 우수 고교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여기도 돈 많이 번다는 일부 분야로 사람들 몰립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상대적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지, 적성과 꿈, 그리고 하고픈 그 무엇에 관한 성찰 없이 무조건 어디 어디로 가자는 식의 경향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미국 교육인 것 같고, 그것을 바람직하게 봅니다. 저는 물리학을 하다 수학에 관심이 많아졌고, 결국 이론 유체역학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고요. 근데 우리 젊은 학생들은 저와 같은 이를 아예 비정상인으로 취급하는가 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문은 스스로 두드려야 열리는 것입니다. ”

-국내 이공분야 기업과 정부에 혹 하고픈 말이 있다면?
“돈이 된다 싶은 분야로 우루루 쫓아가는 식은 단기간에 이문만을 추구할 경우 주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오랜 기간을 두고 발굴, 투자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앞으로의 과제일 겁니다.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기본(the very basic)’에 충실한 적이 있었냐고 나라와 기업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기본’이 잘 다져지면 ‘응용(application, implementation)’은 두렵지 않거든요.”

-해외 유학생들 위해 우리 정부에서 유학 지원금을 대폭 인상하고 보조해 준다는 소식이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해외 유학하시는 분이 나태에 빠지지 않는다면 찬성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소지가 많은 것이 인간입니다. 이곳 교수들은 한국 학생들이 자비로 유학을 많이 오기 때문에 연구비나 생활비 그리고 학비의 재정적 지원을 할 때 중국이나 인도 학생들에 비해 우리 학생들을 우선 순위에서 아래 쪽에 두는 경우를 왕왕 접합니다. 미국 와서 미국인 돈으로 공부를 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느냐’이지 학교에서 ‘얼마 받느냐’는 결단코 아닙니다. 개개인 입장에서 보면, 장학금을 받는 이는 그만큼 여유로운 것이고, 못 받는 이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겠지요. 진짜 돈은 졸업 후에 버는 겁니다. 우선은 공부하기에 필요한 만큼의 경비 문제이겠지요. 물론 한국과 비교해서 그 경비가 이곳이 턱없이 비싼 면이 있습니다.”



@과학신문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심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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