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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과학기술계 거품부터 빼자

최근 이공계 기피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고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나, 좀처럼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정부 당국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성 과학기술인들 스스로는 반성할 점이 없는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학자도 경제위기 책임 있어
안전성장 기틀 마련에 기여해야


과학기술인은 IMF 사태로부터 자유로운가?


크게 생각해보면 IMF 사태는 국가적인 위기였고, 과학기술인 또한 고통분담 대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러한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담당했던 기성 과학기술인들에게도 일정부분 IMF 유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책임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자의 정책의지 부족이나 관료의 비전문성, 연구예산 부족, 열악한 대우, 과중한 행정업무 등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기성 과학기술인 중 기관장이나 보직자들이 이의 개선을 위해 과연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절대 다수의 과학기술인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열중했을 뿐(물론 이 부분을 마냥 잘못했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만) 책임감을 갖고 국가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노력은 게을리 해왔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의 경우 과학기술인들이 정부, 기업, 연구기관, 학교, 군, 언론기관 등에 적극 진출하여 최고 경영자, 정책, 기획, 사업, 영업 책임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국가발전을 주도하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한 직무유기’가 있었다 할 것이다.

과학기술입국’으로 Post-IMF 체제 극복을


그러나 어려운 이공계 학문특성과, 위험하고 힘든 지방근무가 많은 근무환경, 주요 정책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소외, 차별적인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해 과학기술인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집단에 대한 대우는 그 집단의 사회적 필요성과 현실 기여도에 의해 좌우되는 속성이 강하다는 점을 두고 볼 때,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푸대접이 사실이라면 이는 과학기술인들이 그 동안 제 몫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라는 역설도 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전반에 걸친 다음과 같은 지적은 귀기울일만한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는 현장감이 넘치고 쉽게 씌어진 책이 별로 없는가 ▷자기 자신 외에는 거의 읽혀지지 않는 보고서들은 왜 그렇게 많은가 ▷왜 성공한 것만 있고 실패한 연구과제들은 별로 없는가 ▷왜 ‘해서는 안 된다’는 일·분야는 별로 없고, ‘하면 된다’는 것들뿐인가 ▷과연 과학기술계는 성차별, 지역차별이나 학력차별로 부터 자유로운가 ▷과연 기업이나 연구소가 필요로 하며 국제경쟁력이 있는 우수인력을 한국 대학들은 얼마나 길러내고 있는가.

한국이 IMF는 졸업했지만 이의 한 원인이 되었던 과학기술계의 거품은 아직 빠지지 않았다. 실적 부풀리기, 현장과 무관한 연구, 실무와 동떨어진 교육, 제목만 바꾸는 중복 연구, 난무하는 학회설립 등의 부실구조는 청산돼야 마땅하다. 대신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 연구풍토 정착, 연구기획·평가 기능강화, 논문보다는 특허·실용실안 중시, 실패사례를 담은 보고서 작성, 비판과 공정경쟁 보장, 산업·연구 현장 중심의 저술과 교육, 연고·온정주의 철폐 등을 통해 과학기술계가 거듭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서 과학기술계는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입국을 통한 21세기 비전’을 확고하게 제시해야 한다. 독일, 일본, 미국 등 과학기술로 선진국이 된 나라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싱가포르, 대만 등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작은 나라들의 생존전략도 기술입국이 아니던가? 우리나라의 60-70년대 고도성장이 ‘공업입국’으로써 가능했다면, 21세기의 안정성장은 ‘과학기술입국’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과학기술인들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데 자만하지 말고, 스스로 내부혁신에 앞장서서 잔존하는 비효율과 부조리를 걷어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인들이 정부, 기업, 연구소, 학교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국가발전의 주역으로서, 경제성장과 국가안보의 양 수레바퀴를 이끄는 ’과학기술 엔진‘이 되어야 할 때다.

@과학신문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임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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