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서울대생에게 띄우는 편지

서울대인이여 자긍심을 잃지 맙시다

2004년 12월 04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


지난 늦봄 무렵 ‘서울대 폐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립대 평준화’를 주장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모 TV 방송 프로그램도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사회자가 한 서울대생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서울대생으로서, 서울대 폐지론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는 그의 답이 궁금했습니다. 분노를 냉철한 논리로 정리하여, 폐지론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할 것인가? 비서울대인을 배려한 사려깊은, 그러나 가슴을 파고드는 언변으로 반대의견을 전개할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고,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게 된 이른바 ‘학벌주의’에 대해, 자신만의 해법을 역제안할 것인가? 내 머리 속에는 끝없는 궁금증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의 반응은 내 예상과 사뭇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머뭇머뭇… 짧지만 긴 침묵이 이어지다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좀더 생각해봐야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답변의 전부라니. 왜 천부당 만부당하다고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하는가. 무엇이 두려웠을까. 나는 깊은 자괴감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서울대생에게 자긍심 하나 심어주지 못한 총장’이라는 자각이 나를 아프게 했습니다.

‘서울대 폐지론’ 왜 당당하게 반박 못하나

실망과 반성의 순간이 지나고, 나는 내 자신의 학창시절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즈음, 즉 1960년대 후반은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대학 재학 4년간, 학기 중 휴교를 안 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일국교 정상화 비판, 부정선거 규탄, 3선개헌 반대 등, 격렬한 데모 덕분이었습니다. 나는 학교공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나만의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습니다. 혼자서 새뮤엘슨(P. Samuelson)의 『경제학』, 힉스(I.R.Hicks)의 『사회구조론』, 최문환의 『민족주의 전개과정』 등 사회과학 서적에 도전하였던 것입니다. 대다수의 친구들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탐독하였습니다.

우리들은 거의 독학을 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난관을 뛰어넘고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울대인이라는 자긍심이었습니다. 서울대인은 한국의 근대화에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서울대학교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를 이끌어나갈 대학이 되리라는 자부심이 우리들의 학구열을 부채질했습니다. 불의를 몰아내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의협심과 열정으로,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거리를 당당히 활보했습니다. 패기가 하늘을 찌르던 우리는 ‘젊은 사자들’이었습니다. 그 때 어느 누가 서울대 폐지론 같은 해괴망측한 질문을 받고, 머뭇거린다든지,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겠습니까.

어려웠던 학창시절의 큰 힘은 서울대인이라는 자긍심

그러나 내실 없는 자긍심은 사실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미국 유학 초기에 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보니, 그들은 세계의 대학을 아이비리그, 빅텐, 캘리포니아시스템, 서부 유럽대학, 일류 일본대학 등으로 분류하면서 서울대학교는 미분류 외국대학(unclassified foreign school)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서울대 교수들이 쓴 연구논문의 양이 세계 35위가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박사를 배출한 역사가 약 25년밖에 안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차라리 기적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가 늘 좋은 평가를 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 「더 타임스」는 서울대를 118등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기운없이 되뇌일 것입니다. “서울대가 진짜 100등도 안되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평가 요소들을 들여다보기로 합시다. 5, 6개 기준 가운데 하나인 동료평가(peer review), 즉 세계 1300여 학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세계 63등이라고 합니다. 교수들이 쓴 연구논문 그리고 국제 세미나에서의 활동 등을 고려한 것이니, 그만하면 서울대도 괜찮은 평가를 받은 셈입니다. 반면에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많다는 점이나, 외국인 교수의 비율이 낮은 점 등이 불리하게 작용하여 종합점수로는 118등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는 이 조사에서도 희망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요한 평가기준 만을 놓고 보면, 서울대는 세계의 상위권 대학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힘입어, 나는 서울대학교가 한 단계 더 높은 평가를 받도록 매진하겠다는 결의를 다집니다.

세계로 도약하는 서울대, 우수한 졸업생의 성공은 당연

사회 일각에서는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사회요직을 독식한다고 비판합니다. 교육투자에 비해 성과가 너무 낮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 부정적 평가에 대해서 우리가 변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반성할 점이 없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실상을 왜곡하면서까지 우리의 몸을 낮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나는 서울대가 우수한 학생들을 충원하여 왔고, 뛰어난 교수진이 나름대로 잘 가르쳐 왔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생들의 사회적 성공은 당연한 귀결일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는 투자에 비해 훌륭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합니다. 흔히들 투자는 서울대를 국내 타 대학과 비교하고, 성과는 세계 일류대학과 비교하며, 서울대를 비난합니다. 이는 옳은 방식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은 세계 일류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투자재원을 더 유치하여 세계 속의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서울대인이여! 자신을 서울대인으로 명예롭게 각인합시다. 서울대학교는 세계 수준의 일류대학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인은 조국의 앞날을 짊어지고 한국을 세계 속의 강소국으로 만들 것입니다. 서울대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맙시다. 자긍심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입니다.


서울대인의 자긍심 잃지 말자 <정운찬 총장>


연합뉴스 2004-12-6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6일 서울대인으로서 자신을 명예롭게 각인하고 자긍심을 잃지 말자 고 말했다.


    정 총장은 6일 학내신문인 `대학신문 에 기고한 `서울대생에게 띄우는  편지 에서 이같이 말하고 서울대인은 조국의 앞날을 짊어지고 한국을 세계속의 강소국으로 만들어 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기고문에서 60년대 나의 학창시절에 서울대인은 `한국 근대화의  주역 이라는 자부심과 패기가 있었다 며 최근 TV 토론프로그램에서 서울대  폐지론을 당당하게 반박하지 못하는 학생을 보고 `학생에게 자긍심 하나 못 심어준 총장 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대가 사회 요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에 스스로 반성할 부분을 찾아야겠지만 실상을 왜곡하면서까지 우리 몸을 낮출 필요는 없다 며 뛰어난 교수진이 우수한 학생들을 잘 가르쳐왔기 때문에 졸업생의 사회적 성공은 당연한 귀결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투자는 국내 타 대학과 비교하지만 성과는 세계  일류대학과 비교하며 서울대를 비난한다 며 이는 옳지 않은 방식이며 서울대는 세계 일류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투자재원을 더욱 유치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생에게 띄우는 편지 를 연재해 온 대학신문은 박원순 변호사,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윤종용 삼성 부회장, 금난새 교수에 이어 이날 정 총장의 기고문을 5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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