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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공학도-의사 뭉쳐 ‘인공뼈’ 국산화

[동아일보 2006-05-25]    

  충북대 의대 정성수(현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의사) 교수는 사고로 뼈가 부서지거나 척추 디스크가 닳아 없어진 환자를 볼 때마다 한계를 느꼈다. 치료용 뼈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답답했다.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과 홍국선 교수는 인체에 ‘쓸 만한’ 신소재를 잔뜩 만들었지만 정작 동물이나 사람 대상의 임상연구에는 ‘까막눈’이었다. 1995년 이 두 사람이 만나 의기투합했다. ‘공학도와 의사’는 11년의 공동연구 끝에 마침내 국내 처음으로 ‘인공뼈’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인공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24일 시판에 들어갔다.


○ 낯설지만 운명적인 만남

1995년 당시 정 교수는 뼈가 필요할 때 환자의 엉덩이뼈, 병원에 보관된 다른 사람의 뼈, 화학 처리한 소뼈 등 ‘생체’ 뼈를 이식하는 데 의존했다.

그러나 생체 뼈를 구하기 힘든 데다 합병증이나 면역거부반응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정 교수는 ‘이럴 바에야 인공뼈를 직접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진료를 중단하고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대 재료공학과 홍 교수의 연구실.

정 교수의 ‘의지’를 읽은 홍 교수는 정 교수의 스승인 서울대 의대 이춘기 교수를 찾아가 인공뼈 공동개발 의사를 전했다. 두 사람은 성공할 때까지 같이 연구하기로 했다.

즉시 연구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의대는 뼈의 디자인과 독성 및 효능 평가를, 홍 교수팀은 신소재와 제조공정을 맡았다.


○ 토끼수술에 매달린 의사들

연구에 매달린 지 5년째인 2000년 마침내 ‘실험용’ 인공뼈가 만들어졌다. 인체에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특수재료(세라믹)에 혈관이 들어가는 미세한 구멍을 내 인공뼈를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세라믹 내부에 혈관 크기의 구멍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

으스러진 뼈 부위에 세라믹을 이식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식 후 주변 정상 뼈들이 자라나 서로 달라붙어야 한다. 이때 세라믹 내부로 혈관이 통과해야 으스러진 부위가 더 확실히 결합된다. 따라서 세라믹 내 구멍은 혈관이 통과할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야 효과적이다.

정 교수는 “가장 앞섰다는 일본의 인공뼈는 구멍이 너무 작아 혈관이 통과하지 못한다”면서 “구멍 지름을 3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로 균일하게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은 정형외과 의사들의 몫이었다. 의사들은 “사람보다 토끼 수술을 더 많이 해 봤다”고 할 정도로 실험에 매달렸다.


○ 공학-의학 합작 첫 작품

홍 교수팀과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들은 인공뼈 개발을 위해 2000년 벤처회사 ‘바이오 알파’를 설립했다. 여기에 대웅제약이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면서 주주사로 참여했다.

바이오알파가 개발한 인공뼈 ‘본그로스-HA’는 으스러진 뼈 부위에 채워 넣는 ‘본칩(Bone Chip)’과 닳아 없어진 척추 디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스페이서(Spacer)’ 등 두 종류.

국내에서 공학과 의학이 만나 성과물을 낸 첫 번째 사례다. 현재 인공뼈 시장 규모는 국내 1200억 원, 전 세계 5조 원으로 추산된다. 유럽에서는 전체 뼈 이식 분야에서 인공뼈가 차지하는 비율이 35%에 이른다.

류 대표는 “인공뼈를 먼저 개발한 영국 프랑스 일본 제품보다 성능이 낫다고 자신한다”며 “올해 국내시장을 공략한 후 내년부터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발의 주역인 홍 교수는 “치과와 이비인후과에서 사용될 새로운 인공뼈를 개발 중”이라며 “바이오산업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공학과 의학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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