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과학 대중화는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이미 퇴색한 이야기이지만, 이전 대선 때 일간지에 실린 예비 후보들과의 인터뷰 기사에 고등학교 시절에 제일 싫어했던 과목을 묻는 대목이 있었다. 내가 30여 년 화학을 공부하다보니 열 명에 가까운 대선 후보들이 제일 많이 꼽은 과목이 화학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기는 나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면서도 왜 과학을 좀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없을까 하는 불만을 지닌 채 졸업을 하고 유학 길에 올랐었다.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것은 우리만의 과제는 아니다.  우리 생각에는 과학 기술의 선진국이요 연구와 교육의 모델인 미국에서도 과학 문맹(科學 文盲; scientific illiteracy) 퇴치에 관한 논의는 끊임없이 계속되고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매년 과학 부문의 노벨상을 휩쓸어가다시피 하는 것을 보면 과연 대중의 과학 수준과 그 사회의 과학 기술 실력과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노벨상 급의 연구 성과나 기술 혁신이 소수 정예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구태여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사회에서 과학 대중화의 논의가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과학 대중화를 해야 한다면 그 대상과 목표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나? 그리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론이 동원되어야 하나? 등의 질문에 대하여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어, 지속적인 논의의 자료로서 제시하였으면 한다.

과학 대중화: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나는 새 학기가 다가오면 마음이 설렌다. 이번 학기에는 어떤 학생들이 내 강의를 통하여 자연의 경이에 대하여 나와 함께 흥분하고, 나와 공명(共鳴)의 장에 들어갈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서이다.
        그런데 한번은 새 학기가 시작되어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 입구 역을 향하는 길에 문득 내가 오늘 강의할 자연의 신비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려고 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들어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퍼뜩 정신이 든 경험이 있다. 짐작컨대 지하철 대중의 대부분은 나의 관심사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용이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각자 삶의 우선 순위의 문제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과학의 이해를 어느 정도 증진시킨다는 것이 자기의 삶과 별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을 알아 가는 즐거움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해도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희랍 문명이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귀족 사회에서 꽃을 피웠듯이, 요즘 사회에서도 일단은 기본 요건이 충족된 중상류 층이 과학 대중화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들은 일단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 대해 시간을 투자할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에게는 과학 기술의 지식을 통해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다. 따라서 과학 지식의 습득은 이들에게는 하나의 필요로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관심이 많지 않은 기성인을 과학 대중화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미국에서도 Scientific American, Popular Scientist 등의 과학 잡지나 Isaac Asimov, Carl Sagan 등의 과학 서적을 읽는 사람들은 이미 과학을 어느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과학동아나 뉴턴 같은 과학 잡지를 읽는 학생이나 일반인은 일단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을 상대로 과학 대중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서양식 표현을 빌린다면 preaching to the choir (이미 성가대원으로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설교에 열을 올리는 것) 격이다. 이들에게는 과학 대중화는 새롭게 밝혀지는 자연의 신비를 소개하는 과학 지식의 update라는 의미가 더 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인구의 저변화, 대중의 과학 마인드 확대라는 의미에서의 과학 대중화는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하는 것일까? 사실 미국에서 논의되는 과학 문맹 퇴치 운동의 초점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K-12)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도 과학 기술의 미래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거의 무제한적인 투자의 혜택을 누린 미국의 과학이 아직은 그 열매를 거두어 들이고 있지만, 우수한 학생의 과학 기피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20년 후에는 주요 과학 잡지가 중국어로 쓰여지지 않을까 하는 농담이 나올 지경이다.
        결국 과학 대중화의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우수한 인력이 창의적인 과학 기술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청소년기에 과학에 친숙해져야만 평생 과학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거나 어떠한 평생 교육의 기회를 통해서거나 과학 대중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초중고등학교 차원에서의 과학 교육이 장기적으로 어느 사회의 과학 기술 수준을 좌우한다고 할 때, 우리 나라는 상당히 열악한 현재의 여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 나라 초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과학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학 과목에 대한 성취도 및 학습 욕구는 상당히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 나라 과학 교육의 문제점이 축적되어 노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나는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과학 대중화는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잘만 하면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아직 순수성을 잃지 않은 세대이다. 한편 이들은 학습의 성취도에 따라 일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captive audience인 것이다. 교실 안의 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교실 밖의 대중을 향한 과학 대중화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과학 대중화: 왜 해야하는가?

*  국가 경쟁력의 측면
        인류 문명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세 가지 발명품을 든다면 화약, 나침반, 인쇄술을 꼽는다고 한다. 또한 라이프지는 구텐베르크를 지난 천 년 동안 인류 역사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우리가 개발한 금속활자가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면 고려시대의 아무아무개가 구텐베르크의 자리에 앉을 뻔했으니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노벨상 몇 개와도 바꿀 수 없는 인류사의 찬란한 업적인데 말이다.
        인류는 화약을 사용해서 적지를 차지했고, 나침반을 사용해서는 미지의 신천지를 차지했다. 그리고 인쇄술은 인류의 가장 큰 적인 무지를 몰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인류의 지식이 구술에 의해서만 전수된다면 reinventing the wheel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지식은 재발견, 재개발의 운명에 놓이게 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화약, 나침반, 인쇄술은 각각 기초과학으로서의 화학과 물리학, 그리고 응용기술을 대변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는 말에 있어서 아는 것의 내용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포괄적으로 포함해야 함을 시사한다.
        아무튼 시대마다 당대의 과학 기술을 잘 습득하고 활용한 나라가 경쟁력을 지니고 인류 문명에 기여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서 말한 미국의 경우에도 과학의 대중화를 논의하는 이유는 과학 기술력이 국방, 경제, 보건복지 등 삶의 모든 면에서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아랍 산유국이나 몇몇 관광국가들처럼 자체의 과학 기술이 없이도 자연의 혜택으로 잘 사는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튼튼한 나라들은 과학 기술면에서 당시 세계적으로 정상에 서있던 나라들이다. 르네상스 이후의 이태리, 네덜란드, 영국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가까이 일본을 보면 과학 기술력과 국력의 관계가 확실히 들어난다. 우리보다 먼저 서구의 과학 기술을 받아들인 일본은 20세기 초에 이미 자체적으로 군함을 만들어서 러시아의 극동함대를 깨뜨릴 힘을 지녔고, 후일에는 미국을 상대로 2차 대전을 일으키기에 이른다.
        이러한 측면은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더욱 가속화될 것이 틀림없다. 최근 급성장 하는 미국 기업의 절반 정도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을 팔고 있으며,영국도 최근 과학 기술을 경제 발전의 주축으로 삼는 혁신적인 백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  문화적인 측면
        혹자는 국제 경쟁력이 뭐 그리 중요한가, 대한사람은 대한사람끼리 길이 보전하면 되었지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요즘 세상에는 한 개인이 외톨박이로 살 수 없듯이 한 나라도 외딴 섬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데 있다. 우리 나라같이 수출을 해야 먹고사는 나라는 더더구나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의 진작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과제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 못지 않게 문화적인 측면에서 과학의 사회적인 기여를 강조하고자 한다. 과학 기술력 자체 못지 않게 과학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 사이만 해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대형 가스 폭발 사고 등을 여러 차례 겪었다. 이렇게 당한 인명의 피해와 마음의 고통을 어떻게 수출 몇 억불과 환산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러한 문제들을 야기하는 우리 국민의 적당 주의는 과학 교육 부실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과학적 법칙을 실험을 통하여 체득하고 그 정당성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그러한 법칙에 반하는 일을 행할 때 어떠한 결과가 오리라는 데에 대한 확실한 예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문제만 푸는 식의 교육으로는 자연의 엄숙한 인과 법칙에 대한 공경심을 배우기 어렵다.
        나는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 사고에 관련하여 부실 공사나 임의 구조 변경을 한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의 결과로 사고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을 알고도 그러한 일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과학 마인드의 부재에서 오는 설마가 화를 부른 것이다. 과학 마인드의 함양을 위해서도 과학의 대중화는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초중고등학교, 아니면 그보다 더 앞서 시작되어야 한다.
        과학 대중화의 문화적인 측면의 중요한 부분으로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특히 청소년들이, 과학적 진실과 종교적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지 모른다. 사회 구성원의 전반적인 과학 수준 향상은 많은 불필요한 갈등 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특성과 영역을 인정하는 과학과 종교 사이의 건강한 관계가 아쉽다.


효과적인 과학 대중화의 구체적인 방안


1.  Storytelling으로서의 과학 대중화

        우리는 모두 이야기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거짓의 위험을 배웠고,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로부터 물욕의 폐해를 배웠다.
        과학도 딱딱한 표현이나 수식을 피하고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서 전달할 수 있다면 초중고등학생이나 일반인이나 간에 과학에 보다 친근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쉽게 가르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데에 있다. 전달할 내용에 대해서 자신이 우선 친숙해지고,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가장 효과적일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노력이 없이는 과학의 내용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서 전달한다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나는 화학의 중요한 개념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모델로서 storytelling으로서의 화학교육 시리즈를 대한 화학회 화학교육 분과에서 발표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만리장성과 산호초 , 세포의 회전목마 , 바람에 실어 보내는 사랑의 편지 를 발표했는데 어디까지 이어질지 나로서도 궁금하다.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화학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짐작이 안 갈 것이나,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다.


2.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방법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는 이야기의 내용인데, 자연에 관한 하나의 구체적인 내용을 선택해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 출간된 개미제국의 발견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북스, 1999)은 이러한 접근방법의 좋은 예이다. 개미를 통해서 생태계의 여러 모습들을 흥미있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접근 방법은 어떤 과학의 원리가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생명의 출현과 진화로 이어지는 자연의 대 드라마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풀어 설명하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떤 내용이 우주의 역사와 자기 자신의 존재 이유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미국에서 몇 년 동안 평생 교육 과정을 가르치면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어떤 환갑이 넘은 할머니는 아주 겁먹은 표정으로 화학 강의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한 학기가 끝날 때는 우리의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수 십억 년 전 어느 별에서 만들어지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화학의 원리에 따라 태양계의 작은 부분인 지구에서 생명을 꾸려 가는 것을 깨닫고는 너무나 감동해서 감사의 뜻을 쪽지에 적어 보내왔었다.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우주와 생명 에 연결시켜 설명할 수 있다. 반응속도를 예로 들어보자. 반응속도가 온도와 반응물질의 농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라도 아래와 같이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 보다 깊숙이 머리에 자리잡게 마련이다.
        
         빅뱅 후 3분간에 수소로부터 헬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 이후 우주의 모습을 크게 좌우한다. 급격히 팽창하는 초기 우주에서 온도는 급격히 감소하고, 반응물질인 수소의 농도 역시 급격히 감소한다. 이 때 우주의 팽창이 좀 느렸다

면 높은 농도의 수소가 높은 온도에 오래 머물렀을 테니까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었을지 모르고, 수소가 없이는 지금과 같은 생명의 출현과 유지는 생각하기 어렵다. 수소는 모든 원소의 조상이다. 수소는 핵융합에 의하여 헬륨으로 바뀌면서 생명의 원동력인 태양 에너지를 내는데, 이와 같은 핵융합이 이어져서 모든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서 생명에 필수적인 물을 만들며, DNA의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수소결합을 통하여 생체고분자 고유의 기능에 부합되는 구조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그밖에 몇 가지의 중요한 과학의 개념들과 이들을 어떻게 우주와 생명 이라는 주제에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나를 간단히 제시한다.
        

       중력 -- 은하계의 생성, 행성에서 기체분자의 탈출속도
       전자기력, 핵력 -- 원자핵에 중성자가 있어야 하는 이유
       전자파 -- 원소의 선스펙트럼, 팽창하는 우주의 발견, 우주 배경복사
       에너지 장벽 -- 원소의 생성이 온도가 높은 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유
       옥텟규칙 -- 우주 공간의 수소 분자, 벅키볼
       기체/액체/고체 -- 행성의 모습, 푸른 행성 지구
       방사능 -- 지구의 나이 측정, 마그마의 대류를 일으키는 열의 발생
       산화/환원 -- 환원성의 태초 대기, 광합성에 의한 대기의 변화
       용해도 -- 태초의 바다에서의 광합성을 가능케 한 이산화탄소의 용해도, 산소의 용해도와 지상의 산소 축적
        산/염기 -- 아미노산, 핵산 등 생명의 기본물질
        화학평형 -- 생명의 화폐 ATP, 인산의 산해리 평형
        촉매 -- DNA 복제 효소, 유전
        극성 -- 최초 생명체의 세포막, 인지질 이중막

        이러한 접근은 20세기 전반에는 시도하기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다행히도 21세기를 맞는 우리는 자연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에 놓여있다. 과학 대중화의 적기인 것이다.
        
3.  과학 교과서 개편

        과학 교육에 다소라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국민소득은 만불에 가까운데,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질은 국민소득이 몇 백불일 때와 크게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다. 화학 교과서만 보더라도 우선 부피가 미국 교과서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고, 컬러 사진으로 채워진 미국 교과서에 비해 조잡하기 짝이 없다. 일단 책을 펴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게 되어있는 것이다.
        게다가 내용은 자세한 배경 설명이 없이 많은 지식의 백화점 식 나열로 되어 있어서, 이해를 하건 말건 문제를 풀어서 점수를 따는데 그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과학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실험도 없이 딱딱한 강의 위주의 과학 교육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대견스럽게 생각될 정도이다.
        과학 교과서가 현대 과학이 발견한 자연의 경이를 제대로 전달하고,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밑바닥에서 시작되는 과학 대중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4.  과학 교사 재훈련과 평생 교육 기회의 확대

        나는 수차에 걸친 서울 시내 과학 교사 연수를 통해서 미국에서 평생 교육 과정을 가르치며 느꼈던 기쁨을 매번 느껴오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에 대해서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요성을 인식하지도 못하던 교사들이 우주와 생명 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연의 경이에 동참할 때 맛보는 감격을 그들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더욱 열심히 교과서 밖의 과학 지식을 배우고, 그것을 교실에서 활용하기를 다짐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나라 과학 교사들은 신선한 충격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 교사 재훈련은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대로 방학 기간을 이용한 연수 방식도 있겠고, 교육방송이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평생 교육의 일환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모여서 평가를 겸한 토론회를 가지면 보다 활기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과학 대중화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 속도를 생각할 때 일반 대중에게 최신 과학정보를 제공하고 현대인의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요즈음 공영 텔리비젼 프로그램의 질이 많이 논의된다. 미국에는 Discovery 채널이 따로 있어서 하루 종일 흥미있는 과학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우리 실정에 맞는 좋은 과학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중 매체나 인터넷을 통한 평생 교육은 우리 국민의 교육열과 맞물려 큰 효과를 거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적절한 평가 방법과 제도가 마련되면 학위 프로그램으로 발전될 수도 있을테고, 그 때는 자연스럽게 다수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과학 대중화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 글은 과학대중화에 힘쓰시는 화학부 김희준 교수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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