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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초중등 과학교육의 방향

2004.07.03 03:55

lee496 조회 수:2541

 

초중등 과학교육의 방향


                                            정완호(한국교원대학교 총장)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학교 교육의 방향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그 복합적인 방안의 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그 개선 방안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학교 교육에 국한하여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을 찾아본다면 앞에서도 지적한 것과 같이 학교 교육이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학교 교육이 이렇게 지식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대학 입시가 단편적인 지식 중심에 치우치고 있는 현상, 교사의 교수 능력의 부족, 학교 시설의 미비, 다인수 학급 등 다양한 원인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는 학교 교육을 지식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들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1) 지식 중심에서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

우리의 학교 교육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내용, 쉬운 내용에 너무 치중하게 되면 기초과학 교육은 그 설자리가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교육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잠재 능력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그 지식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러한 일반적인 능력이 발현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다른 과목의 교육도 그러하지만 특히 과학 교육은 탐구 과정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지 않으면 과학 교육의 목적에 도달할 수 없는 과목이다. 그런데, 과학 시간에만 탐구적인 방법으로 학습하고, 다른 수업 시간에는 비탐구적인 방법으로 학습한다는 것은 여러 과목을 모두 학습해야 하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과학교육이 올바로 되기 위해서는 과학 교과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가 문제해결 중심, 창의성 중심으로 교육의 목표와 방법이 전환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문제해결 중심, 창의성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배경에는 경직된 교육과정 운영에도 그 원인이 있다. 우리 나라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법령으로 공포되어 있고, 이에 따른 교과서가 국정 또는 검인정으로 학교에 공급되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할 최소 필수 내용이다.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 중에 어느 것도 가르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이러한 규제 장치 속에서 학교의 교육이 지식 중심에서 탈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할 내용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할 수 있다. 관찰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할 때, 관찰의 대상을 무엇으로 잡느냐 하는 것은 학교의 여건과 교사나 학생의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대상을 택할 수 있다. 교육의 목표가 과학의 어떤 원리나 법칙이 아니고 자연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능력에 있다면 교육과정에는 목표만 제시하고 그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내용과 방법은 지역, 학교, 교사에게 열어 두어야 한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목표, 교과내용, 교수방법, 평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들이 단지 권장 사항으로 그치지 않고 의무 사항으로 되어 있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이 문제해결력 중심, 창의력 신장 중심으로 가지 못하고 지식 중심에 머물러 있게 된다. 따라서, 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고 그러한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유도해가야 한다고 본다.

이와 같이 학교 교육이 지식 중심에서 문제해결 중심, 창의성 중심으로 바뀌면 과학이 현재와 같이 어렵고 재미없고 쓸모 없는 교과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교과가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궁리하고, 토론하고, 증거를 찾아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과학이 가장 쉽고, 재미있고, 다른 과목을 학습하는 기초가 되는 과목이 될 것이다. 그것은 과학이 그렇게 하기에 가장 적합한 교과이기 때문이다.


2) 과학교사의 근무 여건과 자질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이 과학교육의 질은 과학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도 가능하다. 과학교사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교원 양성 기관의 프로그램, 교사 임용 제도, 교원 연수 제도, 교사의 근무 환경 등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과학교사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과학 교육은 지식 중심에서 탈피하여 탐구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학생들이 탐구학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과학에서 탐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실험 실습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험 실습 여건이라는 것이 단지 실험실과 실험 기구의 확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런 것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교사가 탐구적인 수업을 준비하고, 실험실과 기구를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사가 한 시간의 실험을 계획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를 위해서 수업 전에 교사가 해야 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실험 과정을 계획하고, 필요한 실험기구가 있는지, 있다면 그 실험 기구들이 작동을 제대로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수리하고, 부족한 기구와 재료를 구입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배포할 실험관찰지나 보고서 양식을 개발하고 프린트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다른 교과의 교사와는 달리 과학 교사에게 특별히 부과되는 업무이다. 그런데, 학교의 운영에서는 과학교사의 주당 수업 시수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전혀 없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과학 교사들에게 탐구적인 수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과학교사의 수업 시수를 다른 교사보다 줄여주어야 하고, 과학실에는 과학실을 관리하고, 실험 기구를 점검하고 수리할 수 있는 조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한 개 실험실에 한 명의 조교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과학교사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서 연수의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른 교과에 비해서 과학의 지식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5년 정도의 주기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연수도 연수원에서 하는 그러한 연수뿐만 아니라 연구소, 기상청, 천문대, 기업체 등에서도 할 수 있도록 다양화해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연수 기간도 다양하게 주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대학원의 학위 과정을 연수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3) 과학교육 시설과 기자재의 확충

과학 실험․실습 기자재는 실험과 실습을 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이다. 실험․실습 기자재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 질이다. 지금까지 학교에 공급된 실험 기구는 그 성능이 조잡하여 이를 사용하여 실험했을 때 교육의 목적에 맞는 정확한 데이터를 얻는 경우가 드물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실험에 흥미를 잃고 나아가 실험 결과를 불신하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실험 기구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학교에서 구입하는 실험 기자재의 질이 낮은 것은 실험 기구를 구입하는 과정에 있어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험 기구를 선정하고 구입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권한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교사가 수행함에 있어서 번거롭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많은 교사들이 귀찮아서 구입하지 않고 맨손 수업을 하는 길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 기자재는 고장과 마모가 많이 되기 때문에 내구 연한을 짧게 잡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학교에서 실험 기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예산으로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나라에서 과학 기자재 산업이 발달하게 되고 그 질도 향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4) 과학교육 개혁을 주도할 국가 수준의 과학교육연구센터(SERC)의 설립

지금까지 학교 과학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안을 제시해도 학교의 현실이 그냥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어도 실현이 안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여기에 매우 효과적인 수업 모델이 있다고 하자. 교육학자들이 교사들에게 이 수업 모델을 소개하고, 교사들도 이 모델이 좋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그 교사들이 그 수업 모델 그대로 수업을 실제로 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하나의 교육 이론이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이론이 교재화 되어야 한다. 탐구학습 방법이 교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그 방법을 이해해야 하고, 이를 실천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교육의 현장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교육부나 교육청의 몫이다. 그런데, 교육부나 교육청은 의지는 있을지 모르나 개혁의 방향과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한다. 올바른 교육정책이 마련되고 이 정책이 현장에서 실천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행정기관, 연구기관, 그리고 현장 학교가 서로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과학교육의 전반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체제가 우리 나라에는 전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이 수차에 걸쳐서 주장해 온 바이지만, 국가수준의 과학교육연구센터(SERC)의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과학교육연구센터가 설립된다면, 우리 나라의 과학 교육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이 센터는 단지 이론적인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탐구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범적인 실험실과 실험대의 설계, 새로운 실험 기구의 모형 제작, 효과적인 수업 지도안의 개발과 보급 등의 실제로 교실 현장에서 과학교사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는 일도 하게 될 것이다.


에서 이공계 기피현상과 초․중․고등학교의 과학 교육을 일별해 보았다. 국가의 미래는 국민의 역량에 의하여 좌우된다. 능력있고 혜안이 있는 과학기술계의 지도자들이 각계 각층의 CEO로 포진했을 때 국가의 기초는 모래성이 아니고 탄탄대로 일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계통의 연구소 전문직이 소신껏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보수, 안정, 명예 등이 보장될 때 엘리트 집단이 그곳을 선호하게 된다. 그곳을 찾기 위해 대학의 이공계는 법․상대나 의․치대보다 뜻있는 학생들이 모이게 된다. 초․중․고등학교는 과학의 심성을 제대로 키우기 위하여 대학입시 위주의 점수 따기가 아니고 과학다운 과학을 배우는 터전으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학교 과학교육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지속되도록 지역마다 과학교육연구센터(SERC)가 설립되어 가교 역할을 한다.

상의 꿈같은 이야기가 이루어질 날을 기대해본다. 월드컵에서와 같이 꿈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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