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이공계 기피현상의 문제점 분석(2)

2004.07.19 12:03

lee496 조회 수:2821

 


1. 본론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공계 기피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서 먼저 연구 개발인력이 공급되고 채용되는 인력시장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이론적으로 과학기술인력 시장에 대해 고찰하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짚어보려 한다.


1.1. 이론적 접근


1.1.1. 수요예측[4]

 외국의 경우 과학 및 공학 인력이 국민경제와 관련하여 갖는 중요성이 일찍이 인식되었으며, 이와 같은 인력의 노동시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역시 현재의 우리나라와 같이 이공계 인력의 부족에 대한 우려에 의해 촉발되었으며 그러한 현상은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에 과학자와 공학자의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안정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근대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연구가 이루어졌다. 비록 1960년대에 지속된 경제성장과 우주계획 등, 공공사업의 성공으로 인력부족에 대한 우려가 거의 사라졌으나 경제학자들은 이공계인력시장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였으며, 70년대에 이르러서는 인적자본의 개념과 근대적인 투자이론의 저량-유량(stock-flow) 조정 메커니즘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 연구들은 경제행위자(직종 선택자)들이 정태적인 기대에 따른 근시안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공급과 임금이 주기적으로 증감을 반복하게 되는 거미집(cobweb)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위의 그림2와 같은 거미집 모형은 극단적인 정태적 기대모형으로서 경제 주체들이 외생변수들이 현재의 값을 미래에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임금이 대안직종보다 높은 경우 이공계로 인력이 집중하게 되고, 미래에는 현재의 초과 공급으로 인하여 임금이 하락하게 되어 주기적으로 지원인력과 임금이 증감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형은 경제 주체의 합리성 결여를 그 전제로 하고 있기에 실제보다 외부 변화에 따른 지원인력과 임금의 변화를 과다예측하게 된다.

 반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시된 합리적 기대의 모형의 경우 경제주체는 상태변수의 변화 방향에 관하여 획득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예측을 하며 이에 기초하여 시장의 변화에 대한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미국의 초중등 재학생 감소에 따른 교사의 수급변화에 대하여 대학 신입생의 대응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미래의 시장 경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이용하여 직업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을 행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즉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는 가설이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국내의 경우 이공계 인력의 노동시장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그 하나가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으로서 취업실태 분석과 앞으로의 인력구조 변화방향 등에 대하여 논의를 하고 있으나 공학기술 인력 노동시장을 분석함에 있어서 고용과 임금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으며, 다른 한 가지는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수급 전망에 대한 연구들로서 이러한 연구들은 경직된 투입-산출 모형에 근거한 것이기에 수급 변화에 반응하여 시장이 자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고 과학기술인력과 다른 투입요소간의 대체효과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현황을 분석할 때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가정에 따라 서로 상반되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에 조심하여야 하는데 다수의 이공계 졸업자가 연구개발 이외의 다른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 이것은 이공계 직종에 대한 기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연구개발 인력의 과잉으로 해석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그 선택에 따라 과학기술 인력의 과부족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연구결과의 수용에 있어서는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

1.1.2. 이공계 전공 인력과 시장의 특성

 한 사람의 전문 인력이 탄생하기까지 오랜 기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과학기술 인력과 여타의 전문직 종사자는 비슷한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문직의 안정적인 수요에 비하여 이공계 연구 인력의 경우 환경적인 요인에 가변성이 존재하여 수요 예측이 어려우며 변화가 심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앞의 학문적인 접근 부분에서 언급하였듯이 일반적인 전문직종이 장기간에 대한 시장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성적으로 예측하여 공급을 정할 수 있는 반면에 과학기술 인력의 경우 그러한 장기적인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타의 전문직이 대부분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특성상 그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이나, 이공계 전공 인력의 경우 경기 변동 등에 의한 부침이 심하고 그에 따른 수요의 변화 역시 큰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 주로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업종은 경기의 변동뿐만 아니라 정부의 과학 기술 투자 정책의 변화에 따라서도 연구개발 지출액의 변동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이공계 전공 인력은 타 전문직종 종사자에 비하여 소득에서의 위험(risk)이 더 크며, 세계적인 규모로 지식과 기술의 진보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기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지식의 노후화가 빠르고 인적자본의 감가상각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지식의 빠른 노후화에 따라 연구개발 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 인생의 후반기에 비 공학 직무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 타 직무로 옮기게 되면 연구개발 직으로 복귀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그 빈자리는 대부분 신규 진입자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양질의 연구개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신규 연구개발 인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조건이 되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위험에 대한 보상적 임금 격차 이론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잠재적 이공계 전공 인력이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할 때에는 다른 대안 직종과 이공계 직종에서의 금전적인 기회, 교육비용과 기간을 비교하게 되는데, 미국의 경우 경영, 회계, 법률 분야의 임금과 비교되는 이공계 전공 인력의 상대임금의 변화에 의해 공급이동 요인이 설명되고 있어 공학분야 전공자들이 이러한 분야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1) 위험에 대한 보상적 임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위의 분야와 비교하여 그 대우가 결정되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공학기술자 전체의 평균임금은 일반 대학졸업자 전체의 임금보다 10~50%가량 높으며 공학기술자가 후반기에 경영관련 직무로 이직하는 경향까지 함께 고려할 경우 이 차이는 더욱 증가하게 되어 공학계통의 졸업자는 대학졸업자 중에서 가장 임금이 높은 부류에 속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경영층으로 자리를 옮긴 기술자까지 포함된 전국공학기술자협회(National Society of Professional Engineer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공계 전공 인력 전체의 임금의 중간값(median)은 대학졸업자 전체와 비교하였을 때 7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2)

 또한 이공계 전공 인력은 추가적인 공급이 대부분 신규 졸업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노후인력의 재배치 같은 원인이 외에 외생적 요인에 의하여 이공계 전공 인력의 수요가 변동하게 되는 경우 대학에서의 전공 선택과 같은 신규진입자의 진로선택과 취업간의 긴 시차가 존재하여 공급이 단기에 있어서 매우 비탄력적이게 되고 이들의 임금변화는 주로 수요의 변동에 의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성질은 다른 전문직종의 경우에도 큰 차이가 없으나 이공계 인력의 경우가 외생적인 요인에 의한 수요변화가 크기 때문에 예측에 의한 능동적인 대응이 어렵다.



1.2. 한국적 시장현실


 앞 절에서 주로 논의된 미국의 연구개발 인력시장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경우 몇 가지 특징적인 점이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은 미국에서와 달리 좀더 극단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선 잠재적인 연구개발 인력이 시장에 진입함에 있어서 양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직종의 신규 진입자 수를 결정짓는 요인은 교육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의 학과별 또는 계열별 정원과 관련 부처에서 시행하는 각종 국가 자격증의 심사시험이다. 따라서 실제 직업을 선택하는 이들의 증감과는 다소 동떨어진 점이 존재하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의 이공계 인력 진입의 특성을 규정지어온 큰 요인으로서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병역의무의 존재로서 직업선택의 유연성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다.


1.2.1. 국가주도의 인력수급정책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정책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산업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1966년 설립되었고, 과학기술부가 1967년 설립됨으로써 본격적인 연구개발 활동이 시작될 수 있었다. 당시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으며, 외국에서 활동 중이던 연구 인력을 파격적인 대우와 보상을 보장하며 국내로 유치하게 되었으며, 이들을 씨앗으로 하여 국내에서 본격적인 이공학 연구의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이들은 주로 국내에서 신진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원으로 충원되었으며,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산업계에서도 단순 모방이 아닌 독자적인 연구개발능력이 필요로 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석사과정의 연구직 병역특례를 신설하여 80년대의 산업계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경제적인 고려와는 동떨어진 행정편의주의적인 결정들이었으나 당시 우리나라의 산업과 연구계가 확대일로에 있었던 관계로 별다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석박사학위자에 대한 처우는 다른 대안직종보다 나은 편에 속하였다. 그러나 90년대를 겪으면서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90년대 초반 대학 입시지옥 완화 정책의 하나로 대입정원 확대 정책이 모색되면서 90년대 중반 수년에 걸쳐 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 기업체에서의 인력양성 요구와 대학입시 관계자의 요구에 의해 문과 보다는 주로 이과의 정원이 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대입 응시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정원감축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적정수준의 인력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병역특례 인원의 배치를 조정함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파괴되었다.3)

 우리나라와 같이 진입자의 수가 시장의 요구와 유리되어 정부의 결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경우, 진입희망자가 증가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인 이공계 진입자수의 증대로 연결되지 않고 입학성적등과 같은 능력의 증대로 나타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공계 직종의 인기가 하락할 경우에도 이공계 진입자의 감소가 아닌 질적인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즉 이공계 직종의 선호도가 적정한 능력을 지닌 이공계 인력의 증감이 아닌 진입자의 질의 변화된 인력이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임금이 지금까지는 경력이나 근속년수, 직급에 따른 호봉으로 결정되어 왔기에 직종별 상대임금의 차이가 그 분야의 수급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었다. 이와 같이 이공계 신규진입인력의 수가 고정적이고, 임금 또한 경직되어 있기에 이공계 진입인력의 수와 질 두 가지 요건 모두에서 수요와 공급에서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정부에서는 인력양성계획을 세워 장래의 수요를 감안하여 대학정원을 정하기는 하였으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장기간에 대한 예측은 정확하지 못하며 그 외 정치논리 등이 개입되어 적절한 정책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주도의 인력수급정책에 따른 공급에서의 경직성과 임금변화의 경직성에 의한 수요 신호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이공계 전공 인력양성 체계는 매우 비효율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1.1.1. 병역문제1)

 우리나라의 경우 징병제를 행함에 따라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성의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병역에 대한 해택을 부여함으로써 경제적인 부담 없이 젊고 유능한 인력의 배분을 조정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병역해택이 정책적 수단으로 이용됨에 따라 이공계 인력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처음 이공계 인력에게 병역해택이 주어진 것은 박정희 정권시절 과학인력 양성을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부족한 교원인력의 확충을 위해 교수요원제도를 제시하였으며, 이를 이용하여 국내 유수의 대학원을 나온 석사인력이 대학에서 기초과목의 전임교원으로 병역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산업의 발전에 따라 산업계에서 독자적인 개발능력을 지닌 고급 연구인력의 수급이 문제가 되자 석사과정의 연구직 병역특례를 실시하였다.

 이상의 제도들은 국내의 우수한 인력들이 연구 활동에 전념하도록 하여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후 석사장교의 실시와 폐지를 거치면서 병역특례제도는 과학기술인력의 수급과 배치에 있어서 부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80년대에 짧은 복무기간과 별도 근무연한이 없는 석사장교제도가 신설하였으며 이후 진로의 다양성 등으로 인하여 석사진학의 매우 큰 유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정당성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1991년 갑작스레 폐지되게 되었는데 그 결과 이 제도를 바라보고 학업에 전념하던 많은 이들이 새로이 특례 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혼란을 겪게 되었다. 다행히 당시 산업체에서 석박사급 연구 인력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였기에 많은 이들이 산학연계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병역특례 제도가 전문연구요원제도, 산업기능요원제도로 전환되고, 우리나라가 IMF를 겪으면서 병역특례 제도는 벤처육성 정책과 맞물려 이공계 전공인력의 취업시장을 급격하게 왜곡시키기 시작한다.

 석사장교제도의 폐지이후 지속적인 대학원교육에 위기를 느낀 학계와 인력 공급이 불안해진 산업계의 요구로 1992년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시행되게 되었다. 이때부터 박사 수료 후 5년이라는 근무연한이 정해져 학위 이후의 진로선택의 자유가 제한되었으며 산업계는 안정적인 인력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적용자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무렵인 1997년 IMF사태가 닥쳐왔다. 결국 많은 이들이 산업체에서 복무를 할 수 없게 되자 정부에서는 예외조치로서 전문연구요원의 국내외 박사 후 연수가 가능하게 되었으나 근무연한에 의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즉, 타 진로 선택으로 인한 공급량 조절을 불가하게 함으로써 정부주도의 인력수급정책에 따른 폐해를 줄일 방법이 상실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왜곡은 IMF의 극복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의하여 산업기능요원의 TO를 기존의 업체에서 회수하여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할당하였던 것이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IT 기업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병역특례를 위해서는 전산관련 자격증이 필수가 되었다. 따라서 병역특례를 원하는 대부분의 이공계 전공 대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한 전산을 공부하여야 했으며, 그렇게 공급된 인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으로 복무하게 되었다.

 이로써 산업체는 싼 임금으로 우수인력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었으며, 병역특례요원의 임금은 일종의 기준임금으로 작용하여 이공계 전공자의 초임수준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게 하여 시장에서 가격이라는 신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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