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이공계 기피현상의 문제점 분석(4)

2004.07.19 12:09

lee496 조회 수:3151

 

1. 해결방안


1.1. 시장질서의 회복


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대부분의 전문인력 양성을 국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매년 여러 종류의 고시를 통하여 공인된 전문가가 선발되고 있으며,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일정한 수의 이공계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그 인원이 결정되어 있으며, 정부는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그 인원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하고, 다시 변화된 가격에 따라 그 공급이 변화하게 되지만, 현재와 같이 공급이 일정한 경우 가격에 따라서 변화되는 것은 바로 공급되는 인력의 질이 된다.

 많은 이들이 이공계 기피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문 인력이 되고자 지원하는 이들이 모자라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지원하는 이들이 예전과 달리 더 이상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아니라는 것이며, 또한 현재 그들에 대한 대우가 다른 직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나빠지고 있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현재의 인력공급체계를 개선하여 사회의 요구에 따라 그 공급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하여 이공계 연구 인력들이 그들의 기여에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즉 시장에서의 가격이 적절하게 결정될 수 있고, 가격에 다른 공급의 변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지금의 사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찾아야 할 해법은 현재의 왜곡된 인력시장 환경을 빨리 개선하여 시장논리가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1.1. 인력육성과 공급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한민국의 인재육성은 계획경제적인 성격이 강하다. 인력의 소비는 당시의 사회 경제적인 현실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으나, 육성되는 인력의 수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결정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요구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여 변화하고 있지 못하다. 정부에서도 사회의 필요인력을 미리 감안하여 인력수급에 맞게 대학정원이나 그 외 국가고시 합격자 수를 조정하고 있다. 국가 공인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전문직종을 실제로 그 수요가 상당히 완만하게 변화하여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용이하나 이공계 연구 인력과 같은 경우는 그 수요가 매우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인재를 배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력수요 예측과 양성계획에 의한 인력 공급체계를 수정하여, 사회의 변화된 요구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켜야 한다.


 인력의 공급과 수요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해결방안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그들 개개인에게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하여, 미리 계획된 방향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시기에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로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시장 환경이 변화되어 수요가 감소하거나 증가한 경우 타 분야로의 이동 혹은 타 분야에서의 유입이 용이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인력의 육성에 있어서 수요와 공급 간에 발생하는 시간 차이를 줄이는 것으로서 인력의 육성에 있어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체, 연구기관 등과 연계하여 공동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수요자의 요구를 인력 육성에 반영함으로써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를 적절한 시기에 양성할 수 있는 동시에 실무능력을 위한 재교육기간이 줄어듦으로써 수요와 공급에서의 시간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첫 번째의 해결 방안과 같이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좀 더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좀더 평균적인 인력을 양성하여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방향은 대학졸업 이전의 교육환경에 적합한 것으로서 현재의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상당한 수정을 필요로 한다.

 고교 교육과정의 경우 과거 2학년부터는 문과와 이과로 구문하여 서로 다른 과목을 배워 왔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형태는 대학 입시에서 전공을 선택함에 있어서 두 계열 모두에게 제한으로 작용하였으며, 교차지원등과 같은 방법으로 타 계열로 진학하였을 시에는 대학에서의 학습에 상당한 애로사항으로 작용하였다. 사회에서 인재의 수요와 공급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의 인력수요에 대한 정보를 획득한 학생들이 그 신호에 반응하여 자신들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최대한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대학 진학이후 원활한 전공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교차지원과 같은 형태로 대학진학시의 이공계, 인문계 구분을 없애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고교에서의 교육과정을 좀더 동일화 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유지하기보다는 필수과목을 지정하고 차후 진로를 고려하여 선택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형태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게 되는데, 현재 적용되고 있는 7차 교육 과정부터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형식적으로는 사라져 있다.

 그리고 대학교육에 있어서도 이러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의 신입사원 선발기준을 살펴보면 전문직이 아닌 대부분의 경우 대학에서의 전공지식은 그리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이공계 전공의 경우 취업에 있어서 전공의 영향력이 매우 크며, 전공별로 학습내용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각 전공별로 적절한 수의 인력 육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공계 학과와 연관된 직업의 경우는 대부분 제조업과 깊은 연관이 있어 경기의 부침에 따른 수요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재의 정도 초과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며 현재도 학부 졸업자의 수는 연구직으로의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인력이 초과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초과 공급된 인력의 타 분야로의 진출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게 된다. 이공계 연구 인력이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이전의 논의에서 가정한 바와 같이 우수한 재원들이라면, 그들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손실이 되며, 그들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미래의 우수한 재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건이 된다.

 그리고 연구원이 된 이후에도 직급이 상승함에 따라 직접적인 개발 보다는 개발의 기획과 조율 같은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면, 이공계 학생이라 하더라도 경제나 경영과 관련된 과목을 어느 정도 이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공계 학과의 경우 전공과목을 이수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으로서 이상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공 필수이수 학점 축소가 필요해 진다.

 기술의 빠른 진보는 학부에서 기초부터 응용까지 모두 섭렵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학부과정을 이수하고 취직한 경우 실제 직업현장에서 신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학부에서는 기초적인 전공과목만을 전공필수로 지정하고 응용분야에 대해서는 대학원 등에서 익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으며 그리고 줄어든 필수 이수학점 만큼 타 전공과목을 이수함으로써 학사 취득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좀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의 해결방안은 대학원이상 교육기관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인력양성에 있어서 미래의 고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괴리를 최소화 하고, 학위 취득 이후의 재교육 기간을 줄이는 방안이다. 석사 급 인력은 일반적으로 2년간의 교육기간을 필요로 하며, 박사급 인력은 석사 학위 이후에 3년에서 7년여 동안 교육 받아야 한다. 즉 대학 졸업이후 박사급 인력으로 육성되기까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여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간의 교육은 교육받은 기술과 현실에 적용되는 기술 사이의 기술발전에 따른 유리가 발생하게 한다. 대학원에서 교육받고 연구하는 기술들 중의 상당부분은 그 윗세대가 해외에서 교육받은 것을 다시 이어 받는 것으로서 최신의 기술동향에 비추어 어느 정도의 시간적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의 연구방향의 경우 실용적인 면보다 학문적인 성과에 치중되는 경우가 많아 취업이후 실무에 적응하기 위한 재교육기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학원의 구조적인 경직성이다. 실제 현실의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거기에 따라 인력의 수요도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조직은 매우 경직되어 있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대학교육의 경우 학부제등으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이 부여되었고 또한 다양한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통하여 사회에서 각광받는 지식을 쌓는 기회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나,  대학원의 경우는 대부분 입학할 때 정한 연구실에서 그대로 졸업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연구실의 구성이 변화되지 않으면 배출되는 인력의 구성이 변화되기 어렵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교수진이 대폭적인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그러한 변화가 이루어 질 수 없다. 지금까지 새로이 신설되는 연구실은 있어도 기존의 연구실이 폐쇄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대학원들이 양적인 성장을 해 온 이유도 있으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이들의 변화 거부에 따른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학부제의 경우에도 그러했지만, 현재 사회에서의 요구와 교육기관에서의 교육내용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이들의 위치를 위협하게 된다. 그리고 사양산업이나 학문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원로교수의 위치에서 대학의 권력을 잡고 있는 경우, 그러한 저항은 더욱 커지게 되고 이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필요이상의 인력을 배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고등실업자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의견이 인력 양성에 반영이 되어야 하며, 지금까지와 같이 정부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의견이 반영되는 형식이 아니라 직접 인력양성과정에 참여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산학협동의 연구, 교육과정의 형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하여 인력양성에 소요되는 기간과 배출된 인력이 실무에 적응하는 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국내의 경우 박사급 이상의 인력 중 상당수가 대학에 존재하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수준 높은 기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 못하는 형편이므로 더 많은 기업들이 우수인 인력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대학에서는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산학협동과 같은 형태로 대학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 대학에 출자를 하게 되면 반대급부로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대학의 교육과정을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개선은 교육기관의 교육이 실제 산업계의 현실을 더욱 잘 반영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가 기초과학을 등한시하고 지나치게 응용기술에만 집중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지금도 기초과학분에로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되고 있는 현실에서 실용화에만 급급한 연구 활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기초연구를 수행할 인력을 양성하여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앞서와 같은 방식으로 기초과학의 연구를 담당하는 국책연구소나 과기부 등에서 일반기업과 같은 형태로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1.1.2. 인력소비

 시장에서 공급과 소비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실제 공급된 인력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은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인력은 스스로가 팔릴 곳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시장에서 이성적인 소비자가 행하는 행위를 기업이나 각각의 연구기관들이 행하게 되지만 그 이전에 팔릴 상품인 인력이 먼저 자신이 갈 곳을 지원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시장의 상품과 인력이 서로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력양성 과정을 개선함과 동시에 인력의 배치와 활용에 대해서도 개선이 행해져야 효율적인 인력육성이 이루어 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 자신이 선택하고자하는 대안들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인력의 소비 이전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고교시절과 대학진학시기에 자신들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해당 전공 이수자의 미래 직업에 대한 것이 된다. 과거에는 해당전공 이수자의 미래보다 그 이전까지의 입학성적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 지원가능 점수뿐만 아니라 전공별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으며, 이것은 고급인력의 이공계 진학 기피를 가져왔다. 따라서 여기까지 드러난 결과로는 현재의 이공계 전공이수자의 삶이 고급인력을 유치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 이공계로 진학한 인력의 활용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속적으로 원활하게 인력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을 잘 배치하고 인력의 적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비단 이공계 전공자의 경우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직장생활자에게 모두 적용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이들은 이공계 전공인력 중에서도 상위의 고급인력으로서 그들의 대안직종은 회사원이 아니라 기타 전문직종이라는 것이다.

 앞서 인력의 공급측면에서 언급하였듯이 대부분의 전문직종은 정부에서 충분히 그 진입을 제어함으로써 종사자들이 과 공급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근래의 전문직에 대한 선호 중 상당부분은 불확실성 하에서도 높은 직업적 안정성과 보수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공계의 문제에서는 정부가 사회의 수요 이하로 인력양성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타 전문직종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또한 수요의 가변성도 매우 크기에 적절한 공급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현재 대학으로의 고급연구인력 집중[10]은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욕구에 의한 것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근래에 들어 이공계 인력의 직업적 안정성을 위하여 연금제나 종신고용제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여 이공계 연구직에 안정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지금 학계로 모이는 이들 중의 상당수는 학계로 가기 위해 이공계 연구직에 투신한 것이 아니라, IMF때의 정부 연구기관 구조조정 바람과 이후 벤처기업의 몰락으로 인한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지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이공계의 불만족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실제로 그와 같은 방안이 행해질 경우 경쟁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인력의 흐름이 한곳에 정체되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결 가능한 방안으로는 충분한 인력을 양성하고, 잉여인력은 빠르게 타 직업군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하여 기업체와 개인 모두가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진로변경의 유연성 재고는 앞서 언급한 인력양성 부분과 연관되어있는 내용으로서 대학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에 대한 소양을 쌓도록 하는 것과 함께 직장 내에서도 재교육을 통하여 연구직 외의 연구관리, 관련 경영분야 등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으로 마음 놓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연구직 종사자들이 그와 같은 해택을 누릴 수 없다.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인력들이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기존 인력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은 신규 채용계획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후화되거나 과잉인 연구 인력이 다른 분야로 쉽게 진출할 수 있게 하여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것이 오히려 연구직의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인력의 활용에 있어서 그들에게 알맞은 대우를 해 주는 것 역시 적절한 인력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즉, 유능한 인력이 자신의 능력에 따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전 휴대폰 제조업체인 LG전자에서 펜텍&큐리텔로 이직한 연구원들을 LG전자가 고소한 일이 있었다. 퇴직 후 동종업계에 일정기간동안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계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다행히 연구원들에게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으나 이와 같은 혹은 유사한 계약으로 인하여 이직이 어려워지는 경우 기술의 특성상 장기간의 방기는 스스로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 되며, 그로 인하여 이직 후에도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와 비슷한 계약관계에 있으며, 이를 통하여 자신들의 가치에 못 미치는 대가를 받으며 생업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다.1)


1.1.3. 정보의 불균형

미시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로 정보의 불균형을 들고 있다. 정보의 불균형은 단지 상품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인력의 양성과 채용과정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계획경제에 가까운 인력양성체계이므로 과거 동구권의 계획경제체계가 그러하였듯이 시장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인력의 양성과 배치의 경우에 시장의 정보를 빨리 받아들여 반응할 수 있는 체계를 이룩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여기에서는 인력의 양성과 채용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서 존재하는 선택과정에서 정보의 작용이 매우 중요하기에 따로 때어서 설명하려한다.

 지금의 이공계기피 현상은 인력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보상체계 왜곡과 인력시장의 경직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이공계기피가 진행된 것은 정보전달과정의 왜곡의 해소과정에 의한 것이 크다. 특히 기존 연구자들의 이공계 이탈현상은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이 시차를 두고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점이 일반적인 시장실패와는 다른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변화를 고려하여야 한다.


 첫 번째 변화는 수험생의 전공 선택에 있어서 진학지도의 기반이 되는 정보의 변화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거의 모든 대입 지원자들은 자신의 학력고사 혹은 수능 점수를 바탕으로 지원대학과 학과를 선택해 왔다. 또한, 대학과 학과의 가치는 그 전년도의 최저 합격점수로 판단되어 왔다. 그리고 철저한 대학 서열화에 따라 대부분 자신의 적성과 흥미 외에 어느 대학으로 진학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학과인가 보다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였었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 들어서 철저하게 실리위주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정보를 기준으로 진학지도가 이루어지는 것이 그 한가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변화는 사회적인 선호체계의 변화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지나면서 이공계 연구직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과 대우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으며, 정부에서도 타 분야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우대를 해 주었다. 그러나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제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오면서 실질적인 힘이 부족한 이공계 연구인력의 처우 또한 다른 전문직종에 비교하여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1980년대에 대학에 진학하여 1990년대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들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이상의 두 가지 변화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금의 이공계 기피 혹은 이탈 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이공계 학과로의 우수 학생 지원자가 줄어든 이공계 기피현상의 경우 첫 번째 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대학간판에 의해 진학을 결정하는 풍토 하에서 상위권 대학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대부분은 고급인력을 확보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였으며, 이는 서울대등의 소위 명문대라 칭해지는 대학에서는 상당수의 비인기 학과에서도 고급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IMF사태를 겪으면서 학생들의 진학기준에서 실제 대학졸업이후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중심으로 실리를 따지는 경향이 강화되었으며, 비인기 학과에 한해서는 대학에 상관없이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줄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향은 수능문제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변별력이 약해져 대학간의 입학점수에 의한 서열화가 약해지면서 더더욱 강화되었다. 이공계 전공의 경우 문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하여 비인기 학과가 아니나, 최상위 지원자의 경우 지원 가능한 타 계열, 특히 의약학 계열로의 이동이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와 달리 과거엔 졸업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더욱 자세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었고, 그 이후의 이익을 기반으로 진학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근래에 들어 더욱 급격한 지원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존의 연구자들이 이공계 직업을 그만두는 이공계 이탈 현상은 두 번째 변화에 의한 영향이 크다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대학으로 진학을 하여 1990년대에 박사학위를 딴 이공계 연구직 종사자들의 경우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되었는데, 이들은 진로의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누리기까지 사회적인 변화를 가장 많이 겪은 세대이다. 1980년대 까지만 하여도 이공계 연구직에 대한 사회적인 처우와 인식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또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여도 상위권 대학의 공대 합격점수는 웬만한 의약학 계열로의 진학이 가능한 점수였다. 즉 입학 점수 순으로 선호체계를 구성한다면 상위권 학생의 경우 이공계가 의약학 계열에 비하여 뒤지지 않았으며,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오히려 이공계 학과를 더욱 선호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이들이 교육받고 사회에 진출할 때엔 변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서부터 1990년대를 지나는 동안 이공계 연구직에 대한 처우는 상대적으로 나빠졌으며, 학사장교등과 같은 혜택도 줄어들었다. 따라서 점차적으로 이공계 연구직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나 낮아지고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IMF시기의 구조조정 추세에 따라 타 직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이공계 연구직에 대한 선호는 더욱 낮아 졌으며 의료대란 때 보여준 의약학 계열의 안정성과 비교되어 그 차이는 더욱 심하게 되었다. 비록 한때 벤처기업인 등으로 이공계 전공자가 각광을 받은 시기도 존재하였으나 세계적인 IT업계의 불황 속에 이공계 연구직의 위상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회적으로 직업에 대한 선호체계에서 의약학 계열이 이공계 종사자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1980년대 후반 학번들은 진학 시와 취업시의 선호체계가 서로 상반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경험은 그들에게 더욱 커다란 상실감으로 다가왔으며, 여력이 있는 이들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진로를 바꾸는 이공계 이탈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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