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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기부금이 대학경쟁력 키운다

2006.01.19 07:05

lee496 조회 수:2468

 기부금이 대학경쟁력 키운다

[매일경제 2006-01-15]


21세기 지식기반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식의 창출과 전달을 책임맡고 있는 대학 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그들 대학의 경쟁 력을 높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04년 4월 대학 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에 차등을 두는 국립대학 법인화 를 이미 시행한 바 있으며,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파격적인 예산지원으로 미국 MIT와의 공동 학위제를 도입했다.

이제 싱가포르는 아시아권 우수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세계적인 대학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면 국가번영의 필수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학의 경쟁력이란 도대체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영국의 더타임스와 중국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은 매년 그들 나름대로 전세계 대학을 평가해서 각각 상위 200등, 500등까지 대학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런 평가에는 교수 대 학생비율, 논문 출판 수와 피인용 수, 뛰어난 업적을 이룬 교수 수 그리고 각국 학자들에 의한 동료 평가 등이 고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00여 개의 대학과 160여 개의 전문대학이 있는데, 앞서의 200대 대학에는 단지 3개 그리고 500대 대학에는 7개가 포함되었을 뿐이다. 500대 대학 중에 우리와 같이 7개의 대학을 포함시킨 나라는 이스라엘인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나라에는 모두 합쳐 7개의 대학과 14개의 전문대학만이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갖는 놀라운 힘이 어디서 마련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어느 기관에 의한 평가에서건 항상 1등을 차지하는 미국의 하버드대학을 살펴보면 대학 경쟁력의 근본이 어디서 마련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땅에 가장 먼저 세워진 하버드 대학의 캠퍼스에는 모두 90여 곳이 넘는 각 전공 분야별 도서관이 있으며, 여기에는 1500만권의 장서가 보존되어 있는데, 이는 1638년 존 하버드가 세상을 떠나면서 기증한 400권의 책과 유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하버드의 도서관들은 와이드너(Widener) 기념도서관 혹은 라모(Lamont) 도서관 등과 같이 대부분이 기증자의 이름을 따고 있는데, 전자는 1912년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가 기증한 것이며, 후자는 졸업생 라모가 학부생을 위해 1949년 기부한 것이다.

한 개인이 쌓았던 부(富)가 그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교육을 위해 지속적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부문화 정착은 국가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 듯 싶다.

그리고 이런 기부가 아니었다면 누가 지금 와이드너나 라모란 이름을 기억하고 있겠는가.

하버드대학에는 도서관이나 건물 외에도 작게는 몇 십달러에서 크게는 수 백만 달러까지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기부금이 현재 약 23조원이나 쌓여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연간 1조원 정도로 생각하면 1만9000명 하버드대학생 들에게는 매년 한 학생당 기부금에서만 약 5000만원 이상의 교육 투자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학생이 내는 등록금과 연구비까지 합하면 하버드대학은 학생 한 명을 교육하는 데 연간 1억3000만원 정도를 쓰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기금은 하버드의 100분의 1인 2300억원을 갖고 있으며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로는 하버드의 10분의 1 정도를 쓰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하버드가 세계 1등이고 서울대가 100위권을 넘나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울러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학의 내부 문화도 쇄신되어야 한다.

최근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는 대학 내부에서의 교수간 경쟁이 치열하지 못하다.

미국 유수 대학의 경우 조교수로 임용 후 교육성과가 미흡하거나 혹은 연구업적이 불충분해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비율은 50%를 훌쩍 넘는다. 정교수의 경우는 연봉 조절로 경쟁을 촉진한다.

이처럼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들간 교육 및 연구 경쟁이 있어야 확보되는 것인 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능력 있는 총장이 시간을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370년 역사의 하버드는 그간 27명의 총장을 가졌던 반면 60년 역사의 서울대는 이미 23명의 총장이 봉직했다. 겨우 2~3년 일하면서 대학문화를 바꿀 수 있는 그런 초능력의 총장은 이 세상에 없다.

[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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