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고효율 탄소소재 개발한 토종 서울대 공대생 한상진


“차세대 에너지원 가능성 앞당겨”

29살의 청년 공학도가 이공계 기피현상에 무기력해진 국내 이공계 대학을 흥분시켰다. 서울대 공대 응용화학부 박사과정의 토종 공학도인 한상진씨가 새로운 탄소소재를 발명한 성과로 ‘젊은 발명가상’에서 은상을 차지한 것.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4회째를 맞는 이 상은 미국 다우존스사(社)가 발간하는 경제잡지인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ar Eastern Economic Review)가 주관하고 휴렛팩커드(HP)가 지원하는 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학생들 중 우수한 연구업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한다.

한씨의 발명품은 차세대 전기 공급원으로 유망한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고효율의 탄소소재. 연료전지는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소와 산소, 혹은 메탄올을 결합시켜 값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발생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연료전지를 이용한 휴대용 전자제품의 배터리 전원으로 활용 가능한 정도이지만 좀더 개발하면 자동차는 물론 발전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석유나 우라늄을 태우지 않고도 값싼 재료로 환경오염 걱정없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은 물론 선진국들이 국책 연구소를 만들어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이 연료전지 분야에서 리딩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한국의 기술수준은 유럽과 비슷하다. 일본의 전자회사인 NEC는 노트북 배터리, 도시바에서는 휴대폰 배터리용 전원을 이미 시제품으로 내놓았다.

기존 방식보다 6배 이상 효율적

하지만 문제는 값싼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값비싼 ‘백금’이 촉매(담지체)로 필요하다는 것.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시장성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료전지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백금을 탄소소재에 흡착시켜 백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한씨가 개발한 새로운 탄소소재는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개발된 소재보다 6배 이상 효율적이다. 즉 연료전지에 필요한 백금의 양을 1/6로 줄인 것이다.

한씨는 2003년 9월 자신의 연구 결과를 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학회지인 ‘Angewandte Chemie(독일)’에 발표했다. 한씨의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연료전지 개발에 매달려 있던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이 기술을 구입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국내 기업들이 단박에 외국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가 개발한 탄소재료는 이미 특허협력조약에 출원했기 때문에 기업들과 협상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씨의 지도교수 현택환 교수는 “대기업들이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충분한 시장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협상 결과에 따라 충분한 시장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상으로 받은 상금 600여만원은 한씨가 개발한 혁신적인 기술의 시장가격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셈이다.

한씨는 자신의 발명품이 ‘무수한 실패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 몇 년 간 수도 없이 실패를 했습니다. 한마디로 ‘뻘짓’을 엄청나게 한 것이죠. 하지만 그런 실패가 없었다면 새로운 탄소소재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한씨의 개발품도 일종의 ‘실패작’이다. 2002년 2월 한씨는 수십 차례의 실패 끝에 이론적으로 가장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시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광주 과학기술원으로 보냈다. 여기에 곁다리로 제품 하나를 더 딸려 보냈다. 한씨는 “이론적으로 ‘베스트’라고 생각했던 제품을 테스트했을 때는 결과가 형편없었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싶어 ‘별책부록’ 삼아 내려보낸 것이 ‘대박’을 터뜨린 겁니다.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테스트 결과에 너무 놀라 곧바로 저의 지도교수님께 전화를 거셨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한씨의 주 관심 분야는 ‘탄소재료’ 분야. 때문에 한씨의 연구실 책상 위에는 검은 가루가 담긴 투명한 통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다. 언뜻 보면 ‘숯가루’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씨는 “크게 보면 숯가루도 탄소재료에 포함됩니다. 저래뵈도 저 시커먼 가루가 연료전지는 물론 흡취제, 폐수처리, 고분자 물질 등 용도가 엄청납니다. 앞으로 저 숯가루가 세상을 바꿀 겁니다”라고 말했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한씨가 탄소재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도교수인 현택환 교수 때문이다. 나노기술 전문가인 현 교수는 한씨에게 탄소재료 분야를 연구해 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한씨를 지도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새로운 탄소재료인 것이다.


서울대 공업화학과 94학번인 한씨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과학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진학을 결정할 무렵 집에서 받아 보던 조선일보의 산업기상 전망도에 화공 분야가 ‘맑음’이라고 표시돼 있어서 공업화학과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화공을 전공하면 최소한 굶고 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한씨는 “올해 2월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 내년쯤 과학기술 선진국에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습니다. 기업 연구소보다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순수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한씨는 면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오전 11시쯤 학교 연구실로 등교해 연구실과 실험실을 오가며 공부하다 밤 12시쯤 집으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이공계 대학원생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씨는 자신의 전공인 ‘탄소재료’ 분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핏대를 세웠다. 다른 것은 몰라도 ‘탄소’만큼은 자신있다는 것이다.

한씨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연구실을 떠나는 기자를 붙잡았다. 그는 “대기업 장학재단의 이공계 지원금도 대부분 미국 유학생들에게만 집중돼 있습니다. 저의 연구가 최소한의 투자만 있다면 국내 이공계생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노기술 전문가 현택환 지도교수 : “제자들 ‘볶는’것은 교수의 숙명”

한상진씨 연구의 얼개를 그리고 지도했던 현택환 교수는 제자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 교수는 “제가 미국 MIT나 일리노이 대학의 교수들을 만나도 제자들 자랑을 빼놓지 않습니다. 실력으로나 성실성으로나 미국 대학원생들을 능가하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거든요. 이번에 상을 받은 상진이도 대단하지만 연구실에 있는 다른 대학원생들도 최고의 인재들”이라고 제자들을 추켜세웠다.

한씨를 지도한 현 교수도 국내 나노기술 연구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현 교수는 2002년 국내 이공계열 분야의 가장 큰 상인 ‘젊은과학자상’(공업화학분야) 대통령상을 받고, 현재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산화물나노결정 분야) 연구단 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 교수의 학생 지도 스타일은 프로 골퍼의 ‘원 포인트 레슨형’. 현 교수는 “큰 방향은 교수가 제시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연구목표나 연구방법에 대해서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습니다. 도저히 학생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생겼을 때만 제가 나섭니다. 물론 학생들 공부 열심히 하라고 ‘들들 볶는’ 것은 교수의 숙명이죠. 실패든 고생이든 스스로 해 봐야 발전이 있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한씨의 작업에 대해서도 현 교수는 ‘나노 재료를 제조·응용하는 분야를 연구해 보라’는 큰 틀만 제시하고 연구가 벽에 부딪쳤을 때만 나섰다. 하지만 한씨는 “고생 끝에 추출한 탄소재료를 테스트하기 위해 보내 놓고 교수님도 본인만큼이나 가슴을 졸이면서 결과를 기다리셨다”며 “연구결과의 절반은 교수님 몫”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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