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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파이팅 이공계] 화려한 부활의 꿈

2004.10.13 07:55

lee496 조회 수:2813

 

[파이팅 이공계] 화려한 부활의 꿈

그들 손 닿으면 기적 열린다


이공계 위기론이 한국사회의 화두가 된 건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위기가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공계를 살리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돼야만 한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로선 과학기술이야말로,우리가 먹고 살 만한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가져야 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위기설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우리 이공계는 완전히 좌절하지 않고 특유의 실험정신과 도전의욕으로 곳곳에서 희망의 불씨를 피워 내고 있다. 열악한 환경을 꿋꿋이 견뎌내며 밤새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기름묻은 작업복을 벗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대한민국 이공계는 화려한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5회에 걸쳐 계속되는 시리즈의 첫 회에 부활과 도약을 꿈꾸는 과학·기술자들을 취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사양으로 치닫는 산업이라도 첨단은 있는 법이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역발상으로 캐낸 첨단 노다지 는 과학기술의 힘,이공계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지난 6일 오후 찾아간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삼성SDI 부산사업장(공장장·이동욱 전무) 내 디지털 디스플레이 연구소 . 화질은 탁월한데 두께가 두껍다 는 브라운관의 통념을 깨고 두께가 얇아진 빅슬림 브라운관을 만든 제품개발팀(18명)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한물간 사양산업 제품쯤으로 여기던 브라운관의 두께가 확 줄어들자 국내외의 관심과 구매요청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현재도 하루 평균 5통 이상의 해외거래처 전화가 걸려오고 다른 일반 부서에도 가격과 양산 시기에 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빅슬림 제품개발팀을 진두지휘한 변창련 상무는 이날 열흘간의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첫 출근을 한 터라 바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빅슬림 얘기가 나오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 제품 개발을 위해 들인 공은 말로 다 못할 겁니다. 20명의 연구개발 인력과 약 4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습니다. 디지털TV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한번은 TV를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나 PDP나 LCD TV는 비싸다는 점을 겨냥,지난 2000년 극비리에 핵심개발팀을 구성했습니다. 2002년 슬림아트 기술을 완성한 이후에도 3년간의 상품화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총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셈이죠. 지난 3월부터는 제품개발팀 전원이 모처에 입소 해 합숙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선 끝에 마침내 3개월여 만에 출소 할 수 있었습니다.


출소 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옆에 있던 김후득(40·부산대 고분자공학과 졸) 차장이 거들었다. 그는 개발팀 중 유일하게 비이공계 출신인 김성철(45·동아대 경영학과 졸) 차장과 함께 공동 간사를 맡아 이번 제품 개발에 앞장섰던 인물.


아마 자기가 개발한 제품이 양산 라인에서 흐를 때 느껴지는 감동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시즈(seeds·기업의 원천기술)에서 출발해 니즈(needs·고객의 요구)로 발달한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력을 갖춘 이공계 출신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현재 이 제품은 동급 32인치 LCD TV의 3분의 1 수준인 15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올 연말께 출시될 예정이다.


흔히 말하는 위기의 이공계 시대 를 살면서 지방의 중소기업 이라는 이,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회사들은 어떻게 현재의 난관을 돌파하고 있을까? 그래서 모델로 찾아간 기업이 지난 1965년 창립돼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태광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석유화학 플랜트,해양플랜트,원자력 발전소용 파이프에 들어가는 산업용 관 이음쇠. 말 그대로 전통산업 범주의 업종이다. 지난해 총 매출액 815억원 가운데 646억원(79%)을 이 제품이 벌어들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이 회사는 지역 경제계에 적잖은 화제를 뿌리며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이 회사가 새로운 성장산업 엔진으로 키워가고 있는 초청정 피팅·밸브(SCT F/V) 부문 매출신장세는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반도체 및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설비라인에 들어가는 이 제품은 지난 2001년 64억원(총 매출액의 14%),2002년 91억원(15%),2003년 169억원(21%)을 벌어들인 데 이어 올해는 395억원(33%)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영업이익면에서는 올 처음으로 기존 산업용 관 이음쇠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 윤성덕 사장은 세계 굴지의 회사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전방산업의 경기 부침 영향을 덜 받는 새로운 분야의 개척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기술개발과 시장 다변화를 꾀하게 됐으며,철공소부터 시작해 석유플랜트 기술을 거치면서 쌓아온 기술력이 첨단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데 한몫했다 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임원 8명 가운데 윤 사장을 비롯해 SCT사업본부장인 김영호(48) 상무이사,해외영업본부장 김영오(48) 상무이사 등 5명이 이공계 출신이어서 R&D 부문에 대한 투자나 연구 등에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비이공계 출신인 김재현(47) 기획이사는 실제 근무하다 보면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면 이공계로 가고 싶다 고 말했다.


첨단 과 굴뚝 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뭘까요? 아마도 원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얼마나 원가를 낮출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겁니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도 결국 기술력 개발을 통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일 거고요. 사양산업요? 글쎄요,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면 모든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내 ㈜태광 본사에서 만난 윤성덕(47) 대표이사는 굴뚝산업도 첨단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최근 기존 브라운관 두께를 무려 15㎝나 줄인,35㎝ 두께의 32인치 디지털TV용 빅슬림(Vixlim) 브라운관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최대 브라운관 업체 삼성SDI의 기술지원본부 변창련(47) 상무. 지난 6일 부산사업장에서 만난 그도 기술력만 있다면 늘 기회는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PDP,LCD를 포함한 FPD(평판 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브라운관 사업 전망을 다들 어둡게만 봤습니다. 그러나 동급 LCD TV 가격이 브라운관 TV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차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브라운관 TV는 매력있는 연구 대상이죠. 사양산업으로 여긴 브라운관 TV에서 노다지 를 캐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이게 다 기술력 덕분이죠!


최근 몇 년새 고교생들의 이공계 지원율이 급격히 줄고 우수 공대생들의 의·치대 및 한의대 편입이 줄을 이으면서 위기의 이공계 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처럼 이공계의 가치와 비전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도 이어지고 있어,희망과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게 하고 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기판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전통의 창 유리 산업에서 건진 첨단 유리제품으로 시장진입 5년 만인 2001년부터 생산과 시장점유율에서 세계 1위를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의 자동차 가운데 4대 중 1대꼴로는 사용한다는 ㈜효성의 산업용 원사(타이어코드) 제품도 획기적인 기술로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지속적인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섬업계에 기대감을 높여줬다.


포스코는 지난 1992년 국내철강의 공급초과 물량을 수출하는 방편으로 베트남부터 시작된 해외진출을 통해 지금까지 9천178만 달러(약 1천억원)의 흑자 규모를 기록하면서 사양산업이란 없으며,국내에서의 경영노하우를 갖고 해외로 나가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동의대 나노공학부 김일수 교수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선 먼저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진단해 나가야 할 것 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나치게 위기론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여전히 현장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일하는 과학·기술자들의 모습을 통해 다시 이공계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찾는 게 급선무 라고 강조했다.


이공계는 정말 위기인가. 혹시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은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이공계가 위기에 처했다 는 말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 IMF 환란 때부터였다. 극심한 경영난 속에 기업체와 연구기관 등의 잇단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종사자와 기술자들이 대거 감원되면서 불안심리가 심화·확산돼 왔다. 여기에다 90년대 들어 이공계 관련 대학 및 전문대가 우후죽순 식으로 늘어나면서 정원미달 학과가 속출하는가 하면 교수연구실의 대학원생 수마저 줄자 위기론이 고조됐다. 특히 고교 자연계 우수 학생들의 극심한 의·치대 및 한의대 선호현상과 이공계 학생들의 고시열풍은 위기론을 더욱 부채질했다.


실제 수능시험 자연계 응시자 비율은 97학년도 43.2%에서 매년 감소하다 2002학년도에는 26.9%까지 줄었으며,2004학년도에는 31.5%(20만2천여명)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인문·사회계 53.5%(34만4천여명)보다 훨씬 적은 규모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홍국선(재료공학부) 교수는 연구개발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임금 등 경제적 보상이 미흡한 데다 경기침체와 경영난으로 고용불안 심리가 겹치면서 이공계가 기피 대상으로 등장했다 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위기론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 산업조사실장은 취업기회도 이공계가 더 많고,취업 후에도 이들이 과거보다 승진이 잘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이공계의 불만이 의사나 한의사 등 일부 고소득 전문직종과의 비교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50대 기업의 CEO와 임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각각 44%,51%로 다른 계열보다 훨씬 많다. 과학기술부의 2001년 4년제 대학의 이공계 졸업자 취업률 조사에서도 이공계(57.0%)가 인문·사회계(53.4%)에 비해 취업이 잘됐으며,같은 해 교육부의 대졸자 초임연봉 조사에선 전자공학 약학 기계 전자통신 등 이공계 학과가 상위 1~8위를 독차지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쏟아내는 이공계 장려책들로 인문·경상·사회계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공계 위기론에 동조하는 이든 부인하는 이든,지금이 고급기술과 첨단과학 인력양성을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종합발전 방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할 때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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