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너희가 카오스를 아느냐

2004.10.04 13:52

kbr0376 조회 수:3200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을 카오스, 혼돈의 상황이라고 부르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이 때의 ‘카오스’라는 말 속에는 어두컴컴하고 부정적인 미래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카오스’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말하는 것이지, 암울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카오스가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은 예측하기 힘든 미래이지만, 본래의 성질은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이다.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한 것이 뉴욕에서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카오스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예측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비가 날갯짓을 2번 했으면 맑은 날씨가 뉴욕에서 일어나고 런던에서 폭풍우가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3번 하는 바람에 뉴욕에서 폭풍우가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이다. 즉 아주 적은 차이가 큰 결과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카오스는 인과관계의 고리를 의미한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삶 자체가 카오스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때 이랬다면?” 이라는 가정을 많이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카오스이다. 2002년 월드컵 이태리 전 때 안정환에게 공을 주지 않았다면 역사적인 골든골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훨씬 전으로 돌아가서 경기 진행에 아무 의미도 주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골키퍼 이운재의 행동 하나가 골든골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전반 5분 이운재가 우리 편 선수에게 멀리 공을 차주지 않고 가까운 선수에게 공을 던져주었다면 경기 양상은 전혀 달라졌을 수 있다.

이렇듯 아주 많은 원인과 과정이 복합되어 결과에 영향을 미쳐 우리 눈에 보이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카오스이다. 물론 많은 분들이 카오스의 사전적 의미만을 생각하여 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도 모르고, 거기에 필자가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대도 카오스 시대이다. 만약 10년 전 어느 날 내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집을 나섰기 때문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무언가 불안정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우리는 카오스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만약 북경의 나비가 뉴욕에 폭풍우를 불러온 게 아니라 화창한 봄날을 불러왔다고 카오스를 알렸으면 지금의 정국을 카오스라고 표현했을까?

담배 연기가 하늘로 퍼져 올라가는 모양은 참으로 예측하기 힘들다. 너무나도 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손으로 풀기 힘든 방정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라간 담배연기의 모양은 그동안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한 복잡한 형태를 지니기 마련이다. 뉴욕의 폭풍우와 더불어 복잡하게 뒤틀린 담배 연기와 카오스를 연관시켜 대중들과 공유하다보니 어느 샌가 카오스는 불안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디지털 혁명을 이야기한다. 0과 1만으로 구분되는 디지털. 하지만 이로 인해 디지털이라는 것은 극단적인 이분법을 의미하고 공학자들은 이런 코드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좀더 비약하면 생명공학자들은 윤리적으로 항상 불안한 연구만 수행하고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제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은 전문지식이기도 하지만 기초소양이기도 하다. 흔히 법을 알면 세상을 살아가기 편하다고 한다. 이는 다시 말해 법이라는 것이 전문지식임과 동시에 기초소양이라는 이야기이다. 자동차 공학적 지식이 있다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과다한 비용을 청구한 정비사와 법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전에 적당한 비용만을 지불하고 분쟁을 막을 수도 있다.

물론 아무리 기초소양적 측면이 있다고 해도 과학기술 자체가 가지는 전문성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대중과 함께 재미있게 과학기술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졌고, 나비 효과로 대표되는 카오스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대중과 함께 숨쉬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의미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되어 과학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도리어 아니 감만 못하지 않을까. 탄핵정국을 빗대어 카오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얼마나 카오스 현상에 대해 본질적인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과학기술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스며있지 못하고, 앞으로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넘어 과학기술이 사회와 융합되는 시대를 위해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출처 : www.scie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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