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교무부학장 임기를 마치고

2004.11.11 08:01

lee496 조회 수:2684

 

교무부학장 임기를 마치고


이 승 종 응용화학부 교수


개 요

 2002년 여름에 한민구 학장님으로부터 공과대학 교무부학장 직을 맡아달라는 말씀을 듣고 며칠간 많은 고민을 하였다. 평소 주위에 있는 훌륭한 분들에 비하여 부족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항상 해오던 터라 학장님의 기대만큼 과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과 보직을 수행하는 동안 연구실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 두 가지가 고민의 중심에 있었다. 그 외에도 한국화학공학회 총무이사(2002년 1년간)직을 맡아 2002년 10월 말에 학회 40주년 행사를 치러야 하는 것, 한국유변학회가 유치하여 주관하는 제14회 국제유변학학술대회 조직위원회의 사무총장을 맡아 2004년 8월 말에 국제행사를 치러야 하는 것 등 학회 관련 업무들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일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새로운 경험과 함께 내 자신의 능력을 한번 시험해 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나보다 더 훌륭히 보직을 수행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은데…….’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었으나, 이것은 나보다 학장님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되어 잊어버리기로 하고, 최선을 다하여 주어진 보직 업무를 수행해 보기로 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교무부학장 직을 수행하면서 지난 2년간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을 몇 가지 주요 사항을 중심으로 한번 돌이켜 보고자 한다.


2002학번 전공배정

 교무부학장 직을 맡고서 가장 먼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하나가 바로 2002학번 학생들의 전공배정 문제였다. 2002학번 학생들은 소위 광역화 모집에 의하여 학부학과별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입학하여 1학년을 보내고 1학년 말에 학부학과별 전공을 배정하기로 되어 있었다. 1학년 말에 시행될 전공배정의 기본 원칙을 하루 빨리 확정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알려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적 우수자가 원하는 전공에 우선적으로 배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이미 1학기 중에 공표되어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정원에 대한 부분이었다. 학부학과별 원래의 정원에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부여하여 소위 배정정원을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융통성을 가능한 한 많이 부여함으로써 전공 선택의 폭이 그 만큼 커져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으며, 학부학과, 특히 비인기 학부학과의 경우에는 정원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여 융통성의 폭을 최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었다. 1학기까지 정원의 10% 범위 내에서 배정정원을 정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컸으며, 그 폭을 더 늘려 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계속되고 있었다. KAIST의 경우, 오래 전부터 정원 개념이 없이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전공을 정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내에서도 인문대학의 경우, 거의 정원 개념 없이 전공배정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요구를 무리한 것으로 묵살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몇 번에 걸친 학부학과장회의와 학생대표들과의 회의를 거쳐서 정원의 20% 범위 내에서 배정정원을 정하도록 조정되기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양보해준 학부학과장님들과 학생대표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전공배정원칙에 의하여 1학기 말에 2002학번 학생들(휴학생 제외)에 대한 전공배정이 시행되었으며, 학생들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사전판단에 의한 전공지원에 힘입어 무리 없이 전공배정이 마무리됨으로써 고민거리 하나가 해결된 셈이 되었다. 학기별로 평점분포에 대한 데이터를 학생들에게 제공해 준 것도 학생들이 미리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공계 위기 관련

 IMF 사태 이후에 급속하게 진행되어 온 소위 이공계 위기 상황이 2002년 후반기에는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 매체에 ‘이공계 기피’, ‘이공계 위기’, ‘이공계 살리기’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면서, 이공계 기피/위기 현상이 국가 발전 나아가서는 국가 존립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인식과 이해에 앞서서, 이공계를 우선 기피해야 나와 내 자식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생각들이 오히려 사회 저변에 퍼져 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즈음 매주 월요일 아침에 갖는 공대보직교수 회의에서는 그 대책에 대한 얘기가 거의 매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서울공대가 중심이 되어 사회 여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위기 현상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 이공계 육성과 지원을 위한 국가 정책 수립과 사회적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나, 오히려 너도 나도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 자체가 더욱 확산되는 반대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실망한 적도 있었다. 이공계 위기를 사회에 알리는 것보다 이공계의 중요성과 사회적 역할, 그리고 비전과 희망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내가 공과대학에 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책자가 발간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이공계공직진출확대, 기술부총리제, 병역특례의무복무기간축소 등 크고 작은 이공계 육성 방안들이 도출되어 시행되고 있으며, 원래의 의도대로 이공계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아가 참여정부의 분배 위주 국가정책 기조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선택과 집중 정책과 병행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최근에 보면서 이공계의 재도약에 대한 희망을 가져본다.


입시제도의 변화

 매년 바뀌어 온 것이 우리나라 입시제도이기는 하지만, 지난 2년 사이에 진행된 서울대학교 입시제도의 변화에 대하여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변화의 핵심은 수능 비중의 강화이다. 이는 다른 말로 내신 비중의 약화로 표현될 수도 있다. 또한, 이공계의 경우, 심층면접이 도입되어 그 비중이 차츰 커지고 있다.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간 학력차를 무시하고 내신에 의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데 따른 불합리성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자는 것이 그 변화의 기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2005학년도 입시에서부터는 전형제도가 더욱 다양화되어 수시입시에서는 특기자전형(이공계의 경우, 수학/과학 특기자)과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나누어 선발하고, 정시입시에서는 예년과 같은 방법으로 선발하되 수능의 비중을 더 높여 선발하게 되었다. 특히, 특기자(수학/과학)전형에서는 한 동안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던 특정 분야(수학/과학) 우수 학생들의 선발이 가능해졌고,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는 지역의 내신 우수 학생을 그 잠재력을 전제로 하여 선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입시제도 개혁방향과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면서 서울대학교가 원하는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입시제도의 실현이 향후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지난 2년간 각종 입시에서 서류평가, 면접문항 출제, 그리고 실제 면접에서 적극 협조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5학년도에 새로 시행되는 특기자전형에서 원래 의도대로 이공계 우수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여러 선생님들의 배전의 협조와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우수 학생의 확보가 이공계 재도약의 시발점이며, 그 선발 절차인 입시 업무가 교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교육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


교과과정 개편 그리고 ABEEK

 이공계 기피/위기현상과 고교평준화 교육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공계 학생들의 평균 학력 저하 문제가 최근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이공계 대학 교육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학생들의 수강 자율성 확대, 다양한 소양 교육 기회 부여, 부전공/복수전공 기회 부여 등 내실 없이 명목상의 이유만으로 진행되어 온 졸업이수학점의 감소(160 → 140 → 130)와 전공필수 학점의 감소 등으로 인하여 현재 공과대학 졸업생의 상당수는 관련 산업체에서의 근무 및 대학원 과정에서의 연구 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학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학교육인증(ABEEK) 준비와 함께 이러한 문제를 공과대학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교과과정 개편이 추진되어 2005학년도 신입생들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 교양필수의 강화:

(1) 그 동안 공과대학 공통필수로 운영되어 오던 컴퓨터의 기초(또는 개론), 공학수학I 및 II 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전환함.

(2) 공학소양 교과목 pool을 지정하고 이 중에서 2과목 이상을 반드시 택하도록 하는 교양 선택필수 제도를 새로이 도입함.

- 전공필수의 강화:

(1) 교양필수로 전환된 컴퓨터 과목 및 공학수학 과목의 학점 수만큼 전공필수 학점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게 됨.

(2) 그 동안 공과대학 공통 선택필수로 운영되어 오던 분야별 개론 과목의 이수를 필수에서 풀기로 함에 따라 전공필수 지정에 추가 3학점의 여유가 생기게 됨.

(3) 공과대학이 공학교육인증(ABEEK)을 2006학년도에 받기로 함에 따라 학부학과별로 설계 및 실험 교과목의 내용을 보강하기로 함.


 교양필수 과목의 경우, 아직 기초교육원 및 관련 단과대학과의 협의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공과대학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며, 강화된 전공 교과과정에 근거하여 공학교육인증을 받게 되면 2005학년도 신입생부터는 한 차원 높은 교양 및 공학 교육을 받은 고급 엔지니어로 육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대의 서울공대

 글로벌 시대의 서울공대와 그 졸업생들의 경쟁 상대는 MIT, Stanford, Cambridge, 동경대 등과 같은 세계 유수의 대학과 그 졸업생들이다.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서는 우리 공과대학의 교육도 과감히 세계 속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학사 및 대학원 학생들의 외국과의 교류 기회를 더욱 확대하여야 한다. BK21 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간신히 물꼬가 트인 국제교류 기회를 Post BK 사업의 추진으로 완성시켜야 한다. 또한, 산업체와의 교류도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CEO 초청 강좌도 더욱 확대하여야 하며, 산업체의 우수 인력을 공학 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공학 교육에 생기를 불어 넣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제교류와 산학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융합기술원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13년 후인 2018년 2월 정년퇴임 시에 변화된 서울공대의 위상에 흐뭇해하면서 이 글을 다시 읽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2년간 교무부학장 직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신 주위의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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