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서울대의 위기, 기본에 바탕한 다양성의 추구가 돌파구


이호인 서울대학교 부총장


- 새해엔 많은 구상과 포부의 실현을 꿈꾸며 망각의 강을 건너게 된다. 고난의 기억은 지우고 즐거웠던 일들은 곱게 간직하면서 또 한해를 잇고자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자 우리들의 다행스런 심사라는 생각도 든다.


- 뒤를 돌아볼 때마다 늘 우리 사회는 격동의 세월을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지난해는 유난히 사회 곳곳의 이중구조가 불거져 양극화로 치달았던 날들로 기억된다. 부문간에는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양극화가 심하게 드러났고, IT와 비IT 업종간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크게 관측되었다. 그로 인한 고용과 임금, 소득의 분배구조 악화는 우리가 앞으로 몇 년을 두고 풀어가야 할 숙제로 다가섰음을 체감케 한다.


- 지난 해 우리는 노동투입과 자본축적으로 이룩해 온 1만 달러형 국가기술혁신체계(NIS)의 한계를 체감하고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균형 성장 모델 발굴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미국도 지난해 12월 국가 기술혁신 3대 어젠다의 하나로 차세대 글로벌 혁신을 위한 창의적 리더 육성 교육을 제시하였고, EU 역시 ‘바르셀로나 목표’를 통해 2010년까지 연구개발 투자를 GDP의 3%로 확대하면서 양질의 연구인력 공급 시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혁신의 불길이 전국에 확산되어 균형 경제성장의 발판이 되려면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요인들의 극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이를 시장과의 ‘부정합’(mismatch) 관계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인력시장의 부정합이란 산학 관계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대학이 배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 발전을 통한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학제적 역량을 지닌 인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대학이 창출한 과학기술 지식이 기업으로 잘 흐르지 않거나, 기업에게 필요한 연구성과의 생산에 실패함으로써 생기는 지식시장의 부정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학과 산업계의 협력 모델은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역기술혁신체계에서도 대학이 기여해야 할 역할은 성장과 고용 창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과거 우리는 생산요소의 대량 투입과 생산 제조능력의 비교 우위로부터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 자체의 경쟁우위는 사라지고 연구개발과 마케팅이 부가가치 창출의 중추가 되었다’라는 정설을 산업계는 뼈져리게 체감하고 있다. 불황일 때야말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 능력의 축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임을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확인한 바 있다. 가깝게는 일본이 10년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고통 속에서도 미래의 기회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는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시사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이러한 맥락과 상통하게 정부가 올해 연구개발예산을 지난 해 대비 10% 가까이 늘려서 7조 8천억원 규모로 책정한 것은, 고용없는 성장시대의 종언을 위한 정책적 상징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민간투자가 정부투자와 궤를 같이 할 때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는데, 시중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돈다는 부동자금 400조원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답답함을 풀어줄 정책이 아쉽다. 이중 1%만이라도 흡수하기 위하여 정책과 제도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정부의 역량을 믿고 싶다. 이와 더불어 혁신지향성이 괴리된 타부문 정책들과의 유기적 접합또한 정부가 반드시 조율해야 할 과제다. 물론 민간의 투자유도를 위한 묘책으로는 벤처육성 방안 이외에도 기존 정책들의 유연성을 살리고 기업친화적 분위기로의 일신 등이 희망을 찾을 대안일 듯싶다.


- 광복 60년이 되는 올해, 서울대가 우리 사회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민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거듭나야 한다는 질책과 바람이 적지 않다. 정부의 시혜를 받는 수혜자로서 그 사명감은 어느 때보다도 확고해야 한다는 게 외부인들의 목소리다. 부실해지고 있는 대학원 교육의 회생을 위한 총 동문의 역량을 결집시킬 방도도 찾아야 한다. 회생의 계기는 역시 위기의 감지에서 출발한다. 위기 대응 체제로서 우리가 무엇을 구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통해 밑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 정부는 대학간 M&A를 추진하여 대학의 수를 2009년까지 지금의 3/4 수준까지 줄이고 정원도 15% 정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학 자율화와 상충되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떨어진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처방이라는 점에 수긍이 간다. 대학간 짝짓기에서 어쩔 수 없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서울대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지도 모르는 상황하에서의 전략적 선택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또한 교육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소명은 어떻게 추구해야 할 것인가?


- 앞서 논의하였듯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2의 벤처시대’를 열어 성장동력의 원천으로 삼기 위해서도 필수조건은 다름 아닌 이를 담당할 인적자원의 확충이다. 다시 말해 선순환 경제구조를 위해서는 ‘인적자원-연구개발-성장동력창출’의 환상적 결합이 최선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 양극화의 시대에 서울대 공대의 위상과 설 자리는 과연 어디며 무엇을 지향한 교육이 바람직한가?


- 우리 대학 나름의 ‘미래 경쟁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소요될 연구개발 기금을 확보할 방안은 없는가? ‘서울대 채권’, 아니 ‘서울공대 채권’ 발행을 통해 애교심의 발로로부터 국가 경쟁력 제고를 다시 꿈꿀 수는 없는가? 땀으로 추구하던 1만 달러 시대의 애국을 돈으로의 투자 개념으로 바꾼다면 너무나 앞서가는 발상일까? 혁신의 시대엔 발상의 전환이 그 바탕이기에 몇 가지 생각을 제언해 본다.



 첫째, 우리 경제사회의 다양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공학 교육의 소프트화와 감성화 추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동체 삶의 방식인 다양화란 서로의 존재와 사고의 틀을 인정하고 상생을 지향하는 담론의 핵심으로, 기술혁신도 산․학․연의 협력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과학기술 사이의 융합으로부터 획기적인 혁신의 산물을 창출하거나 산업 구조상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제고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따라서 공학 자체만에 의존한 혁신을 넘어 이른바 2.5차 산업을 위한 커리큘럼 조정과 함께 교육 시스템의 재정비도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리더십, 전략수립 기획 능력 등을 배양하기 위한 기초교육과정도 설치된다면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튼실한 기초교육의 강화를 통해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개척한다면 이보다 강력한 핵심 역량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경영학과 또는 경영대학원과의 교육과정 접목을 통해 연구 성과의 사업화 마인드를 조기부터 배양시키고 벤처 창업을 지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3-1-1 학제’를 도입하여 학부 3년은 과학기술 관련 과목, 1년은 경영과 경제 관련 과목을 이수한 후, 나머지 1년은 경영대학원과 통합한 과정을 이수케 하여 ‘테크노 MBA’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어떨까? 공과대학생 모두가 대학 강단이나 연구개발 현장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공학에 바탕한 고도의 분석적 사고력을 지닌 금융전문가, 컨설턴트, 기술 및 신사업 평가 전문가, 정책 분석가 등이 갈수록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다양화를 통해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숙과 고도화를 지향할 시기다.


 셋째,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에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방폐장 건설 문제, 환경․생태계 문제 등이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는 일은 더욱 흔해질 것이다. 이때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객관성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차원의 미래 비전을 심의의 준거틀로 제공해야 하며, 이러한 소명을 회피하거나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해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지난 연말 전세계를 경악시킨 쓰나미(지진해일)를 지켜보면서 이런 희생 뒤에 인류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은 과연 무엇일까? 한 축에서는 인류 스스로 테러라는 재해를 저지르고 있음은 또 다른 경종이 아닌지도 짚어볼 일이다. 인류의 자산인 과학기술을 경쟁력 향상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재난 방지용 조기 경보 시스템의 국제적 망 구축 등에도 새로운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해엔 천재와 인재 두 축의 재난 모두를 방지하기 위한 과학기술 차원의 노력이 확산될 것을 기대해 본다. 다시 말하자면 글로벌 서울대를 지향하기 위해 공과대학을 기점으로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물론이고, 경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때 국민의 관심도는 높아지고 과학기술계의 든든한 우호세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늘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경쟁력에만 집착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또 잃지 않으면 얻는 셈이 된다는 숨은 진리조차도 잊고 지낸다. 우리 이외의 사물에 대한 비판과 아집에서 벗어나는 일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는 길임을 언제나 깨닫게 될까? 기본에 바탕한 다양성의 추구, 어쩌면 그게 실질적인 경쟁력일지도 모른다. 세밑에 다시 한번 경쟁력 패러독스를 생각해 보면서 을유년은 인류의 부족함을 사랑과 덕으로 채워가는 날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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