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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추천서 유감

2005.02.22 06:51

lee496 조회 수:3030

 

추천서 유감


                  전 효 택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매년 연말이 되면 대학에서의 2학기가 끝나면서 학기말시험, 졸업논문 심사, 채점과 성적처리로 바쁘게 한 해를 마감하는 것이 일반 교수들의 연례행사이다. 또한, 외국 대학에 유학하려 하는 제자들의 영문 추천서 작성이 매년 반복되는 업무 중의 하나여서, 추천서 작성이 마무리되면 한해를 무사히 보내는 구나 하고 생각한다. 지난 24년 여 간에 걸쳐 많은 추천서를 작성하면서 기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경험을 하며 제자를 아끼는 교육적인 입장과 추천자로서의 엄격하고 냉정한 입장을 두고 곤혹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학과장으로 재직할 때에(지금까지 2회에 걸쳐 4년간 학과장 업무를 수행하였지만) 기억나는 두 가지 추천서 작성 일화가 있다. 한 가지는 과거 청와대의 모 비서관으로부터, 그 비서관 상급자인 보좌관의 아들이 귀 학과를 졸업하였는데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고 하니  추천서를 부탁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필자는 추천서를 써줄 학생을 잘 모르고 마땅히 추천서 작성은 학생 본인이나 또는 그 부모가 교수를 방문하여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예의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필자의 말이 전달되어 그 보좌관의 전화 연락을 직접 받았다. 말씀인즉슨, 현재 아들이 미국에 있고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거동이 어려우며 보좌관은 공무로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비서관을 대신 보내니 양해해 달라는 공손한 부탁이었다. 또 다른 한 경우는 과거 모 장관의 아들이 우리 학과를 졸업하였는데 역시 미국에 있어 학생 본인이 찾아뵙지 못하니 추천서를 작성해 주십사 하는 장관의 전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건데 당시 학과장의 추천서가 필요하여 추천서 부탁을 학과장에게 하였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이 학생 두 명은 학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에 유학하는 전공은 학사과정과는 다른 전공을 택하였고 추천서 작성을 전후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전화로나 서신으로나 연락받은 적도 없다. 아마 지금은 이미 박사학위를 끝내고 미국이든 국내에서건 주어진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추천서 작성 경험을 돌이켜보면 학사과정을 졸업하고 전공을 바꾸어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추천서를 받을 때뿐이고 그 이후로는 어떠한 안부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전공을 바꾸어 특히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10개 내지는 15개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보통이며 따라서 추천서 작성에도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필자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표, 이력서, 유학 희망 대학에서의 수학 계획 등을 받아 직접 추천서를 작성하므로 추천서 작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학기말의 바쁜 업무와 병행하여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추천서를 작성하게 된다. 대학에 이렇게 많이 추천서를 보내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학생들의 입장을 동정하여 추천서를 작성하게 된다. 외국 대학의 교수들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추천서 작성에 있어 대단히 인색하며 사실상 잘 모르는 학생에 대해서는 추천을 거부하기도 한다. 생각건대 우리는 스승과 제자라는 뿌리 깊은 유교적 관념이 자리 잡고 있어 제자들에게 매정한 거절을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추천서를 작성하면서 왜 단호하게 추천 대학 수를 줄이라고 말하지 못했는지 후회하면서도 다행히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으면 기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 중에는 선생님께 추천서를 작성해 달라고 방문하면서 애교스럽게 작은 드링크 한 병을 가져오며 선생님께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하여서 죄송하다는 기특한 제자들도 있다. 또한 해외에 유학 가서는 연말 연시에 카드나 메일을 보내며 건강과 안부를 전하는 사랑스러운 제자들도 있음은 더욱 기쁜 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추천서를 작성할 그때뿐 그 이후로는 전혀 연락도 없고 안부도 전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필자도 외국 유학 생활을 경험하면서 공부와 연구에 바쁘게 지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추천서를 써 주신 은사에게 안부 메일을 보내고 연하장 보내는 여유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태도가 인간 관계에서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동료 교수 중에는 학사과정 재학 중 자기의 강의를 한 과목도 듣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추천서 작성을 거절하고 또한 5개 대학 이상은  추천서를 작성해 주지 않는 단호하고 명쾌한 교수님들이 있다. 이들을 볼 때 한편 부럽기도 하고 과연 교육적이라는 의미와 한계가 어디까지 일까 하는 고민이 생기기도 한다.

   유학에 필요한 안내 책자를 보면 천편일률적인 추천서 작성 방법이 있고 학생들은 바쁜 마음에 그러한 추천 양식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필자에겐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추천서이다. 추천서를 작성하려면 학생의 경력과 이력 특히 연구 활동을 간단히 언급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이 무엇을 잘 하는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을 추천서에 반영해 줌이 바람직한데 추천인의 교과목 수강도 하지 않고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없는 학생의 유학을 위해 추천서를 작성하는 일은 사실상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 대학의 경우 한 개 대학 당 보통 3인의 추천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추천서 없이는 유학 입학과정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추천서가 그렇게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이나 부모들이나 또는 추천서를 작성하는 교수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추천서 작성에 대해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학생을 위해 추천서를 작성해 주는 것이 당연한 교수의 의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추천서를 받아 유학을 갔으면서도 얼마나 감사하게 느끼는지도 의문이다.


   추천서는 국내에서 대학이나 연구소 또는 직장에 취업하려 할 때도 제출서류여서 같은 길을 걷는 후배나 제자를 위해 작성해 주어야 한다. 필자 생각에 국내에서는 제출되는 추천서를 얼마나 중요하게 참고하는지 의문이며 단지 제출되어야 하는 제반 서류 중의 하나인지 간혹 의심스럽기도 하다.

정성을 다해 추천서를 작성해 주지만 그 결과를 보면 추천서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하였는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국내외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관에서는 경험적으로 볼 때 추천서를 대단히 중요하게 읽고 참고하며 당락에 추천서 내용이 좌우함을 알고 있다. 제자나 후배의 장래나 취업을 위해 추천서를 우리의 환경에서 잘 써주다 보니 추천서의 권위와 가치가 상실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영국 사회에서  교수(Full Professor)의 추천서는 대단히 권위가 있으며 듣기로는 추천서를 잘 써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추천서를 작성하더라도 사실에 입각하여 그대로 작성한다고 한다. 우리는 과찬하며 수월성 평가에 신뢰감이 부족하게 추천서를 작성하지 않나 하는 반성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추천서 남발로 인해 그 권위와 신뢰성이 떨어지고 제반 제출 서류의 하나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든다. 따라서 학생이나 주위 관련 분야 사람들도 의레 추천서는 잘 써주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추천서의 권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추천서 작성에 보다 더 냉철하고 신중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많은 추천서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분명 정상은 아닌 듯하다. 성격상 유학 안내서에 나와 있는 추천서 유형을 인용하여 대강 대강 작성하는 추천서 양식을 도저히 묵과하지 못해 올해에도 연구실에서 추천서 작성과 씨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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