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돈 잘 버는 사람이 최고 공학자 박희재

‘벤처대박’ 에스엔유프리시전 사장

올들어 한 벤처 기업이 코스닥 주식 시장에서 뜨겁게 ‘뜨고’ 있다.

‘서울대 실험실 벤처 1호’인 에스엔유(SNU)프리시전이 그 주인공. 이 기업은 1월 25일 코스닥에 등록한 뒤 연일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며 시가 총액 기준으로 전체 코스닥 기업 중 30위 안에 들어있다. 이 회사의 주식은 2월 23일 현재 주당 6만7500원에 달해 시가총액만 2500억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의 박희재 사장(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은 600억원의 돈방석에 올랐다. 박 사장을 만나 그가 기업을 일으키고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SNU는 ‘Seoul National University’의 약자).


공학도는 사업가

 


 “비즈니스 마인드 없는 공학도는 쓸모가 없습니다. 공학도는 돈을 잘 벌어야 합니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시장에서 성공시키고 사회와 경제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학도의 비전입니다.”

박 사장을 만나 사업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대뜸 나온 대답이다. 그는 “많은 대학 교수들이 돈 버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대학 교수는 선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학은 근본적으로 개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KAIST 러플린 총장의 ‘사립대 구상’도 대학졸업생이 시장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이 1998년 실험실 벤처로 창업한 에스엔유프리시전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필요한 정밀 측정 장비를 만든다. 특히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제작에 꼭 필요한 3차원 나노 측정 장비는 시장 점유율이 세계 1위다. 이밖에 광부품 측정 장비, 멤스 측정 장비 등 첨단 나노기술 측정 장비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00억원, 경상이익률이 40%에 달한다.


박 사장은 “지금의 공학관은 영국 유학시절에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있던 대학의 한 유명한 교수가 갑자기 안정적인 교수직을 그만 뒀다고 한다. 그 분야의 대가였는데 자신의 기술과 관련 있던 기업이 모두 중국으로 갔고 자신은 더 이상 영국 시장에서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때 왜 공학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내 기술을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영국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도 학점이나 논문 수가 아니라 내 기술을 기업이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 얼마나 적용했느냐 였습니다.”

박 사장은 1991년 포항공대 교수로 귀국해 93년 서울대 공대로 옮겼다. 지금까지 대학교수로서 14년 동안 200여편의 논문을 내고 국제 특허를 20여개나 따냈다. ‘공대교수의 꽃’으로 불리는 산학협동도 100여건이나 했다. 한마디로 ‘잘 나가는’ 교수였다. 그러나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가 오면서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박희재 사장이 사무실 벽에 붙여 놓은 세계 반도체 장비 회사 매출 순위 표.



 “외환 위기가 뭡니까. 한국에 달러가 없다는 것입니다. 20여년 동안 산업화하면서 산업기계 등 자본재를 엄청나게 수입했는데 그 적자를 메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공대 교수들끼리 우리 책임이다 하는 자성이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와서 내가 먼저 ‘총대’를 맸죠.”

산학연 경험이 아무리 많고 실험실에서 원천 기술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박 사장은 “그 정도 고생할 줄 알았다면 아마 안했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지금도 “월급 줄 고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창업하는 순간 나는 서울대 교수도 외국 박사도 아니었습니다. 밤새고 손에 기름 묻히는 것은 기본이었어요. 가장 힘든 것은 돈 문제였습니다. 창업하고 2, 3년 지난 2000년, 2001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매출은 없고 갖고 있던 돈은 다 떨어져 월급조차 줄 수 없었죠.”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으려고 했다. 그러나 오기가 생겼다. 다른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도 생각해 봤다. 고민 끝에 끝까지 해보자라고 그는 생각했다. 마침 그때 산업은행, 산은캐피탈, KTB 등 3개의 벤처캐피탈로부터 10억원씩 투자를 받았다.

그 돈이 바탕이 돼서 2002년 TFT-LCD 나노 측정 장비를 개발했고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2002년 30억에서 2003년 70억, 지난해는 4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800억 목표에 내년에는 1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닙니까. 우리 회사는 외국 제품을 국산화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없는 나노기술 시장을 새로 만들어서 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원천 기술을 갖고 있으니까 로열티가 한 푼도 나가지 않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불패 신화 이뤄


박 사장의 말대로 회사 주력 제품인 TFT-LCD 3차원 나노 측정 장비는 외국 제품보다 품질이 월등하다. 노트북PC, 대형TV 등에 쓰이는 TFT-LCD는 유리판과 칼라필터 사이에 액정을 넣은 디스플레이다. LCD가 커질수록 유리판과 칼라필터 틈을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회사가 만든 나노 장비는 그 틈을 수십 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의 오차로 정확하게 측정한다. 박 사장은 “우리 장비를 이용하면 외국 장비를 쓰는 것보다 불량률이 20%나 줄어든다”며 “한국이 TFT-LCD 1위국이 된 것도 우리 장비 덕분”이라고 자신했다.


“한국 시장은 물론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단 한 대도 일본 기업에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일본에서 측정 장비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 아닐까요. 일본 기업이 가격을 20%나 낮추고 일본에서 만든 ‘국산’ 제품을 쓰자고 호소해도 결국 우리가 이겼습니다. 요즘 일본 회사가 자사 제품을 ‘에스엔유프리시전 만큼은 된다’고 홍보합니다.”

박 사장이 창업 당시를 회고며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 미국에 가면 흑인이나 히스패닉(중남미) 사람들 상당수가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한다. 그는 창업하기 전에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우리 후손이 햄버거 가게 점장이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 되면 너무 비참한 것 아닌가 고민했다.


“제대로 된 비즈니스 프레임(틀)을 만들어 물려 주자, 그걸로 먹고 살게 해주자고 생각했어요. 기업이 있어야 직업도 얻을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고민해도 창업 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보고 시작했지만 요즘 박 사장의 꿈은 더 커졌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1위부터 10위까지의 기업을 적어놓은 표가 붙어 있다. 박 사장은 “매출이 1조원을 넘기면 4, 5위 정도 할 것”이라며 “2010년까지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리 회사의 강점은 먼저 광학, 정밀기계,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1등 전문가들이 한 회사에서 협력해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제품을 LG필립스LCD, 삼성전자 등 세계 1위인 회사의 공장에 설치해 끊임없이 초일류로 개선하는 것이 두번째 강점입니다. 일본과 미국에 경쟁 회사가 하나씩 있지만 우리를 따라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꿈은 앞으로 에스엔유프리시전 2호, 에스엔유프리시전 3호 등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교수나 학생들이 무작정 창업을 하면 자신이 했던 고생을 또 할 테니까 그가 만든 틀 안에서 회사를 발전시키고 성장하면 분사하는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다 ‘에스엔유 그룹’이 되는 거 아니냐고 묻자 박 사장은 “그러고 싶다”며 웃었다.


‘벤처 대박’을 낸 그에게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젊은이들이 이공계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좋은 공대 가면 의사, 변호사보다 더 돈을 벌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회사에는 100여명의 직원들이 있는데 그는 “국내 일류 대기업 못지 않게 대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를 누비고 있습니다.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데 왜 고시를 보고 대기업에 안주합니까. 직원을 뽑을 때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도전정신입니다. 난관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 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인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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