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인터넷의 사회적 병리현상

2004.07.29 03:07

lee496 조회 수:3398

 

인터넷의 사회적 병리현상


  권준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부교수


현대사회의 화두는 단연 IT(Informational Technology)이다. 또한, IT를 이야기하면 인터넷을 빼놓을 수 없다. 컴퓨터의 사용목적 중에서 우리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인터넷이듯이 현대 생활에서 인터넷이 빠진다면 당장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인터넷은 정보의 보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숙제를 하려면 두껍고 무거운 백과사전을 뒤적여야 했지만, 이제는 몇 번의 클릭으로 넘쳐나는 지식을 퍼올 수가 있다. 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제품을 비교 분석하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으며, 간단한 은행업무도 집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질병에 대한 치료도 원격으로 이루어져 집에서도 병원에 간 것처럼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인터넷은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왔던 인간의 고립과 사회적 부적응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켰다. 오히려 e-mail이라는 새로운 통신매체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더 높일 수 있게 해주었다. 또 인터넷은 특정한 기호와 특정한 지식을 공유한 사람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커뮤니티의 형성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등장은 사회에 새로운 세력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데, 여론형성에 큰 힘을 실어주어 정책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게도 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제생활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가상세계에서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을 인터넷상에서 밥 먹이고 재우는 등 실제와 똑같이 키울 수 있고 죽으면 가상묘지도 만들어 슬퍼할 수 있다. 지금은 이루지 못한 어릴 적 꿈을 펼칠 수도 있고 작가가 되어 책을 내고 싶었던 사람은 인터넷 작가로 등단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이루어진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이니 이런 갑작스런 변화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의 요구와도 부합되는 것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인구는 급속하게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터넷이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감에 따라 그 문제점과 부작용도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 신문지상에서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중학교 학생이 자신의 친동생을 죽인 것이다. 맞벌이하는 부모 밑에서 형은 유일한 자신의 놀이 상대인 컴퓨터 인터넷 게임에 탐닉하게 되고, 게임 안에서 무자비한 폭행과 살인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혼돈하게 되고, 심지어는 동생을 죽이게 된 것이다. 이것은 물론 극단적인 예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어서 사회적 파장은 대단했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현실공간에서 나란 존재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상공간에서 나는 더 이상 하나일 수 없다. 또 다른 나를 내 임의대로 만들 수 있다. 이의 부작용으로 자아 정체성에 혼돈이 오고, 현실에서의 판단은 흐려지고,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의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없게 되는데서, 이런 돌출행동이 나오게 된다.


  또한 자아 정체성의 부재와 더불어 더욱 우려되는 것이 도덕불감증과 양심의 부재현상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이제까지의 지식의 소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지식은 공유해야 한다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공개된 지식은 같이 즐길 수 있고 나눌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자신의 것 인양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과 다름이 없음에도 그것에 대한 죄의식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mp3 저작권 문제와 관련하여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mp3를 제작 및 배포하는 행위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러한 행위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익명성에 의해 자행되는 범죄행위도 심각하다. 사람은 자신이 감추어진 상황에서는 양심도 수치심도 버릴 수 있다. 요사이 인터넷상에 떠다니는 남에 대한 비방과 욕설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얼굴 맞대고는 차마 할 수 없는 말도 거침없이 토해낸다. 해킹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데,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중국, 미국간의 해킹논쟁이야 말로 21세기를 실감나게 하는 가상전쟁,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총칼도 없이 어마어마한 물질적․금전적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도 익명성이 주는 큰 폐해의 예라 하겠다.

  인터넷에서의 개인 정보의 유출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가 점차 신용중심으로 감에 따라 개인의 정보는 그 사회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 역할, 재산 등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개인의 정보가 자칫 자신이 원치 않는 곳에서 이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사생활의 침해는 눈에 보이는 개인적 측면에서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적으로도 남의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다든지 인터넷상으로 금융거래를 조작하여 공금을 유용하는 등, 머리만 잘 쓰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한탕주의를 부추키는 결과도 낳았다. 사생활 침해의 문제는 비단 개인정보의 유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 좋은 예가 얼마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O양, B양 비디오, 각종 몰래카메라 비디오이다. 이와같은 보이지 않는 사이버 폭력이 청소년의 성의식․도덕의식을 오염시키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사생활이 무자비하게 공개되고 이로 인하여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로부터 도태되고 격리되어야만 했던 당사자들의 정신적 물질적인․피해는 누가 보상한단 말인가? 

  위에서 살펴본 일련의 현상들은 인터넷이 다양한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순기능 뿐 아니라 역기능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요즈음 의학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으로 인한 문제 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인터넷중독증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중독증이라는 용어는 1995년 뉴욕의 정신과 Ivan Goldberg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는데, 그는 인터넷 중독장애란 병리적이고 강박적인 인터넷 사용을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일반적으로 중독이라 하면 약물중독을 의미하고 내성과 금단증상이 동반되어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중독의 양상은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에 따라 도박중독, 식이장애, 쇼핑중독, 게임중독 등의 행위중독(behavior addiction) 역시 중독의 정의에 포함된다. 인터넷 중독도 행위중독의 일종으로서 중독성물질이 없는 충동조절의 장애로 보여지며,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인터넷과 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신적으로 불안과 초조를 느낀다는 점에서 중독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인터넷 중독을 정의하고 진단하는 것에는 여전히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 하나의 증례를 들어보겠다.


  L은 항상 집에 오면 컴퓨터 앞에 먼저 앉는다. 먼저 자신에게 온 e-mail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일일이 답장을 한다. 다음에는 대화방에 들어가 누군가와 한 동안 수다를 떨고 난 뒤 다시 인터넷으로 들어 가 ... 웹에서 웹으로 사뿐사뿐 넘어가는 기분은 마치 말 그대로 파도를 타는 것과 같은 짜릿한 기분이었다. L에게 인터넷을 하는 것은 마치 잠을 자고 식사를 하듯이 자연스러운 하루 중의 일이었다. 그러나 점점 심해져 이제는 식사시간도 아까워 인터넷을 하면서 빵을 먹는 일이 잦아졌다.

   그녀가 컴퓨터에 빠져들게 된 것은 남편과 이혼한 2년 전부터이다. 인터넷을 함으로써 그녀는 어린 딸 2명을 돌보는 일, 힘든 직장생활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이곳 저곳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심지어 도박이나 가상의 성관계를 맺기까지 했다. 현재는 그녀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은 점차 증가하여 그녀의 전 남편이 그녀가 전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양육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즈음에는 거의 하루 10시간 이상을 웹(Web)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자녀들의 양육권을 잃게 되었다.


  위의 증례와 같이 실제로 임상에서 보고된 사례를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일차적인 인터넷 중독이라기 보다는 위의 증례와 같이 단지 다른 원인에 이차적인 증상군이라고 보고하였다. 즉 최소한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큼 유병율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도 소수의 진정한 인터넷 중독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가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위해 인터넷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있는 것이지 인터넷 자체가 마치 약물과 같이 생리적인 의존현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인터넷 중독은 진정한 의미의 중독이라기 보다는 사회현상의 하나이고 이를 진단적으로 범주화하려는 것 역시 이런 새로운 현상에 대한 사회적인 반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Kimberly Young 등은 인터넷 중독이 불면, 초조 등의 금단증상을 동반하는 진정한 의미의 중독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이런 진단적인 혼선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비접속시에도 접속에 대한 경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2. 만족을 얻기위해 인터넷 사용시간을 늘린다.

 3. 인터넷 사용중단을 결심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4.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면 짜증이 나고 불안하다.

 5. 의도했던 것보다 오랜시간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6. 인터넷사용으로 인하여, 중요한 대인관계나 직업, 교육, 경력상의 기회가 위험에 처한 적이 있다.

 7. 인터넷에 빠져 있다는 것을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감추고 거짓말한

   경험이 있다.

 8. 문제로부터의 도피나 불쾌감의 경감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인터넷중독이 뚜렷한 병리적 원인을 가진 실체로서 존재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행동을 가져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예를 들면 현실에서의 도피)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치료적인 면에서도 이런  이차적인 증상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겠다.

  인터넷 중독증이 질병으로서의 진단적 가치가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시간을 과도하게 보냄으로서 실제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인터넷 중독을 벗어날 수 있다.

  1. 인지-행동 치료전략

1) 인터넷이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생각해보고, 인생에서 목적, 희망, 혹은 가치 등을 생각해본다. 다음에는 인터넷이 얼마나 이러한 목적에 부합되어 활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2) 미리 전략을 세울 것. 

인터넷에 들어가기 전에 몇 시간을 할 것인지, 하루에 몇 번 할 것인지, 혹은 1주일에 몇 번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일단 로그 온을 하고 나면 원 하는 곳으로 바로 들어간다. 

3) 휴식시간을 자주 가진다.

1시간마다 5분씩, 혹은 3시간마다 15-20분씩 컴퓨터 이외의 일을 위하여 휴식을 가지고, 때때로 음악을 듣던지 혹은 기지개를 켜기도 한다.

4) 인터넷을 통한 정보보다도 서적이나 신문과 같은 활자 매체를 통하여 정보를 얻는 기회를 가지도록 한다. 

5) 인터넷상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주 가지도록 한다. 친구와 연주회를 가든지 혹은 다양한 취미활동 모임에 참석하도록 한다.     6) 인터넷 자체에 매달리기 보다 인터넷을 통하여 사람들의 생활이 더 윤택해지고, 변화될 수 있는 것에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2. 약물치료

만약 위의 인지-행동적인 방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터넷으로 인하여 생활에 지장을 느끼게 되면, 약물치료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물치료는 먼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같은 약물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약물은 강박적 행동을 줄여 줄 뿐 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인터넷 중독 증상 이외에 밑에 깔려 있는 우울증 혹은 성격적인 측면의 호전을 기대 할 수 도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좋은 약물치료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질환으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2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증상이 있어야 하며, 비슷한 요소들이 비슷한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발견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넷 중독은 아직까지 질환으로서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병이든 병이지 않든 간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시간을 소모하게 되고, 병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이 많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에는 쉽게 가려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집착의 경계를 어디에 두어야 할 지가 의문이다.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허나, 같은 중독 질환이지만 인터넷 중독은 다른 중독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다른 중독이 사회 문화적인 환경에서 비적응적인 행동으로 명백히 장애를 유발하지만, 인터넷중독의 비적응적 성격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즉 현재의 의학 패러다임으로 인터넷 중독이 명백히 비적응적인 행동인지 단정하기는 한계가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붐은 그 자체가 커다란 사회 현상이고 사회변화의 과정이다. 누가 알겠는가? 오늘의 인터넷 중독자가 내일의 빌게이츠가 될지? 앞으로 가상세계의 가치와 상징이 어느 정도는 현실세계를 대체할 것이 틀림이 없다. 정보화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터넷 중독이라는 사회현상은 어쩌면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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