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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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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 공돌이가 아닌 전문가

2004.06.11 08:45

lee496 조회 수:5046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본다.

 

과학자 : 공돌이가 아닌 전문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박사과정

신은기



1997년 말 외환위기는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 많은 시스템과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다. 그러한 변화는 구조 조정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구조 조정은 무엇보다도 효율성이라는 가치관을 바탕에 둔 것이다. 시장 경제에서 효율성은 언제나 중요한 개념이었지만, 외환위기는 효율의 문제를 생존의 문제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빠른 개혁을 요구하는 상황에 따라 이 효율의 문제는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 못하고 겉껍질만 포장하는 피상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얼마 전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고, 정부는 다시 우수한 학생들을 이공계로 불러 모으기 위하여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체 특례나 장학금 혜택 등과 같은 당근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당근은 단기적으로는 대학입시에서 많은 학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지 모르나 정말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열정적인 과학자를 길러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미 많은 과학도들이 입학한 이후에도 과학이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공계에 굳이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열정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끝까지 펼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공계를 떠나는 이유로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해 경제적 문제, 문과와 고시 출신의 경영자 및 고위 관리와의 차별대우 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결과일 뿐이다. 배고프고 천대받는 과학자 상(像)은 과학자라는 자긍심의 결여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 나라의 고도 성장은 바로 과학자들의 역할에 상당 부분 기대어 있었고, 과학자는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이른바 1980년대 ‘사이언스 키드’였고, 당시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자는 최고의 직업이었다. 이러한 사이언스 키드들이 사회에 나가서 대면한 사태가 바로 외환위기였으며, 외환위기 당시 가장 먼저 해고를 당했다던 연구소의 연구원들의 모습에서 많은 학생들은 과학자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 버리고 환상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어디선가 전광판에 사용되는 파란색 전구를 만들어냈던 일본의 과학자 이야기가 회자된 적이 있다. 이 과학자는 일본에서 그 공로로서 약간의 보너스를 받고, 그 명예와 부는 모두 회사에 귀속되었다. 나중에 이 과학자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들은 적도 오래되었고, 그 진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척 오랫동안 공학도들에게 전해졌다. 일차적으로는 이 이야기에서 문제가 된 것은 보상 여부겠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것은 한 과학자가 마치 회사의 부품처럼 취급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꿈과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것이 자신의 성취감으로 귀결되지 않고 회사의 영광이 되었으며, 더욱이 회사의 영광에서 그 과학자는 소외되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점이 회사의 발전,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나이가 들고 쓸모없어진 과학자를 가차없이 내몰았던 회사의 모습에서, 또한 과학자들 역시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노력이 경제적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러한 정당화, 허울좋은 공동체주의는 붕괴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물론 연봉이 올라가면 올라가지 않는 것보다 당연히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불만이 많은 과학자들을 무마하기 위해 돈을 준다는 식으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성취감을 맛보고자 하는 열정적인 과학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요새 이공계 기피와 관련해서 과학자와 종종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의사이다. 의사는 연봉도 많고 직업도 안정적이란 평을 듣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과학자는 공돌이일 뿐이지만, 의사는 선생님이며, 기업에서 과학자는 직원일 뿐이지만, 종합병원에서 의사들의 발언권은 경영진과 대등하다. 이에 대해 일부 공학도들 사이에선 우스개소리처럼 과학자도 의사처럼 라이센스를 만들어 특별한 사람만 과학자를 하게끔 하자는 소리가 있다. 과거 사회발전이라는 환상 아래서 자랐던 사이언스 키드는 이제 ‘기술이 있는 테크니션’이 아닌 자신의 노력을 정당하게 인정받는 스페셜리스트로 대접받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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