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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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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을 회고하며

2004.06.16 08:01

lee496 조회 수:4584

 

지난 4년을 회고하며


송 주 하 재료공학부 졸업생


  항상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다는 말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말인 것 같다. 지난 대학 4년간 난 늘 내가 진행형에 있다고 생각만 했을 뿐, 이 시간이 끝날 것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시점에서 비소로 지난 4년과 다가올 끝맺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4년간의 생활은 나에게 생각만큼 많은 경험을 주진 않았던 것 같다. 순간순간 소중했던 추억이나 잊지 말아야 할 삶의 교훈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 같다. 지금 남은 것은 내 손에 쥐어질 만큼 적다. 하지만 이 경험들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 이전에 얻었던 추억이나 교훈들과 더불어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나의 성격은 참 활달하고 사교성도 좋았었다. 그때 인간관계로 고민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전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에 와서 듣는 친구들의 고민 중 대다수는 대인관계였다. 고등학교 때처럼 한 반에서 1년 동안 같이 생활을 한다면 친구를 사귀고 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수는 고등학교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4년은 나에게 많은 시행착오를 안겨주었다.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생각만큼 깊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별로 친하지 않지만 관계를 지속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나 지금은 나만의 결론을 얻었고 앞으로 나의 인간관계는 그런 결론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인간관계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그건 자신만의 경험이 아니다. 중․고등학교의 단체 생활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나”라는 주체를 중요시하는 대학에 오면서 누구나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경험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어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관계이든 장단점은 있지만, 일단 자신이 맺어온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하는 공통적 고민 중의 하나는 성적이다. 성적에 대한 고민은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대학에 오면 공부보다는 여행을 많이 다니며 인생의 경험을 쌓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강의를 듣게 되면서 대학 역시 하나의 교육 기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시 또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의도하지 않아도 성적을 매겨지고 다시 등수가 생겨나고 낙제하는 친구가 나온다. 내가 들었던 한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세계 최고의 수재들을 모아놓고 시험을 보면 거기서도 다시 등수가 생긴다.”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도 생각만큼 학점이 안나오기도 하고, 수업이 너무 어려워 열등감이 생기기도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뛰쳐나오고 싶을 만큼 어려울 때도 있었고, 나름대로 계획을 짜서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잘 안나올 때도 있었다.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생각에 좌절도 많이 했고, 지금 내가 배우는 과목이 적성에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의심도 했었다.

  하지만 정말 내가 배우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면,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마음만 있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 이해가 안 되면 책을 여러 번 읽었고, 도서관에서 다른 서적도 참고해보았다. 지금 배우고 있는 텍스트는 다른 여러 종류의 텍스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아무리 잘 쓰여 있더라도,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건 좋은 책이 아니다. 분명 자신에게 맞는 책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다른 책을 구해서 다른 식으로 이해를 하고 다시 원래의 텍스트를 읽으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는 더 이상 머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노력과 성의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알 수 없었던 다른 배경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듯 공부를 하게 되면서 수강 신청을 하는 데도 어느 정도 통일성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학과마다 매학기 들어야할 전공 필수 과목이 있지만, 그것과 연계되는 전선 과목이나 타과 과목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슷한 분야라면 같이 연계해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1학년 때는 막막했던 나의 진로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름대로의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관심 분야가 점점 좁아졌다. 물론 아직도 내가 무엇을 전공해서 어떤 분야를 연구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기회 속에서 난 서서히 흐르는 대로 흘러 갈 것이다. 나에게는 이런 변화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선배가 나에게 해준 말을 해주고 싶다. “generally, but specially , 이 말은 얼핏 들으면 모순 되는 것 같다. 지금 대학의 전공 분야들은 너무 세분화되어 일단 전공을 시작하고 나면, 다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게 된다. 이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문제를 낳기도 한다. 과학사를 배우면서 왜 옛날 과학자들은 철학자이며 수학자 등등의 다양한 타이틀이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하나의 학위가 붙기도 힘든 것일까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전공을 선택해서 배우다보니 한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어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학 사회는 서로 다른 분야들이 서로 연계해서 새로운 분야가 나타나는 경향이 크다. 이때 다른 학문에 대한 열린 마음이 없으면, 그리고 간단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또 내가 아는 공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다른 인문학적 지식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며 국민이다.       과학자라고 사회와 떨어져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큰 오해이다. 따라서 사회에 대한 지식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과학의 입지를 뚜렷이 세울 수 있다. 석사나 박사 과정에서는 어렵지만, 학부 과정에서 이런 인문․사회적 지식을 골고루 알아두는 것은 앞으로 삶에 있어서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사람마다 자신의 취향이 있고 관심이 없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을 만큼 전문가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폭넓게 이해하고 항상 열린 마음을 갖는 태도 역시 견지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아직도 학생이고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자신이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해지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중요한 것 같다. ‘이공계의 위기’는 이 글을 쓰면서 정말 하고 싶지 않는 말이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공계의 위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 학문을 기피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물론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건 정말 문제이지만 일단 이공계를 선택한 학생으로서는 선택의 미련은 이미 큰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문제는 나의 전공을 내가 잘 이해해서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어떤 식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까 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런 현실 속에 한 개인으로서 낼 수 있는 최대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분야를 앞으로 공부하게 되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선택을 후회하기 보다는 그 선택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차피 직업은 선택이고 우리는 다른 여러 직업 중에 이 직업을 선택했을 뿐이다. 어느 직업이 특권을 독차지하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여전히 소외받는 많은 직업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 임제선사

(언제 어디서나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 서있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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