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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건설환경공학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실험실 중에 남경필 교수님의 토양환경연구실을 방문한 김대환 기자의 취재 일기를 통해서 대학원에 진학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연구 활동을 하는지 알아봅시다.

| 김대환(기계항공공학부 1)

 

가을 햇살이 따가운 9 19, 기자는 카메라, 음료수 한 박스, 취재노트를 참 기괴하게 들고 35311호에 계신 남경필 교수님을 찾아갔다. 자상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아주신 남경필 교수님께서는 현재 서울대학교 공대 건설환경공학부(이하 건환공)에서‘토양환경연구실’을 이끌고 계신다. ‘어라, 토양환경? 토양은 지구과학에서 다루는 것 아닌가?’ 물론 자연과학대의‘지구환경과학부’에서도 토양이나 대기, 해양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하지만 건환공의‘토양환경연구실’은 토양이나 지하수 등의 오염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조건적인 개발이나 인간의 실수로 토양이나 지하수가 오염되었을 경우에 이를 되돌리는 것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개발에 의해 일어나는 오염을 최소화하는 비법을 찾는 것이 이 연구실의 목표이다.

 

넓고 깊게 공부해야 하는 토양환경연구

 

건환공의 연구 분야는 크게 환경을 다루는 분야와 도시공학을 다루는 분야로 나누어진다. 이 중 환경을 다루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남경필 교수님 책장에 꽂혀 있던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주 전공인 건설환경공학 외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이를 보여주었다.

“과학이 처음 제대로 된 학문으로 서양에서 인정받을 때만 해도, 다양한 분야를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는 Generalist가 학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후 중세시대를 지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특정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알고 있는 Specialist가 과학을 포함한 학문의 중심이 되었죠.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이상의 전문적 지식을 알고 있는 Deep Generalist를 사람들이 찾게 되었습니다. 특히 ‘환경’ 이라는 분야는 이런 특성이 더욱 강합니다. 더군다나 환경기술은 같은 원리의 기술이라도 사용하는 장소와 때에 따라서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 이외의 지식도 공부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자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 배운 과학과목의 맨 끝에는 모두 환경과 실생활에 관련된 단원이 있었다. 그만큼 환경을 공부하기에 앞서 다양한 분야의 기초지식이 탄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환경공학의 특성 때문에 환경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다면 학부과정에서 배우는 기초교양과목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당부하셨다.

 

매일 지나치던 공사 현장에도 토양환경연구가?

 

그럼 토양환경연구로 얻어진 것을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을까.

많이들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처럼 실생활과 하나 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리 생활에 밀접한 기술들이 있다. 모든 건물이나 시설들이 처음 지어질 때엔 제일 먼저 땅을 파게 된다. 특히 고층 건물을 지을수록 더 깊게 땅을 파는데, 파고 들어간 땅이 여러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등에 오염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런 오염물질들은 건물을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제일 먼저 흙을 정화하게 되는데, 바로 이때 토양환경연구에서 얻은 결과나 지식을 활용한다.

“오랫동안 특정 목적으로 써오던 토지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할 때도 토양환경연구가 빛을 발합니다. 부산의 주한미군기지(하야리아 기지)였다가 지금은 반환된 지역이 한 예입니다. 기지에서 사격장으로 쓰였던 곳은 토양이 화약(TNT)과 탄피를 구성하는 중금속으로 대단히 오염되어 있는데, 이런 토양에서는 농작물이 자랄 수도 없고 바로 건물을 짓더라도 튼튼하게 짓지 못합니다. 현재 부산시에서는 2011년에 이 지역을 시민들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였는데 이를 위해서는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토양환경연구는 현재 토양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지표 생물처럼 이용할 수 있는 ‘발광 미생물’ 등을 찾아내거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소비하여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내놓는 미생물들을 찾는 것 등을 포함하여,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개발의 기초가 된다. 그럼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선배님들은 무슨 연구를 하고 계실까? 교수님과의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현재 남경필 교수님의 토양환경연구실에서 석사 1학년 과정에 계신 김문경(08학번) 선배님을 뵈었다. 선배님께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시면서 친절히 연구실을 소개해 주셨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쉼 없이 흔들리고 있는 삼각플라스크에 담겨 있는 갈색 현탁액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는 토양환경연구실이라 흙탕물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액체는 사실 미생물, 그것도 앞에서 설명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바꾸어주는 고마운 미생물들이 들어있는 배양액이라고 한다. 과연 그 미생물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생산해 낼 수 있을까.

“지금 여기는 실험실 수준에서 실험하는 것이고, 또 처음 해보는 것이라 눈에 보이는 만큼 (플라스틱이) 생산이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런 연구를 미리부터 시작해서 이제 거의 공장 수준으로 미생물을 키우고 있는 외국에서는 직접 팔기도 하는 수준으로 생산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단순히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비용을 들여서 줄이는 단계를 벗어나 이제는 이산화탄소를 줄임으로써 수익이 나는 단계까지 왔다고 한다. 기자는 이런 결과물들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실험실의 다른 쪽에서는 역시 앞서 언급했던 사격장의 토양을 정화하는 방법도 새로이 개발되고 있었다. MKP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사격장의 오염된 토양을 정화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는데, 앞서 소개한 실험과 달리 이 실험은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실험이다. 실제 사격장의 오염된 토양을 모사하기 위해 투명한 플라스틱관(칼럼; column)에 들어 있는 토양에 물을 이용하여 중금

속과 화약 등의 오염물질을 깊은 곳까지 퍼지게 한 뒤에 다시 특정물질을 넣어서 얼마나 정화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한다고 한다.

“사실 10년 전에는 석회(lime stone)를 뿌리는 것이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었어요. 하지만 석회를 뿌리면 비록 오염물질은 없어진다 하더라도 석회가 뿌려진 땅은 pH 12 이상이 되기 때문에 흙 속의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 석회를 사용하는 것은 중금속이나 화학물질들보다는 덜하지만 분명히 토양을 또 다른 방법으로 오염시키는 잘못된 방법이었던 것이지요. 오염을 또 다른 오염으로 막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의 토양환경연구를 포함해서 환경 연구의 전반적인 방향이 이와 같은 오류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고, MKP를 이용하는 이 실험도 그런 노력 중 하나입니다.


지금 토양환경연구의 위치는 터닝 포인트

 

이전까지의 토양환경연구는 오염된 토양의 오염물질을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제거하는 것이었다. 오염물질이 수은과 같이 치명적인 독성을 가졌을 경우에는 특히 그러했다. 하지만 이런 맹독성의 오염물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독성을 약화시킨 또 다른 오염물질을 사용하거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면서 토양의 영양소까지 같이 사라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다시 말하면, 땅을 정화한 뒤에 그 땅이 죽어버려서 결국 못 쓰게 된 것. 이를 막기 위해 약 10년 전부터 땅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과 함께 생태계의 고유기능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것으로 연구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조금 어려운 말로‘매체 중심의 오염관리’에서‘수용체 중심의 오염관리’로 목표가 재설정되는 것이 현재 환경연구의 방향이다.

참고 : 토양환경연구에서는 수은과 같이 소량이지만 치명적인 독성을 가졌을 경우, 유해성(hazard)이 높다고 한다. 반면 독성의 강·약과 상관없이 우리가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 등은 위해성(risk)이 높다고 이야기 한다. 현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유해성이 높은 물질들은 철저하게 관리되어 실제로 우리가 사는 데 큰 위협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위해성이 높은 물질들이 더

많아져서 비록 독성이 약할지라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토양환경에 관한 공부를 하면 졸업 후에는 어떤 길들이 있나요?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기자가 던진 것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다.

건설환경공학부에서 환경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은 학사를 졸업한 후 많은 사람들이 석사나 박사과정을 이수하는데, 석사 이후에는 다양한 기업에서‘환경’분야를 담당한다.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 수성엔지니어링과 같은 건설 회사를 기본으로 해서 각종 기업의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양오염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 환경을 국가적, 국제적 차원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기업으로 하여금 제품생산 과정에서 오염된 환경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제품이 100원이었다면 환경을 오염시킨 만큼의 가격을 (예를 들어 50) 국가에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환경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서 환경을 덜 오염시키면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환경 분야를 전공한 인력을 찾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아예 기업에서 환경연구 인력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 외에 한국환경사업기술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환경에 관련된 국가연구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맺음말

 

우리는 땅 위에 집을 짓고, 땅으로부터 식량을 얻는다. 인디언들은 이렇게 우리가 살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를 담아 땅을‘어머니대지’라고 부른다. 이런 땅이 아픈 것을 낫게 하고 지키고자 단순히 오염물질을 제거해나가던 과거의 토양환경연구는 이제 오염물질 제거와 그 땅에 같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기능 보존을 함께 생각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토양오염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하는 연구가 바로 이 토양환경연구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삶의 큰 축인 땅을 지키는 최전방에 서고 싶다면, 건설환경공학부 토양환경연구실이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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