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대회의 경험

글 | 신명옥 전기정보공학부 박사과정


“우리 팀이 참가할 의사가 있는지 문의해 왔다. 검토해 주기 바란다.”
2012년 8월, 무인 태양광 자동차 경주대회 준비가 한창일 때였다. 지도교수님이신 서승우 교수님으로부터 수신된 메일에는 2013 무인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의 공고가 첨부되어 있었다. 눈앞에 닥친 대회 준비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지만 그간 개발해온 무인 자동차용 알고리즘들을 자체 제작차량 환경이 아닌 실제 차량 환경에서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에서 주최하는 최초의 대회이기에 우리의 기술들을 뽐내기에는 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참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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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준비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모바일 로봇 플랫폼과 자체 제작 차량 플랫폼인 태양광 자동차를 이용해서 무인 자동차용 인식 알고리즘과 주행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해본 경험이 있던터라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지만, 종전의 그것과는 모든 면에서 스케일이 달랐던 만큼 예상치 못했던문제들이 속출했다. 무인 자동차용 알고리즘에서 발견되는 허점은 차치하더라도 그 외적인 부분에서 발생하는 것들은 정말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무인 주행으로 차를 움직이기 위해 개조해둔 스로틀, 브레이크, 스티어링에 문제가 생기면 더 이상 실험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하드웨어를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정비를 다시 맡겨야 했는데, 한 번 맡기면 금같은 실험 시간이 일단위로 날아갔다. 차량에 설치해둔 센서나 다른 하드웨어들이 내부에서 단선되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찾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간신히 문제를 해결하고 실험을 하려 하면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차량을 무인으로 움직이기 위한 각각의 요소 기술들이 융합하여 점차 매끄럽게 차량이 움직여 나갈 때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짜릿함이 그간의 피로를 잊게 해주곤 했다.

  대회는 예선과 본선 양일에 걸쳐 치러졌다. 미션 구성은 동일하되, 예선 주행 시간을 30%, 본선 주행 시간을 70%의 비중으로 합산하여 가장 빠른 성적을 거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전날 치러진 최종 테스트 주행에서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임을 확인했기에 예선날 우리팀의 분위기는 고조돼 있었다. 흥분과 긴장, 기대감을 한데 싣고 출발한 자동차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은 첫 번째 미션부터였다. 길가에 설치되어 있는 정지신호등을 인식하고 멈춰서야 할 차가 속도를 줄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구간을 통과했다. 회피하지 않으면 충돌이 발생하는 구간인 두 번째 미션에서도 자동차가 바퀴를 꺾지 않는 것을 보며, 나는 팀장으로서 손에 쥐고 있던 비상정지장치를 작동시켰다. 씁쓸한 마음으로 자동차 문을 여는 순간, 절망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쏟아지는 비로부터 전자장치들을 보호하고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닫아둔 창문과, 자동차의 속도 감응 도어락, 그리고 처녀 출전팀의 경험 부족이 빚어낸 결과였다. 대회전에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항상 팀원들이 탑승한 채로 실험을 했기에, 문제가 생긴 차의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 팀의 보조키는 서울 연구실에 있었다. 눈앞이 깜깜했다.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문을 열어보고 차 주위를 뱅뱅 도는 사이, 우리 팀의 주행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
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비상정지장치를 풀었다. 혹시나 차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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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처럼 차는 바퀴를 꺾어 장애물을 회피해서 주행했고, 다음 미션들도 연거푸 성공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차는 또다시 미션을 실패하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전과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자동차는 10개 미션 중 4개 미션만을 성공하며 주행을 마쳤다. 여전히 문이 열리지 않는 우리의 차를 들어내기 위해 지게차가 동원됐다.

  우승을 논하던 팀의 분위기는 반나절 사이에 반대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 있을수만은 없었다. 무인 주행 중 측정되는 모든 데이터들을 로깅해둔 덕분에 우리는 자동차가 주행하는 도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고, 수백번의 실험에서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알고리즘상의 오류를 발견했다. 실험을 하다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수없이 발생하는데 원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오류는 수정했지만 정말로 문제가 해결된 것인지는 차를 주행시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였기에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본선날 아침은 분주했다. 전날 장애물에 충돌하며 미션을 통과한 탓에 차체상에 여러 문제가 발생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고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다 보니 다른 팀들의 주행은 구경할 틈도 없었다.

  우리 팀의 차례가 왔다. 어제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된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긴장감과 불안감은 전날과 비교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차는 미션들을 매끄럽게 통과해 나갔다. 출발선에 다시 들어왔을 때 우리팀의 주행 시간은 페널티 포함 15분 5초로, 예선과 본선 모든 팀들의 성적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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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은 서울대학교 Baby In Car 팀입니다.”
예선 4위. 본선 1위. 종합 2위. 그렇게 우리의 도전은 끝났다. 실제 차량 기반대회에의 최초 참가였고 전기공학부 학생들 위주 팀이 거둔 국내 무인 자동차 경주대회의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고 해도, 2위는 분명 아쉬운 성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연구실 책상에 앉아서만은 결코 얻을 수 없었을 값진 경험들은 우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거름이 되었기에, 이것은 끝이 아니라고 믿는다. 약 1년간의 대회 준비 기간 동안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함께 고민해주신 서승우교수님과, 열정을 다해준 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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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2013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자동차 부품 연구원·한국 자동차 공학회 주관으로 치러진, 우리나라 정부가 최초로 주최한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대회이다. 정지/직진 신호등 인식, 방향 지시등 인식, 낙하물 인식, 표지판 인식, 보행자 인식, 복합 장애물 인식 등 총 10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었다. 대회 트랙 완주시간과 미션 실패시 부과되는 페널티 시간을 더하여 가장 짧은 시간을 기록하는 팀이 우승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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